엄마의 에필로그, 여성 과학 기술인으로 살아가기(JUST DO IT)
Date 2018-10-07 00:13:36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243
최선영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생명공학원
leato79@gmail.com

처음 원고 작성을 의뢰를 받고, 나이도 많고 늦깎이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뚜렷한 자리도 없는 비정규직 여성과학기술인 새내기로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지 고민을 해보았다. 현재 나의 모습과 돌아본 모습 속에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특히 자녀들에게,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로서 평소에 표현해보지 못한 것을 편지로 전달해 보고자 한다. 

 

엄마이자 BT인으로 성장

 

아영 소영아~엄마의 지나온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다소 부끄럽지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엄마 뒷모습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너희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도 꿈 많고 천방지축 다혈질,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기로 가득찼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 흥미롭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는데 마침 책을 접하게 되었어. 다수의 직업을 써놓은 책으로 그 안에 유전공학자가 있었단다. 물리보다는 생물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운 것에 늘 호기심이 많고 미지의 모르는 것들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 했단다. 생물체의 어떤 메커니즘들이 상호 작용하여 유기적으로 엮여 살아가게 되는 것인지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었단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생물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엄마의 생명 공학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구나. 왓슨과 크릭이 DNA의 나노수준의 이중나선분자 서열구조를 발표한 이후로 분자생물학은 급물살을 타고 발전하게 되었단다.
학부시절의 생물학에 관련된 학과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대학원에 자연스레 진학하게 되었고, 바이오센서 진단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단다. 대학원은 부모님의 그늘 안에서 어린아이로 지냈던 생활과는 다른 사회생활의 험난함을 처음 맛보았던 나날들이었지. 프로젝트의 목표에 실험결과를 얻기까지의 인내의 과정들을 오로지 견뎌냈던 시간들이었어. 주위에 억센 남자선배들 사이에서 고충과 고민을 털어낼 시간과 여유조차 없이 지냈던 것 같구나. 그런 가운데 엄마는 너희들을 만나게 되면서 꿈이 자리잡기도 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육아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단다. 몸살과 감기가 동시에 오고 모유수유를 하는 순간에도 졸업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 견디어 냈던 것 같구나.
너희들을 키우기만 하는 엄마가 되기에는 안되었고, 경력의 단절이 두려워 바이오 벤처로 첫 사회 첫걸음을 걷게 되었단다. 그곳은 단백질 정제 바이오센서분야에서 aptamer기반 바이오-칩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기반 연구실의 기술을 IT회사와 합작한 바이오 벤처회사로서 연구개발부에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사정이 좋지 않아서 서울대병원 의생명 연구원으로 옮기게 되었단다. 그곳은 이종동물의 장기로부터 세포를 이식 시에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일련의 기초실험과 실제 전임상 동물 실험 등을 진행하는 연구실이었어. 돼지심장판막을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심장판막 및 조직의 국산화를 만들어내자는 좋은 목표가 있는 연구였어. 지금껏 배운 것과는 다른 실험들을 만들어내고 도입하는 과정, A-gal Knock out mouse의 이식실험으로 논문화하는 작업에 이르는 과정 안에서 너희 둘을 키워냈다. 또한 외국의 유명한 심장판막회사(Edwards sciences)에서 우리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초청함으로써 심낭으로 판막을 고정하고 만드는 공장 견학 및 연구실을 둘러보고 실험을 가르쳐주는 경험도 해보았단다. 아래 사진은 그때 같이 찍었던 연구원이란다.

f7e3adea107ea86ee6792d5c4a1932b2_1538838437_2174.jpg

그림 1. 2010년 USA, Irvine 위치한 Edwards lifesciences 회사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내 생애 도전, 박사과정


바이오 벤처와 서울대병원 의생명 연구원으로서 육아에 지칠법도 한데 마음 속에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지금 시작해서 내가 얻을 것이 손해 보는 것 보다 클까? 라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더 늦으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단다. 경력단절에 아이가 있는 엄마~대한민국에서 직장맘으로 살아남기 힘든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그린스쿨에서 마지막 도전의 각오로 박사학위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주변에서는 졸업 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만류가 많았어. 그냥 현실에 만족하면서 편하게 살아. 왜 힘들게 공부하고 연구하려고 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어. 너희들은 엄마의 손이 특히 많이 가는 시기여서 부담이 많았단다. 심지어 가족의 후원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때는 앞뒤를 가리고 생각하고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어. 그저 도전하고 입학하고 학교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 실험하고 연구하고 논문 쓰고 체력의 안배를 위하여 운동까지 하면서 살았지. 학교 입학초기 좀 더 신경을 못써 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단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고 맛있는 간식을 차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걸 모를거야~.
생물공학 생명공학 생화학 베이스에 에너지 환경정책 기술대학원의 정책수업과 전공관련 수업을 들으며 요즘 심각해지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와 이상기후현상 징후들과 탄소배출권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구의 나은 생태계를 물려주어야 할 현재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 및 절실함을 배울 수 있었단다. 또한 빛과 에너지만으로 살아가는 광합성가능 미생물을 이용하여 과잉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여 스쿠알렌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 안에서 끊임없는 인내를 배웠단다. 연구실, 동료들, 후배들, 선배들, 박사님들, 동기들과의 힘든 것들을 나누고 매일 서로 격려하며 지내는 과정이 없었다면 결코 3년 이내에 학위과정을 마칠 수 없었을 거야.

 

현재와 미래


지금은 대사공학적인 툴을 접목하고 시스템 바이올로지 합성생물학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대사공학적인 툴 연구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시아노박테리아 타겟형 CRISPRi 시스템 유전자 편집기술개발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성균관대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책임자로서 수행하고 있단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성균관대 우한민 교수님의 지도하에 크리스퍼-cas9 단백질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적용분야의 확대가 가능하며 이를 이용한 다양한 산업적 응용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단다. 또한 온실가스의 주요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바이오연료, 신재생 대체에너지 생산 및 공정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추세 속에 이산화탄소 기반 바이오 화학 제품 생산 플랫폼을 제시하는 연구의 한 분야로서 미래성장 전략사업이 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연구란다. 소영이(본 저자의 자녀)는 올해 봄에 여수에서 열린 생물공학회 연구부문 발표를 듣고 학교에 현장학습결과보고서를 내서 기억나겠구나. 또한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st Asia-Oceania International Congress on Photosynthesis에도 참석하여 세계각국의 과학자들이 연구분야를 발표하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거리며 듣는 많은 연구원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겠지.

f7e3adea107ea86ee6792d5c4a1932b2_1538838505_1256.jpg

그림 2. 2018년 8월 21일, 1st Asia-Oceania International Congress on Photosynthesis 중국 베이징, 맨 왼쪽 최선영 박사, 두번째 : 김소영, 세번째 : 우한민 교수, 네번째 : 손지경 석사과정

중국 기원전 200여년 전에 뾰족한 산 정상 위에 만리장성을 쌓아 올렸던 인류의 의지처럼 불가능은 없다라는 것을 다시금 새기고, 지금껏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누가 엄마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유전공학자이고 꿈을 이루었다고 말한단다. 그리고 그 꿈은 연구로서 좀 더 나은 것을 창출하고 치열히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더 견고해질거야. 그래서 엄마는 늘 그랬듯이 늘 도전한단다~. JUST DO IT. 

 

맺음말


오래 살지 않았지만 나름 BT인으로서 여성과학기술자로서 지난날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힘차고 패기 넘치는 글보다 다소 일상다반사와 소소함이 묻어 감성적으로 작성하여 독자들에게 혹여 부담을 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이 글로 BT인으로서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힘과 용기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