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Materials Research Society (MRS) Spring Meeting 참관기
Date 2018-10-07 01:02:25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462
김윤석
석사과정
인천대학교 생명·나노바이오공학과
seok1098@inu.ac.kr

미국 피닉스 (Phoenix)에서 MRS 학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지도 교수님께 듣고 초록을 제출하여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되었다. 올해 MRS 봄 학회는 2018년 4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열렸다. MRS 학회를 소개하자면, 전 세계에서 소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국제 학회 중 하나로서 전자/광학 재료, 연성 재료, 나노바이오 재료, 재료 공정 등의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MRS 학회는 일 년에 두 번 열리는데, 봄 학회는 2015년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고 2016년도부터는 미국 Arizona주 피닉스에서 열리고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던 연구프로젝트가 산화 아연 나노 입자 기반의 약물전달체 제조였기 때문에 MRS 학회에서 내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MRS라는 큰 세계적인 학회에 참여하게 되어 그 분야의 대가들을 직접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서 진행 중인 소재 분야 연구에 대한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우리가 가는 피닉스의 날씨를 알아본 후 맞는 옷을 챙기고, 렌터카 예약, 숙소 예약, 환전 등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가장 준비가 필요한 포스터 발표도 꼼꼼히 준비하였다.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준비하였다. 그렇게 미국으로 떠나고, 목적지인 피닉스에 도착하기 전 LA를 경유지로 거쳐 갔고, 그 곳에서 처음 미국 땅을 밟아 보았다. 인천 국제공항에 비해 시설 등이 잘 갖춰지지 않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공항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Arizona주에 도착했을 때 햇빛이 엄청 강하게 느껴졌지만, 매우 건조해 한국의 여름과는 다르게 후덥지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저녁에 출발해 미국 현지 시간으로 점심 쯤 목적지에 도착해 잠을 못자 매우 피곤했지만, 주변을 돌아다니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이번 2018 MRS 봄 학회는 “Characterization, Modeling and Theory”, “Electronic and Photonic Materials”, “Energy Materials and Technologies”, “Late Breaking News”, “Manufacturing”, “Nanomaterials”, “Soft materials and Biomaterials” 라는 주제에 대하여 약 60여개의 세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세션들이 매일 오전 8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진행될 만큼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다양한 재료 분야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나 나의 연구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Soft materials and Biomaterials” 세션의 발표들을 많이 들었다. “Soft materials and Biomaterials” 세션은 구체적으로 로봇 공학용 연성 재료, 면역 조절 생체 소재, 조직공학 및 신경공학용 바이오 소재, smart 하이드로젤에 대한 연구 발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smart 하이드로젤과 관련하여 3D/4D 프린팅용 하이드로젤 제조 및 물성 평가, 그리고 이들의 의공학적 응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또한 기존 하이드로젤의 기계적 물성을 증가시키는 방법과 이를 생체이식용 하이드로젤로 활용하는 연구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최근에는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하여 생체 전기를 인식하는 전도성 하이드로젤이 개발되고 있고 이는 기존의 단순 조직재생용 하이드로젤을 뛰어넘어 심장이나 뇌질환을 치료하는 하이드로젤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뇌질환 치료용 약물전달체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기억나는 발표 중에 chitosan의 표면 개질을 통해 혈전 생성을 방지하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우리 실험실에서도 연구하는 소재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발표였다.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chitosan에 sulfonate를 도입시켰고 이를 통해 혈액 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이 감소되어 혈전 생성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발표자는 sulfonated-chitosan을 정형외과 이식용 생체 금속에 코팅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를 통해 우리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나노 소재의 생체 적합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sulfonate modification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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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MRS 학회장 내부 모습


내 포스터 발표가 속해있던 나노 소재 분야의 포스터 세션은 4월 5일 저녁에 열렸다. 한국의 학회와는 다르게 포스터 발표장 내에서 맥주와 와인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 약간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자유로운 학회장 분위기 때문인지 포스터 발표에 대한 부담감은 적었다. 내 연구 내용에 대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간단한 질문부터 전체적인 내용 소개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자는 맥주를 들고 와서 악수를 청하며 본인의 이름을 먼저 밝힌 후, 내 발표 내용에 흥미가 있다며 차근차근 질문을 한 사람이었다.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말해주며 배려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나를 곤란하게 했던 질문자도 있었다. 산화 아연 나노 입자의 전기전자적 성질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라 난감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를 더욱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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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발표 포스터 앞에서 찍은 사진


공식적인 학회 일정을 마치고 지도 교수님, 실험실 동료와 함께 피닉스 주변의 유명한 관광지인 Red rock state park 투어에 나섰다. Red rock state park는 피닉스 컨벤션 센터에서 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세도나 (Sedona)시에 위치한 공원인데 전 세계에서 매년 500만 명이 찾는 유명한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세도나로 가는 중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긴 사막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Red rock state park에 도착했을 때, 한국의 성산 일출봉보다 더 커 보이는 붉은 바위산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그 웅장함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 중에서 종 모양처럼 생긴 Bell rock이라는 붉은 바위산의 기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도나 지역의 붉은 바위들은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자기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발산되는 vertex 라 불리는 ‘기(氣)’를 받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세도나를 찾고 있다고 한다. 날씨는 좀 더웠지만 자연의 ‘기’를 받기 위해 Bell rock 주변을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산책 후, 우리는 “Chapel of the holy cross” 라는 성당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도 어느 정도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 앞에서 본 바위산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늘도 맑고, 구름도 깨끗해서 사진 찍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국 관광객을 만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찍어주신 사진이 합성한 사진처럼 너무 아름답게 나왔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 항상 보이는데, 이곳은 지평선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미국의 광활함은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람들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Red rock state park에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돌아갈 수밖에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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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Red rock state park에서 찍은 단체 사진


이렇게 약 일주일간의 학회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첫 해외 학회 발표라는 생각 때문에 약간의 부담과 걱정도 있었지만 학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MRS라는 세계적인 학회를 통해 그 분야 대가들의 발표를 실제 들어볼 수 있었고, 최근 나노바이오 소재 개발 및 연구 동향과 관련한 다양한 발표들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 약물 전달체라는 분야에 대해 많은 발표가 있지는 않았지만, 요즘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3D/4D 프린팅용 소재 및 하이드로젤에 대한 다양한 강연과 포스터 발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자연과 문화, 볼거리 등을 짧은 시간 내에 골고루 잘 구경한 것 같아 뿌듯했다. 또한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