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내 삶의 목표
Date 2019-04-09 14:57:28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744
김영민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
davidkim@kist.re.kr

처음 BT News 기고를 부탁받았을 때에 내가 그럴만한 사람일까? 잘 적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먼저 일어났지만, 좋아하는 박사님의 부탁이어서인지 승낙을 하고는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는 것이 좋을까.. 결국은 나의 지난 과학과 함께한,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연구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삶의 방향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고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던 나는 교통사고 이후의 어머니의 삶을 보며 인생의 목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꿈꿨다. 그래서 사람을 돕는, 삶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좋아하던 물리대신 생명과학과라는 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생명과학과에 재학하던 시절에는 바이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실험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일부러 화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학수업도 들어가면서, 미래에 대한 발판을 쌓아갔다. 또한 응용과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대학연합학술제에 들어가 계속된 발표와 세미나를 통해 바이오 관련 학문의 다양한 산업적 접근들 특히 줄기세포에 대하여 배우게 되었다, 3학년 때부터는 이강석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분자 미생물학 실험실에서 약 1년 동안 분자생물학적인 여러 기술들을 접하고 습득하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공부해왔던 줄기세포와 탄소나노튜브라는 새로운 물질을 이용한 알츠하이머의 치료법에 매력을 느껴 의과대학 이원복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도 1년 정도 학생연구원으로서 연구를 하였다. 이 당시, 탄소나노튜브라는 물질은 다른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해당 교수님으로부터 받아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이 때 물질에 따라 효과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고, ‘재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고 물질을 직접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재료의 개발로 방향을 잡고, 사람에 적용되는 재료 중 바로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송수창 박사님 방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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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018년 송수창박사님 연구실 스승의 날 기념 모임의 모습

 

 

연구의 방향


조직공학으로의 첫걸음, 흔하지만 어려운

연구의 첫 시작부터 사람을 돕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고, 삶의 질이 가장 떨어지지만 현재 방법이 없어서 고통 받는 환자들이 많은 분야가 무엇일까를 고민했었다. 그 때 생각난 분야가 사고로 인한 손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조직공학이었다. 조직공학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나는 이 분야로의 접근을 약물전달, 세포치료, 체내 반응 유도 기술 등의 요소 기술들이 합쳐져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각 요소기술들을 연구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약물전달시스템과 하이드로젤
약물이 몸 안에서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약물이 효능을 발휘할 표적 조직 혹은 세포로 이동을 해야 한다. 약물이 눈이 달려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적 조직/세포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서 그 곳으로만 효과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기능을 가진 약물의 전달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약물들이 혈관을 통해 순환해야 하기에 나노크기의 리포좀, 나노입자, 나노복합체 등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표적부위에의 전달률은 10% 내 정도에 그쳐있다.
내가 학위과정을 했던 송수창 박사님 연구실은 폴리포스파젠이라는 고분자에 소수성 아미노산 에틸에스터, 친수성 아미노폴리에틸렌글리콜을 결합시켜 양친성 성질을 만든 후에,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소수성 결합의 증가로 인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3차원 하이드로젤이 형성되는, 온도감응성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는 곳이다. 본 물질은 1) 주입형이기에 주사로 손쉽게 체내에 적용할 수 있고, 2) 주입한 곳에 3차원으로 젤이 형성되기에 약물을 그 부위에만 고농도로 전달할 수 있으며, 3) 체내에서 사라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그에 따라 약물의 방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4)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분해산물까지 체내에 있는 물질로 분해되기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이 물질을 이용해서 항암제, 단백질 등의 전달을 유도해 치료효과를 유도하는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깊이 파려면 넓게 파자, 나노-하이드로젤-나노 시스템의 개발
좁은 땅을 깊게 파기 위해서는 그 주변까지 넓게 파는 것이 효과적이다. 박사학위라는 것이 특정한 지엽적인 한 분야의 전문가로 된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그렇게 한 주제를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조금은 넓게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한 분야만 공부하다보면 그만큼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 넓게는 경제학, 경영학 등의 책을 보고, 좁게는 매 달 하루 이틀 정도는 과학계 내의 다른 분야의 논문들을 리뷰하며 나의 시각을 넓히는 훈련들을 해왔다. 특히 관심 있던 분야는, ‘나노구조’, ‘유전자 편집’, ‘면역학’ 등으로, 이 연구실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은 분야를 스스로 공부해왔고 이러한 새로운 적용을 통해 기존에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하이드로젤을 이루는 고분자가 양친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과 고분자의 이온성 결합이 나노입자화를 유도하는 점을 이용해 주입형 온도감응성 하이드로젤의 나노입자 용액에서 하이드로젤로 변하고 다시 하이드로젤로부터 나노입자가 서서히 방출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 기작을 밝혀냈다, 그에 치료효과를 도입하기 위해 하이드로젤과 유전자와의 이온성 결합을 통해 유전자를 세포 내로 전달할 수 있는 전달시스템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장기간 서방형 유전자 치료 시스템을 개발할 수가 있었다(ACS Nano, 2012). 이를 바탕으로 세포투과용(Biomaterials, 2013), 서방형 장기 온몸치료용(Biomaterials, 2014), 항암제/유전자 동시 전달용 시스템(ACS Macro letters, 2016) 등을 차례로 개발할 수 있었다.

 

세포 성장/분화 유도 재료의 개발
조직을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인 세포를 몸 안에서 커다란 조직을 이루게 해서 기능을 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세포를 체내에 적용했을 때, 뿔뿔이 흩어져서 결국 원하는 부위에는 매우 소수의 세포만 존재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포를 흘러가지 않게 잡아주는 기능과 목표 부위에 세포가 붙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추가적인 물질이 필요하다. 하이드로젤이 체내에서 비교적 안전하며 3차원 구조를 가지기에 일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지만 하이드로젤을 이루는 네트워크의 공간 크기가 마이크로 단위로 매우 커서 세포가 효과적으로 붙지 못하고 통과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 후에 물리/화학적 이중 결합을 통해 빽빽한 구조를 가져서 세포를 효과적으로 담지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하였다. 거기에 추가로 단백질을 전달하는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하이드로젤과 함께 주입한 세포가 잘 생존하며 넣어준 단백질에 따라 다르게 분화되어 각 조직을 형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Biomaterials, 2017).

 

체내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의 개발
우리 몸 안에도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기작들이 존재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작은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재생이 되곤 한다. 하지만 커다란 상처 혹은 신경관련 기관 등 몇몇의 경우에는 재생 기작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척수손상의 경우에는 현재 치료법 자체가 전무한 치료가 어려운 분야이다. 저온에서는 액상이지만 체온에서는 젤로 변하는 온도감응성 하이드로젤을 이용하여 불규칙한 구조의 병변부위에 맞춤인 형태의 젤을 형성시키고, 대식세포를 잡아줄 수 있는 이미다졸기를 도입함으로써 손상부위의 대식세포들이 하이드로젤 내에 머물면서 방출하는 다양한 인자들로 인해 주위의 세포들을 자극하여 섬유질을 분비하게 유도하여 낭포성 공동을 메워주도록 유도하는, 체내의 면역기작을 통해 재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실제 사람에서 발생하는 신경손상 형태와 매우 유사한 흰 쥐의 좌상손상 모델에 하이드로젤을 주입해본 결과, 하이드로젤을 이식받은 모든 동물에서 손상 이후의 조직 결손이 거의 완벽하게 사라지고, 조직 결손이 예상되었던 병변의 중앙에 하이드로젤 내에 잡혀있는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세포외기질 단백질이 침착함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작용으로 인해 이차손상으로부터 축삭을 효과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쥐의 행동이 크게 개선되는 등의 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Nature Communications, 2017).

 

앞으로의 연구계획과 방향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것처럼, 제 연구의 방향성대로 약물전달시스템, 세포 성장/분화 유도 재료, 체내반응유도 재료 등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할 한계가 많기에, 위 세 가지 연구들을 계속해나가고, 그 외에도 생체접착시스템, 면역조절 시스템, 체외 유사조직 형성 등을 연구하며 조직재생의 사람에의 적용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들을 메꿀 예정이며, 각 시스템들을 융합시켜 최적의 조직재생물질을 만들어서,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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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단합 잘 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의 단체산행 기념사진

 

 

연구실 및 연구소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해온,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하고 있는 송수창 박사님의 연구실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공학연구소의 생체재료연구단에 속해있고, 주입형 온도감응성 폴리포스파젠 고분자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다양한 의학적 적용을 연구하는 곳으로 현재 박사후 연구원 2명, 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1명, 통합과정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사님의 교육방침대로 각자 주제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를 위한 지원은 아낌없이 해주시기에 나도 그런 분위기 덕분에 하고 싶었던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연구실을 소개해드리자면, 같은 생체재료연구단에 속해있고, 불과 2개월 전에 새로 오픈을 했다. 그래서 송수창 박사님과 협업도 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연구를 해보려는 단계에 있다.

 

그 외 하고 싶은 말들
연구를 한다는 것이 비록 조금 불안하고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삶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귀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 시작하는 후배 분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며 열정을 가지고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구에 열정 있는, 저와 비슷한 뜻을 가진 분들이 필요하다. 언제든 저의 연구가 관심이 있고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연락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귀한 기회를 허락해주신 BT News 기고 관리자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부족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한국생물공학회 모든 회원님들의 앞으로의 삶에도 연구에도 감사한 일들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