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인연이 만들어주는 현재...
Date 2019-04-09 15:43:21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27
임광석
교수
강원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kslim@kangwon.ac.kr

2019년 황금돼지해가 시작되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라고 인사를 나눈 것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어느덧 3월이 되어 봄을 맞이하고 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겨울 방학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개강을 하고 교내에 학생들이 활기차게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니 겨우내 움츠려 들었던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현재 필자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문화예술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에 2017년부터 재직 중이다. 문화예술공과대학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 명칭이 탄생하기까지 강원대학교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이해주시길 바라며... 학교에 온지 벌써 3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많은 일들에 적응 중이다. 독립된 연구자가 되어 3년째가 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한 점만 더 느껴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과 많은 선·후배 연구자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대학원생들과 실험실에서 연구도 하면서 강의도 하고 학교일도 하지만, 가장 보람된 일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아닌가 한다. 짧게는 1년밖에 못 본 학생들도 있고, 필자와 함께 입학동기(?)인 17학번 학생들은 3년째 함께 하고 있어 많은 정이 쌓여가고 있다. 이 친구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더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바쁜 3월이 지나가고 있는 와중에 ‘BT스토리’섹션에 원고를 쓰게 되면서 무슨 말을 쓸지 긴장도 되지만 오랜만에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Jean Paul Sartre - “Life is C between B and D.”


살면서 많은 명언들을 듣고 마음에 담아두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명언은 Jean Paul Sartre(장 폴 사르트르)의 “Life is C between B and D.”이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라는 말로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이 반복되고 그 인과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 하루 안에서 우리는 눈을 뜬 이후로 많은 선택과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된다.
- 지금 일어날까? 5분만 더 자면... 안될까?
- 오늘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
- 오늘 점심 메뉴는?

이처럼 하루의 작지만 반복되는 선택들과 함께 여러 선택들을 계속하게 된다. 작다고 생각되는 하루하루의 선택들이 1달의 결과를 그리고 1년의 결과를 만들어 간다. 선택할 때는 작은 선택일 수도 있었지만, 막상 돌이켜 보면 크나큰 인생의 갈림길의 선택이었던 순간도 있다. 그 때 다른 결정을 했으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한 순간이 분명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전 예능프로그램 중에 ‘일요일 일요일밤에’ 속 하나의 코너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생각난다.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고 각각의 선택에 따른 인생을 코믹하게 보여주던 코너였는데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생각이 난다. 지금 다시 그 코너를 생각해보면 현실에선 불가능하기에 상상을 해보면서 더 마음에 와 닿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역사책을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런 선택들이 영향을 주는 사례는 역시 역사 속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역사 속 인물이 결정한 선택이 작게는 그 위인의 운명에 영향을 주고 크게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런 결과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에 남는 역사 속 이야기를 돌이켜 보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초한지(楚漢志)와 삼국지(三國志)


많은 역사책 중에서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많은 계략과 암투를 알 수 있는 초한지와 삼국지를 빼고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삼국지2’라는 게임으로 처음 접한 삼국지는 중학교 시절 책으로 읽게 되었고 지금까지 몇 번을 읽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 사는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유비, 조조,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이 만들어가는 역사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이후 자연스럽게 초한지를 읽게 되면서 수없이 많은 역사 속 영웅들의 일대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나라와 한나라, 위촉오 삼국의 흥망성쇠에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지만 몇 번을 읽다보니 오히려 개개인들의 삶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각 국의 역사적인 시점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사람의 마음이 약자에게 끌리는지라 초나라와 촉나라의 인물들에 더 마음이 간다. 그 중에서도 소하와 한신, 조조와 제갈공명에 대해 말하고 싶다.



역사 속 선택의 순간 – 초한지의 소하와 한신


소하(蕭何) ( ? ~ BC. 193) - 한나라 개국공신, 재상(蕭相國), 한초삼걸(漢初三傑)
한신(韓信) ( ? ~ BC. 196) - 한나라 개국공신, 대장군, 한초삼걸(漢初三傑)

한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운 한초삼걸(소하, 장량, 한신) 중 2명인 소하와 한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신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과하지욕(誇下之辱), 일반천금(一飯千金), 배수지진(背水之陣), 토사구팽(兎死狗烹) 등 많은 고사성어(故事成語)와 연관되어 있으며 대단한 일생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한신은 원래 초나라 항우 진영에 있었으나 항우를 떠난 뒤, 소하의 추천으로 한나라 대장군에 올라 전쟁터에서 많은 전공을 세운 장수이다. 한나라 건국 이후 소하의 계략에 빠져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일생을 마감하는데, 한신은 이때 자신의 책사였던 괴통이 유방을 떠나 나라를 건국하라는 조언을 듣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된다. 또한 한나라에서 한신의 성공과 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소하는 후방에서 병참을 보급하여 유방(한고조)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한신을 천거했다. 항상 조심하는 성격으로 자유분방하고 의심이 많은 유방의 휘하에서 개국공신으로 끝까지 남은 공신이다. 그런 소하도 백성의 신망을 받게 되어 유방의 의심을 받자 백성을 착취하는 모습을 보여 살아남는다. 후일 한신을 제거하게 되고 성소하패소하(成蕭何敗蕭何)라는 고상성어로 남게 된다. 초한지의 많은 영웅호걸들을 보면 선택의 순간에 내린 결정이 자신의 운명에 영향을 줬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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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중의 석문광장에 조성되어 있는 유방, 한신, 소하의 상(출처 – 네이버)



역사 속 선택의 순간 – 삼국지의 조조와 제갈공명


조조(曹操) (155년 – 220년) - 위 무제(魏武帝), 조맹덕(曹孟德)
제갈량(諸葛亮) (181 – 234년) - 촉나라 승상(丞相), 제갈공명(諸葛孔明)
삼국지(三國志)... 정사삼국지, 삼국지연의 등 많은 말들이 있지만 삼국지만큼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은 없을 것이다. 초한지에 이어서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조조와 제갈공명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제갈공명은 삼국지는 읽지 않았어도 누구나 알만큼 잘 알려진 인물로 어떻게 보면 삼국지의 7할을 이끌어 가는 인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와룡(臥龍), 삼고초려(三顧草廬), 적벽대전(赤壁大戰), 읍참마속(泣斬馬謖), 칠종칠금(七縱七擒) 등 많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제갈공명은 관우와 장비라는 훌륭한 장수 이외에는 세력이 없던 유비의 삼고초려로 함께 시작하여 촉나라를 세워 천하삼분지계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책략과 이야기는 제갈공명이란 인물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끔은 ‘제갈공명이 삼고초려로 유비와 함께 하지 않고 조조와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당시 조조는 다른 장수들에 비해 세력이나 인적자원에서 가장 앞서 나갔기에 함께 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조조는 서주침공으로 제갈공명이 추구하는 이상과는 다른 사람으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조조가 서주침공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역사로 기록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많은 이유, 상황 등이 존재하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을 한 제갈공명이 대단하기는 하다.
삼국지의 인물들은 장자방, 관중, 한신 등 초한지의 인물들에 빗대어 자신들을 소개도 하고 비유되며 명망을 얻어갔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도 사람이 사는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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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중국 성도 무후사내 정원, 삼국지 지도와 제갈공명


오늘을 사는 나는...


반복되는 나의 하루하루에서 많은 선택을 해왔는데 돌이켜 보면 그 중에는 몇 가지 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모두가 겪는 순간이기도 하며,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 속에서 모두가 선택을 해야만 한다. 본격적인 선택의 순간이 오는 시기는 보통 대학입학(전공선택), 취업, 진학, 결혼, 석사, 박사, 박사후연구원 등일 것 같다. 필자는 대학원서 접수 시 생화학과 법대를 고민하다 생화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취업이냐 진학이냐의 갈림길에서는 선배의 추천으로 석사학위를 시작하게 되었다. 박사를 마치고 박사후연구원도 선배의 추천으로 훌륭한 교수님 지도하에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강원대학교에 지원을 할 때도 미국에서 연구를 더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좋은 곳에 와서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각각의 선택의 시간에서 내가 결정한 것도 있고, 그 결정에 도움을 준 선배님도 있으며 그 자리까지 성장하는 데 많은 지도를 해주신 교수님들이 계신다. 선택을 하고 그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지만 돌이켜 보면 떨리는 순간과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택의 시기에 함께 있던 교수님과 선배와의 인연 때문이며, 그 인연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지도 교수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였다. 선택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선택된 일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맺는 인연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어려서 크게 느끼지 못 했던 그 말씀이 조금씩 사람을 만나고 배워가면서 이제야 매우 소중하게 다가온다.



고민 속에서...


끝없는 경쟁과 바쁜 사회 속에서 모두가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시기에서든 고민이 없을 순 없다. 진로, 취업, 결혼, 출산, 승진 등 모든 것이 고민이 되는 시기이지만 그 고민과 제한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다만 선택을 함에 있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선택을 하고 후에 결과를 받아들일 때 후회와 아쉬움이 적을 것 같다. 또한 열심히 생활을 하다보면 곁에 있는 누군가는 여러분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의 성실함과 노력은 분명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완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 솜씨로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려니 어렵기도 했고 읽어주신 분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주말 저녁... ‘내일은 무슨 일을 할까?’ 고민이 되지만 오랜만에 초한지와 삼국지를 생각하다보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독서에 소홀해진 요즘... 내일은 삼국지를 읽기로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