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Date 2019-04-09 15:06:33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94
윤혜련
박사 후 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 전문연구단
yoonhr22@kribb.re.kr

처음 원고 작성을 의뢰받았을 때, 많은 부담이 되었다. 워낙 글쓰기에 재주도 없을 뿐더러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기에는 나의 경험이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연구자로서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고 어색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학위 과정을 시작하려고 하는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지금까지 나의 연구생활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바이오와의 만남


연구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막연히 연구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시절 과학 과목 중에서 화학,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화학 관련 전공인 고분자 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학부 시절에는 주로 화학 또는 공학과 관련된 전공 수업을 들었고, 4학년이 되면서 기업체 실습을 통해 산업현장을 경험하였다. 그 후에 전공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연구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학부 4학년 때는 모든 졸업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생물 고분자와 의료용 고분자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생물학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았던 고분자 공학이 바이오 분야에도 응용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사실 나는 바이오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전공 책을 찾아 공부하기보다는 시중에 파는 생물학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쉽게 접근했던 것 같다.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생물학 분야가 나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내가 전공한 공학을 바이오에 적용할 수 있는 전공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융합 학문인 나노바이오공학과에 석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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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카이스트 화학과 분석생화학 실험실 정용원 교수님과 실험실 구성원들


당찬 포부를 가지고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사실 나는 그 당시 파이펫도 모르던 완전 초보였다. 그래서 파이펫 사용법부터 익히면서 바이오 실험에 입문했다.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생에 처음 진행했던 연구는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을 이용한 microRNA 검출에 관한 연구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microRNA는 단백질 발현을 제어한다고 알려져 있어 질병과 관련된 중요한 바이오 마커이다. 그런데 크기가 작고 시퀀스의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원하는 microRNA만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microRNA의 특이적 검출을 위한 분석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막상 직접 연구를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 실험할 때 손이 탄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실험할 때는 나오지 않던 결과가 선배 언니가 하면 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초반에는 실험 기술 부족 탓인지 결과의 재현성이 떨어져 많은 좌절과 절망을 하였다. 힘들었지만 연구를 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함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석사과정이 끝나갈 때쯤 나의 첫 1저자 논문이 게재되었다. 그 성취감이 무엇보다도 컸고 박사과정 진학을 결심하였다.
나는 박사학위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단백질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화학과의 여러 연구실 중에서 분석생화학 연구실을 선택하였다. 나의 박사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다중결합기반의 생체 프로브 개발 및 생화학적 응용이다. 나는 단백질이나 DNA를 엔지니어링 하여 생화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프로브(probe)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단백질 엔지니어링을 통해 새로운 구조와 기능을 갖는 단백질 구조체를 개발하여 바이오센서 및 약물전달시스템에 응용하였다. 첫 번째 연구 주제는 아비딘 단백질을 엔지니어링하여 단백질 중합체(polymer)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그 기능을 여러 분석방법으로 증명하였다. 또한 단백질 나노케이지를 엔지니어링하여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박사과정은 실험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연구 방향을 설계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록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다행히 작년에 두 가지 프로젝트 모두 좋은 결과를 얻어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 보면, 많은 좋은 인연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나를 따뜻하게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교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또한 연구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분석생화학연구실 선배님들 덕분에 많이 의지가 되었고, 즐겁게 실험실 생활을 할 수 있게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잘 따라준 후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힘든 대학원 생활 속에서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시작


현재 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 전문연구단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의 정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 제작하거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 시스템을 재설계, 제작하는 분야를 말한다. 주로 새로운 바이오시스템을 제작하기 위한 유전자 합성과 생물학적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연구를 말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나 긴장되듯이 처음 연구단에 합류했을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 분야와 많이 달라서 아직까지 많은 내용이 생소하고 어렵지만, 여기 계시는 많은 박사님, 연구원분들의 도움을 받아 적응해 가고 있다. 이렇게 좋은 연구 환경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배워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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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 전문연구단 이승구 박사님과 실험실 구성원들

 

 

글을 마치며

아직도 박사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낯설다. 박사과정을 거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하다 느낀다. 하지만 어렸을 적 막연히 꿈꾸었던 연구자가 되어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뿌듯하고 신기하다. 긴 학위과정을 마치기까지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분야로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성장하며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의 연구 생활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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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 19-08-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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