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생명공학과 생명공학자 - 이제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야할 시대다.
Date 2018-10-07 00:45:51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275
이택
교수
광운대학교 화학공학과
tlee@kw.ac.kr

얼마 전 조카와 큰 집에서 영화를 보던 때의 일이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꽤나 조숙해서, 어벤져스와 같은 헐리우드 영웅물과 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나 역시 영화감상이 취미였고, 평소에 텔레비전 시청이 자유롭지 못한 조카는 내 덕분에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조금 지나간 영화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을 함께 시청했다. 조카는 처음 보는 영화였고, 매우 흥미진진하고 집중력 있게 영화를 관람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고모와 가난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 ‘피터 파커’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우수한 고등학생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생명공학 연구를 했던 옛 동료 ‘코너스 박사’는 굴지의 생명공학 기업에서 돌연변이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주인공 피터는 우연히 아버지 동료의 실험실을 찾아가게 되었고 실험실에서의 사고로 인해 피터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어 거미인간과 같은 놀라운 반사 신경과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또한, 주인공 피터의 도움으로 연구를 완성한 코너스 박사는 논문과 특허보다는 자신의 숨겨진 자아인 악당 ‘리자드 맨’을 탄생시킨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조카가 원하는 것처럼 악을 물리치고, 뉴욕시를 지켜나가는 영웅 ‘스파이더맨’이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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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등장하는 악역 ‘코너스 박사’, 그는 우수한 생명공학자이자 동시에 어두운 내면의 자아를 갖고 있는 악역이다.

 

흥미 있게 영화를 보고 조카가 갑자기 나에게 물어보았다. “삼촌도 생명공학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랬는데, 생명공학자는 스파이더맨에 나온 사람처럼 나쁜 사람이야?” 이 순진무구한 질문에 나는 30분에 걸쳐서 생명공학의 좋은 점과 훌륭한 점에 대해 조카를 설득해보았지만, 당시에는 잘 설득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스파이더맨을 본 직후의 조카가 가진 생명공학에 대한 선입견과 인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조카는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한명인 ‘아이언맨’을 가장 좋아했고, 아이언맨처럼 되기 위해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아이언맨은 생명공학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융합으로 연구하는 공학자가 성공하여 재벌이 되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씁쓸함을 갖고 집에 돌아와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외국 영화들의 많은 부분은 생명공학자를 부정적으로 소개하고,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것이 심각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영화가 많았던 것 같다.
유년 시절의 나에게 충격을 준 영화 중 하나는 ‘가타카 (1997)’와 ‘쥬라기 공원 (1993)’ 이었다.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우수한 유전자만을 재조합하고 반영해서 선택적으로 태어났다. 빈센트는 선천적으로 허약하고 병에 잘 걸리며 유전자적 열성인 근시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빈센트는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지만, 유전적인 결함과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우주선을 보내는 회사인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취직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우울한 삶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빈센트는 DNA 중개인을 통해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수영선수이자 유전학적으로 우성인 사람의 유전자를 돈으로 사게 된다. 그리하여 그의 유전자로 가타카에 취업하여 우주비행사가 되려하고 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제시한 세계관에선 성공을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보다도 유전적인 완결성이 더욱 더 중요시 되며,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를 위한 생명공학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 20년 전 영화는 당시 대중들에게 생명공학의 파급력과 두려운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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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DNA와 우주선을 이용해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가타카 포스터


마지막으로 최근에 개봉한 두 개의 시리즈 영화 ‘쥬라기 월드 (2015)’,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2018)’을 보면, 생명공학을 향한 헐리우드 영화사와 대중의 시선은 극명하다. 이 영화는 1993년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의 속편 영화로, 나에게 공룡의 신비와 생명공학의 관심과 흥미를 키워준 영화의 최신 시리즈다. 영화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대중의 관점에서 즐기면 아주 즐겁다. 전작인 쥬라기 월드의 시작은,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공원 섬에서 일어나는 공룡들의 탈주와 유능한 공룡 조련사인 주인공 ‘오웬 그래디’와 공원 직원인 ‘클레어디어링’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창조된 ‘인도미누스 렉스’ (이 공룡은 설정 상 세상의 위험한 동물들의 유전자를 혼합해 놓은 흉폭한 신종 공룡이다.)의 공격으로부터 섬을 탈출하는 액션 활극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이렇게 탈출한 후 섬에 갇혀 있던 공룡들을 상업적 용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고, 이를 막으려는 이야기의 영화로 주인공들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탈출과 존재해선 안 될 위협적인 생명체와의 치열한 사투를 담은 액션과 CG가 훌륭한 영화이지만, 생명공학자인 우리들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 영화 시리즈를 볼 필요가 있다.
영화의 생명공학적 세계관은 호박 속에 갇힌 한 모기로부터 시작된다. 쥬라기 시대에 살던 모기가 흡수한 공룡의 피로부터 DNA를 복원하여 세계적인 재벌 ‘마스라니’와 천재 생명공학자 ‘헨리 우’와 생명공학 연구진에 의해 공룡을 남미의 외딴 섬에서 창조하고 키워서 이를 상업적으로 응용하여 공룡 테마 파크를 만든 이야기다. 생명공학적 관점에서 모기의 체내에 있는 공룡의 DNA가 완벽한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지, 이 공룡 줄기 세포를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키웠는지, 쥬라기 시대의 공기 조성 등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논외로 치고, 생명공학 연구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도미누스 렉스를 창조하고 키웠다. 다만 이를 운영하는 운영진의 제작 미숙 및 연구진의 경험 부족에 의한 관리 실패로 쥬라기 공원은 폐쇄되어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막대한 배상금 때문에 마스라니 재벌은 파산하게 되고, 쥬라기 공원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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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쥬라기 월드2: 폴른 킹덤 영화의 한 장면, 주인공 ‘오웬 그래디’가 새끼 벨로시 랩터 ‘블루’와 교감하고 조련하고 있는 장면 

 

영화의 후속편은 쥬라기월드 사태 3년 후이다. 사람들에게 잊혔던 쥬라기 공원이 있던 섬의 화산이 분화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공룡 보호에 대한 시위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러던 중, 예전 쥬라기 공원 사장의 동업자였던 대부호 ‘벤자민 록우드’의 유능한 비서 ‘앨리 밀스’는 클레어에게 쥬라기 공원 섬에 남겨진 공룡들을 구출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고 공룡들을 준비되고 정돈된 환경에서 잘 보존하고 싶다고 하여, 오웬과 클레어는 다시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속셈이 있었던 밀스의 사설 용병들에 의해 주인공들과 공룡들은 섬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가까스로 화산 분화 중인 섬에서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부의 공룡과 함께 탈출하게 된다. 살아남은 공룡들은 미국 본토로 수송된다. 밀스는 이렇게 잡아온 공룡들을 록우드가 저택 지하 경매장에 보내, 공룡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부자들에게 고가의 가격으로 팔려고 한다. 이러한 음모를 알고 이를 저지하던 주인공들은 공룡들이 경매에 팔려나가지 않게 하려 저지하지만, 일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공룡들을 저택 지하에서 죽여야 할지, 아니면 전 인류적인 재앙을 감수하고 공룡의 살 권리 존중을 위해 저택 바깥으로 내보내야할지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결국 주인공 일행은 공룡의 살 권리를 존중하여, 지하 저택(통제 가능한 환경)으로부터 야생의 세계(통제 불가능한 환경)로 공룡들을 해방하게 되고, 영화는 공룡이 세상 밖으로 나간 후의 미래를 짤막하게 보여주고 후속작을 예고하며 종료하게 된다.
위의 영화들을 생명윤리적인 시선으로 보면, 생명공학은 인간에게 본인들이 제어할 수 없는 힘이나 능력,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한, 위의 영화에서 나온 것과 같이,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뭔가 음울하고, 반사회적이며 사회적 파장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연구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처럼 비춰져 있다. 이러한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웃어넘기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가볍지 않은 것 같다. 미래의 생명공학도 양성에도 중요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 발생 시에 평소에도 선입견이 있던 대중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공학이야말로 ‘생명중심’의 학문이다. 늘 인간과 생명에 대한 탐구와 공학적 응용으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 증진이 최대 목적인 학문이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의 중심에는 생명공학이 있다. 우리들은 이러한 점들을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홍보해서,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생명공학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생명공학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젠 우리 생명공학자들도 영화 속의 악역보다는 주인공이 되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