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HE 2018 을 다녀와서...
Date 2019-04-09 16:26:0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62
정성근
박사과정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nyonnya@gmail.com

ISCHE 2018 (International Symposium on Chemical Engineering)이 지난 2018년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Thailand, Chiang Mai, Green Nimman CMU residence에서 개최되었다. ISCHE 2018는 화학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학회로서 매년 1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31번째로 개최된 전통이 있는 학회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의 연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학회로서 31년 가까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교수님들과 연구자분들의 헌신이 깃들어진 학회이다.
이번 학술 대회는 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연구자 분들과 교수님들 앞에서 나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다양한 코멘트를 받는 것은 설레는 일이고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번 학회에서는 연회 연사를 하게 되었기에 이것이 내게 부담이었다. 이번 학회 연회 연사에서 나는 한국 학생 대표로 서게 되었다. 한국 학생 대표라는 자리 자체가 주는 책임감도 컸지만, 무엇보다 이 일에 있어서 잘하리라 이번에도 부족한 나를 믿어주신 이창수 지도교수님과 본 학회에 약 30년 동안 헌신하시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신 강용 교수님, 두 분의 교수님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설렘과 부담을 안고 Thailand로 출발하였다. 늦은 밤 도착한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면서 바라본 치앙마이의 거리는 종교 냄새가 물씬 풍겼다. 거리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은 현대 건축물들과 비슷하면서도 종교 색체가 조금씩 들어가 있기에 달랐다. 그 작은 차이가 내게는 큰 이색적인 볼거리였다. 버스에서 내려 호텔에 들어갈 때 함께 들어온 거리의 습한 기운을 씻어내고 태국의 첫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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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태국 전통 마을에서

첫날 학회장 내에서 학회를 위해 도우미로 수고하는 태국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다. 겉모습은 어색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으나 정겨운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발표할 연구 발표장을 둘러보던 중 한 외국인 여학생이 자신의 발표 관련하여 내게 물어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질문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학회 도우미들에게 물어봐야할 질문들이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내가 태국 학생인 줄 알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녀의 발표 관련 문제들은 잘 해결되었고 우리는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고 무심결에 거울을 보니 정말 태국 학생과 닮은 정겨운 얼굴을 가진 학생이 서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내 연사를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공유하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웃으시면서 연사를 들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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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학회장 내 충남대학교 교수님과 학생들


나는 점심을 먹으며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친분을 쌓았고 연구 발표는 무사히 마치고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자분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대하여 최대한 소상히 말씀을 드렸다. 저녁이 되었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세련된 곳은 아니었으나 학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가서 원탁에 앉아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꽤 넓었다. 연사를 맡은 나와 일본인 학생과 함께 대기하였다. 태국 도우미 학생들의 응원 아닌 응원 속에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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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구두 연구 발표​


학생 여러분 연구 발표는 어떠셨나요? 긴장 되셨나요? 그러나 여러분은 더 이상 긴장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발표가 다 끝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긴장해야하는 유일한 학생이 있습니다. 바로 그게 저입니다. 여담으로 말씀을 드리면, 발표 시간이 되기 전 학회장을 둘러보다가 한 외국인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발표 순서 관련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질문은 제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저를 태국 학생 도우미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는 화장실 거울에서 제 얼굴을 보았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저는 학생 대표로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왔든, 제 모습이 태국 학생들과 닮았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 대표로 서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말씀을 드립니다. 이 연회 자리에 많은 분들이 앉아 계십니다. 이 학회가 올해로 31년째 되는 학회입니다. 31년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이 자리에 30년 가까이 이 학회를 위하여 헌신해온 분들이 계시다는 말입니다. 학생 대표로 말씀드립니다. 우리들은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해야하고 마땅히 이 자리를 빌려 큰 박수로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박수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신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아가페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내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잘하면 칭찬 받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편견을 가진 채로, 마음속에 조건을 걸고, 잘해준다면 칭찬 받을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오늘 이 시간 편견을 넘어 조건 없이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서로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노력하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연회 가운데 서로 하나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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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연회 연사 모습


연사 간에 많은 분들의 미소와 웃음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었고, 직접 이름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감사했던 교수님들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었고,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었음에 뿌듯했다. 연사 이후에 많은 분들께서 격려 어린 좋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마음에 기쁨이 가득했다. 다른 학회들도 내게 많은 의미가 있었지만 이번 학회에서 연사를 통하여 받은 마음들이 내게는 무엇보다 값지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은 당사자가 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강제로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이치인데 짧은 만남에 마음이 잠시나마 통했으니 내 마음에 기쁨이 가득함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어 잊혀져가는 ISCHE2018 학회에서 얻은 잊을 수 없는 나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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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학회를 위해 수고하신 태국 교수님들과 학회 관계자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