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물산업의 미래를 위하여
Date 2019-04-08 15:52:55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08
이희찬
제 26대 회장
한국생물공학회
heichan@sunmoon.ac.kr

1970년대 시작되어 생물공학의 광풍을 일으킨 유전자재조합기술은 DNA를 원하는 위치에서 자르고(Restriction) 붙이는(Ligation) 기술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기술은 생명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시작부터 인간사회의 윤리적 의문점을 갖고 시작되어 왔습니다.

최근에 더욱 발전된 형태의 유전자재조합기술은 CRISPR/Cas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와 ‘CRISPR-associated sequences’) 시스템은 1987년 처음 발견된 이후에 본격적인 응용이 시작되어, 2018년 11월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에 의하여 인체에 적용되어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유전체공학 기법으로 에이즈 저항성을 갖는 쌍둥이 아이를 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전해진 뉴스는 인류 전체가 우려하는 맞춤형 인간의 탄생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는 에단 호크가 주연한 1997년에 만들어진 영화 카타카(Gattaca)에서 예측된 것으로 20년 만에 역사적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달에 가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를 보고자 했던 인류의 소망도 현실에 조금 가까워지고, 천리안과 축지법 등 무협소설에서 보던 우리 인류의 상상이 현실로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10년 후에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게 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급격한 사회변화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의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의 발전은 현대사회의 변혁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고, 특별히 바이오혁명에 의한 사회변화는 생물공학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19세기의 증기기관과 함께 시작된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에너지의 생산 및 수송수단의 혁명적인 발전과, 인터넷 및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통하여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기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바이오시대의 초입에 위치하고 1970년대 꿈으로 시작된 유전공학이 더 이상 꿈이 아니고, 생물산업이 현실적인 지위를 갖고 국가 및 세계 경제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국내 및 국외의 증권시장에서 시가 총액 상위 업체에 포진하고 있는 다수의 생물공학 업체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경제의 중심에 바이오산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올해는 30대 중반이 된 한국생물공학회가 한국을 포함하는 세계의 바이오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일꾼으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때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전임 회장단을 포함한 한국생물공학회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창의적인 업적은 본 학회가 청년으로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줄 수 있는 체력을 갖추기에 충분하였다고 생각됩니다.

1970년대 말에 시작되어 1980년대에 생물공학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생물공학회를 탄생시킨 전임회장 및 임원진에 이어 1990년대에는 한국생물공학회가 외국의 생물공학분야의 협력을 도모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APBioChEC과 1994년 시작된 YABEC의 활동을 통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생물공학분야에서 한국의 생물공학의 위치는 점차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미국과 유럽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세계 생물공학분야의 정점에 위치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 2012년에는 15차 IBS (15th International Biotechnology Symposium & Exhibition)를 유치하여 대단히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면서 한국생물공학회가 세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YABEC은 AFOB, ACB로 발전되어 한국 생물공학이 아시아의 중심이고, 미국, 유럽 등과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한국생물공학회의 성장과 활동과정은 가히 청년기를 거쳐서 이제 세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활발한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체력과 실력을 갖추었고,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시대라고 하면 어떠한 방향으로, 무엇을 중심으로 활동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등 한국생물공학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할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으로 회자되고 있고, 그 변혁의 시기를 몸으로 체험한 우리 세대의 사람들도 어떻게 그러한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할 때가 있고, 이러한 발전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 및 정부주도의 발전에 의하여 2019년 현재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그와 걸맞게 전 산업분야에서 한국은 대부분 10위권 이내의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통칭되는 G7국가에서 기술도입을 하고, IBRD차관을 통하여 물품과 기술을 도입하던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유럽에서도 한국은 기술이 발전된 나라로 인정되고, 스포츠 및 문화분야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어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분야의 산업이 비교적 뒤로 처지고 있는데, 바이오 및 의약분야의 산업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하여 발전속도가 느리고, 따라서 많은 물품과 기술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견인한 대표기업 중에 하나인 삼성이 미래에 대한 먹거리를 걱정하며, 바이오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든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고, 혹은 더 일찍 했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찍이 1980년대부터 한국의 생명공학에 아낌없이 막대한 투자를 실행한 LG도 있었으나,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이르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규모의 한계가 한 가지 요소였다고 판단됩니다. 1991년부터 신약개발에 착수하여 2003년에 최종승인을 받은 팩티브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업의 능력, 즉 임상시험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한국기업의 규모를 확인시켜 준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생물공학의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어 요즈음은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과 경쟁에 나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 생물산업의 규모는 다른 분야에서 한국이 갖는 경쟁력에 비하면 미흡하다고 판단되고, 이에 따라서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면 그에 걸 맞는 생물산업분야의 학문적 역량, 산업적 활동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이 부족한 이유를 찾아보고, 학회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생물공학회의 활동이 지난 30여 년간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발전한 것은 가히 폭발적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회원수가 8000명에 이르고, 봄 가을 학회마다 1500명 이상이 참여하고, 5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며, 외국에서 저명한 연사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또한 여러 국가에서 오시고 있습니다. 특별히 학회 때마다 세계의 대표적인 연사를 모시고자 할 때, 연사의 스케줄, 연구 분야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제가 이번에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한국생물공학회 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연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본 학회 회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진 것을 방증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학문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도 산업적인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생물산업계가 가진 현 주소로 인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노력을 실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내외 산업계의 핵심인사를 초청하여 한국생물산업의 강점과 약점, 개선해야 할 문제와 해결책 등을 함께 논의하고, 학회가 해야 할 일을 찾고자 합니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선배님들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그러나 비교적 쉽고, 또한 그 선배님들이 아직 학회에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고 계시므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생물산업의 발전을 통하여 한국 경제발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하여 학회활동의 중심을 산업계와의 협력에 보다 치중하고자 합니다.

생물산업의 Red, Green, Blue, White 전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계와의 활동을 포함한 학문적인 결실들이 학회에서 발표되고, 그를 바탕으로 더 큰 논의의 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White Biotech의 대표적인 결과들을 발표할 장도 특별히 마련하여 산업계의 고민과 연구자의 우수한 성과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올해 봄 학회에서는 셀트리온, 한국콜마, 레고켐바이오, 삼성바이오에피스(영문 알파벳순)의 CEO를 모시고 한국 생물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합니다. 논의를 이끌어 주실 분으로는 학회 전임 회장님들을 모시었습니다. 가을 학회에도 더 많은 노력을 통하여 산업계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가능하다면 외국의 성공적인 산업계 활동에서도 그 예를 찾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2018년 학회 수석부회장에 당선되며 준비한 저의 다짐은 모두 이룰 수 없지만, 학회의 발전방향으로 회원 여러분의 활동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바른 발전방향을 정립하기 위하여 기획위원회 활동을 통하여 학회 장기발전방향도 심도 있게 논의하겠습니다. 학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영문 및 국문 학술지 발전에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새로운 회원을 발굴하여 학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첫 번째 학회가 다가오고, 올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회원 여러분의 바람을 제대로 파악하여 한국생물공학회가 한국생물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까지 생물공학회를 이끌어 주시고 지원해주신 선배님들과 회원님들 제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협조, 그리고 따끔한 일침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