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교육은 잘 되고 있는가?
Date 2018-10-08 10:54:37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27
유영제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yjyoo@snu.ac.kr

세상만사는 인사라고 한다. 인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최상위의 교육은 대학에서 이루어진다. 대학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대학교수이다. 그래서 대학교수에게는 많은 자유와 권위가 주어진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은 교수가 되고 싶어 한다. 교수라고 하는 직업이 주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유성, 그리고 정년보장이 되는 안정성 등이 주 이유인 듯 하다. 교수의 3대 업무는 교육, 연구, 봉사라고 하는데 많은 이들이 연구에는 관심이 많으나 교육과 봉사에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기여할까 의문이 든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교육은 잘 되고 있는가? 이런 이슈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고민해 왔는가? 본고에서는 교육에 대한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교육의 기본 목표는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 그리고 직업을 통하여 인류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개인은 행복한 삶을 살고,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소양교육과 전공교육을 받는다. 특히 대학에서의 교육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식인을 키워 사회로 배출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초중등교육 그리고 가정교육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대학교육 단독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한계는 있지만, 교육과정의 최상위의 위치에 있기에, 교육은 대학에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이다.


1. 교육의 현실과 과제

 

대학에서의 교육이 잘 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염려하는가?,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가?, 그러기 위해 소통을 하고 협력을 하는가?, 글로벌한 상황을 이해하고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이슈로 판단된다.
우리는 위의 몇 가지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잘 교육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오래 전 강의 자료를 갖고 강의실에 들어가 주로 혼자서 이야기하고 나오는가?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가? 대학원생에게도 주로 연구 디테일을 설명해주고 실험을 시키는 수준인가?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들 것이다.


1)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염려하게 하는 교육인가?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주로 인간과 사회의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있는가? 우리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있는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과 방법은 무엇인가? 여기에 과학과 기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떤 기술과 연구가 필요한가?
이런 질문을 하고 답할 수 있는 지성인의 소양을 길러 주어야 한다. 단순히 문학작품을 읽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교양교육을 영어로는 humanities education 또는 liberal education 이라고 하는데, 교양을 쌓는다는 것보다는 인간의 이해 그리고 어떤 사상이나 가치관을 벗어날 수 있는 그래서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교육이라는 뜻이 있어 교양교육의 목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학회지에 소개된 방법 2가지를 소개한다. (공학교육연구 2018년 7월호, 한국공학교육학회) 

 

영화이야기를 통한 비판적 사고 교육 :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인문사회과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공학 분야에서도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비판적 사고를 학문적이고 철학적 접근을 통하여 공부할 수 있겠으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하여 접근하는 방식이 소개되었다. 영화를 예로 들어 영화에서 발견하는 메시지, 기술의 이해, 윤리적이거나 기술적인 문제 제기 등을 통하여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훈련을 하는 교육 방식이다.


서비스/봉사를 통한 교육 :
우리 주위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많아 그들에게 봉사하는 기회를 통하여 우리사회에 대하여 많은 이슈를 생각하게 되고 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는 지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몇 대학에서 교육과정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문제를 다루다 보면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 융합적인 사고방식, 경영경제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하여 교육의 효과가 기대되는 방식이다.


2)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교육인가?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문제해결 능력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이었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바이오 혁명으로 지칭되는 지식기반 사회에 살고 있고 앞으로 이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이슈를 정의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문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것은 창의성이 바탕이 된다.
어떻게 해야 창의성이 계발되는가? 우리가 주도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을 창의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project-based learning,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방식 등을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많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식은 빨리 변화하고 새로운 지식이 계속 소개되고 있기에 지식이 아닌 지혜를, 중요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대학원에서의 교육은 학생이 직접 연구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구 주제의 발굴,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연구 방법론, 실제 실험을 통하여 입증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여 학회에 보고하는 단계 등을 통하여 창의적인 교육, 연구를 수행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교수가 성급하게 연구 성과에 연연하여 대학원생을 테크니션처럼 활용하는 것은 대학원 교육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여야 대학원생의 연구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지가 대학원 교육의 주요 이슈이다. (참고 : 이공계연구실 이야기, 동아시아출판사)
그런데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변화할까? 단순 실험과 연구는 로봇이 담당하고 지식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에게 물어보면 쉽게 답을 구하는 시대가 된다.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 그리고 혼자 또는 여럿이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찾아가는 마음 자세와 기본 소양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그래서 도전해보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이다.

 

3)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을 도와주는 교육인가?


협력과 소통은 학생 개인의 몫이지 교수가 그것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오래 전부터 공학교육인증에 관련된 내용에는 소통과 협력이 강조되고 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 소통을 위한 글쓰기, 발표 능력, 협력을 위한 팀워크가 강조되고 있다. 협력과 소통은 글로벌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이슈의 이해도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된다. 강의실에서, 강의실 밖에서 협력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그럼으로써 시행착오를 하며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방법을 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2. 또 중요한 것들 

 

1)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다. 청소년이 과학과 공학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기초를 잘 이해해야 21세기 과학기술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고 글로벌하게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은 잘 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면 99%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할 것이다. 교육에 관련된 이슈는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였으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이슈이다. 교육이 교육 논리에서 벗어나 정치, 사회 구조, 파워 게임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과학기술 분야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몇 군데를 제외하고 과학 교육이 잘 되고 있지 못하다. 토론 수업은 하기 힘들고 실험과 탐구 교육은 더더욱 어렵다. 교실에서는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전달하기도 바쁘다고 한다. 과학을 실생활에 연계시켜 과학에 흥미를 주기 위한 STEAM 교육은 방과 후 활동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수능에 출제되는 수준으로만 과학 공부가 이루어진다.
하나를 잘 배우면, 기초가 단단하고 흥미가 생기면 세부적인 것은 천천히 공부해도 된다. 흥미를 갖고 기초를 잘 배우는 것, 과학적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과학과 공학을 연계시키는 사고가 필요하다. 제도권에서 이루어지기 힘들면 제도권 밖에서라도 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힘, 입시와 연계시켜서라도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흥미가 있는지, 왜 그런지, 어떻게 활용가능한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험 교육을, 그러나 중요한 실험 교육을, 사이버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내야 한다. (참고 : 생명과학교과서는 살아있다, 동아시아출판사)


2) 산학협력교육, 평생교육에 관심을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진보는 너무 빠르기에 어제의 지식은 오늘 낡은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식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평생 받아들일 수 있는 소양을 대학에서 잘 가르치는 것이며 새로운 기술을 계속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평생 해야 한다. 그것을 산학협력, 평생교육이라고 해도 좋다. 이러한 서비스는 우리나라 산업체만을 대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글로벌하게 해야 한다. 가르치는 방식도 면대면(face-to-face)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외국의 저명한 인사도 모셔야 한다.


3) 저변확대를 위한 교양도서 발간 등에 관심을 

 

이러한 모든 것의 시작은 과학적 사고가 우리 사회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 과학기술을 존중해 주는 것 등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강연을 하고 교양도서 발간 등을 해야 한다. 이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생각하자. 혼자하기 힘들면 같이 하는 것이다.


3.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1) 학회의 역할 

 

교육의 문제를 늘 생각하는 학회들이 있다. 미국의 공학교육학회(ASEE, American Society for Engineering Education)는 설립된 지 125년이 된다. 미국의 기술력의 밑바탕에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이 주 이유의 하나이다.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이슈에 대하여 그리고 세부적인 방법들에 대하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세부 전공 교육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는 참고할 만한, 참석할 가치가 있는 학회이다. 우리는 창립 25년이 된 한국공학교육학회(KSEE)가 있다.
세부 전공에 대한 교육은 전문 학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많은 장점이 있다. 우리의 생물공학회에서 교육에 대한 문제 그리고 생물공학 교육의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기를 기대한다. 나아가서는 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AFOB)를 통하여 아시아 지역의 생물공학 교육 이슈가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2) 대학의 역할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대학교수는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비전문가이다. 교육 비전문가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도 교수는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는 경험이 있는 전문가이니 가르치는 과정에서 생각하면서 가르친다. 어떻게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까, 어떻게 기초개념을 확실하게 할까, 어떻게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하며 가르치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전에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경험 있는 이들의 조언을 참고한다면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많은 대학에는 강의지원센터가 있어 교육 활동 등을 도와주고 있다. (참고 사례 :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3) 교수의 역할 

 

교수는 교육의 주체이다. 교수가 깨어 있어야 교육이 산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OCW (open course wares),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을 통하여 전세계의 유명 강의를 접할 수 있고 이것은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와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강의를, 교육을 정말 잘하기 위한 노력이 과거보다 더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열되어 있고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아이가 힘들고, 부모가 힘들고 그리고 나라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하다. 이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은 배우고 생각하는 지식인의 임무이다. 교수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참고도서 : 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가 산다. 오래출판사) 

 

4. 맺는 말: 인공지능과 바이오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하여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질병의 문제, 식량의 문제, 지구 환경 이슈, 새로운 에너지와 소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리고 쓸모 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일,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합리적으로 만드는 일, 글로벌한 이웃과 더불어 같이 발전하는 일 등이다. 이러한 모든 것의 시작은 교육이다. 교육을 통하여 이러한 이슈들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우리의 노력이 합해져서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더 좋은 지구촌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