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플라스틱
Date 2021-04-21 11:07:28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886
고자경 / 공경택
선임연구원 /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jkko@kist.re.kr / gtgong@kist.re.kr

1. 포스트 코로나, 플라스틱 팬데믹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로 음식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증가하면서 일회용 폐기물양은 급증했다. 2019년 대비 2020년 플라스틱 폐기물은 776 t에서 923 t으로 18.9% 이상 급격하게 증가 하였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코로나가 끝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 우리는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재난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이다. 본고에서는 난분해성 플라스틱 이슈 및 분해 관련 기술개발 동향 그리고 이를 대체할 만한 친환경 생분해성 소재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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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플라스틱 팬데믹.

 


2.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문제

 

 일반적으로 polyethylene (PE), polypropylene (PP), polystyrene (PS), polyvinyl chloride (PVC),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는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다 [1]. 하지만, 상대적으로 분류/재활용이 용이한 PET를 중심으로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생분해 및 업싸이클링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PET 필름에서 성장하는 미생물인 Ideonella sakaiensis를 분리한 후, 균주에서 생산하는 두 종류의 효소 (PETase, MHETase)를 연구하여 PET를 생물학적으로 분해할 수 있음이 학계에 보고되었다 [2]. 그러나, 가수분해가 되지 않는 PE, PP, PS, PVC의 경우는 PET보다 생물학적 분해가 어렵다. 특히 PE, PP, PS는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구조로 인해, 생물학적인 분해가 매우 난해하다 [3].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중 실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 PE, PP의 생분해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관련 플라스틱이 환경에 노출 시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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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 [1]. 

 


 PE, PP가 난분해성 플라스틱이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박테리아나 진균을 통한 생물학적 플라스틱 분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최근 2020년 6월에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처리를 위한 생물학적 효소를 탐색하는 ENZYCLE 프로젝트가 유럽연합에서 시작되어 PET 뿐만 아니라 PE, PP를 생물학적으로 분해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명확한 분해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보다는 플라스틱만을 탄소원으로 제공하였을 때 미생물의 성장 변화, 미생물과 플라스틱의 상호 작용에 따른 플라스틱의 표면 변화, 무게 감소 등으로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를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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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Enzycle 홈페이지. 

 


 PE를 분해한다고 보고된 진균 중 많은 종류가 누룩 곰팡이속 (Aspergillus)이며 [4], 이외에도 최근 PE 파우더를 이용하여 성장할 수 있는 진균인 Fusarium이 보고되는 등 지속적으로 분해 관련 미생물들이 알려지고 있다. PE 분해와 관련된 효소로는 탈수소효소 (dehydrogenase), oxygenase, laccase, 과산화 효소 (peroxidase) 계열이 분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 효소들은 나무에 존재하는 자연계 천연고분자 물질인 리그닌을 분해하는 효소로도 알려져 있다. 리그닌 역시 PE, PP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물질임을 고려해보면 플라스틱을 포함한 난분해성 물질의 분해 및 이용을 위하여 관련 효소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PS의 경우,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정 에스터레이즈 (esterase)가 PS의 분해 능력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는 있다.

 박테리아 중에는 Nocardia, Arthrobacter, Staphylococcus 뿐만 아니라, Streptomyces, Bacillus, Rhodococcus, Pseudomonas 등 일반적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인 균주가 난분해성 플라스틱 분해에도 효과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5]. 이 중 많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플라스틱 표면을 파괴시키고, 일부는 표면에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박테리아에서 발견된 난분해성 플라스틱 분해 효소 또한 진균에서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알려져 있다. 난분해성 플라스틱 중에서 PP, PS의 분해에 관해 연구된 내용은 PE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며, 대부분의 분해 정도 역시 수 %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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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플라스틱 스피어에 대한 경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로그).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용이하다고 알려진 Polyhydroxy Alkanoates (PHA), Polylactic Acid (PLA), Polybutylene Succinate (PBS), 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 등과 같은 플라스틱 역시 일부는 분해가 예상한 것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연구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분해가 어렵게 디자인된 올레핀계 플라스틱인 PE, PP이나 PS의 생물학적 분해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진화된 생태계인 플라스틱스피어 (plastisphere)의 대재앙이 예고되고 있는 한,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 연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3. 대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세계적 플라스틱 축적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및 오염 문제의 해결법으로 다양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합성 개발이 제안되어 오고 있다. EU는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2021년부터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플라스틱세 부과 및 빨대/식기류 등 일회용 제품을 대상으로 난분해성 플라스틱 금지 지침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탈 탄소사회를 지향하는 EU의 노력 외에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완화할 경기부양책 자금 확보 대책으로 플라스틱세 도입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EU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는 재활용 가능 소재 및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플라스틱 협회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시장은 2023년 262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2021년을 기점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제품의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6].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 또한 생분해성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방식 변경을 고려하는 대응 방안 마련과 새로 열리는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선점이 시급하다. 석유계 난분해성 플라스틱 대체를 위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생분해 특성을 갖는 생태계 유해성이 낮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가 주목받고 있으며, starch blends, polylactic acid (PLA), polyhydroxyalkanoates (PHA) 등이 핵심 소재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중 PLA의 뒤를 이어 PHA가 두 번째로 높은 17.9%의 연평균 성장률 (2018-2023)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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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A) 친환경 플라스틱 분류, B)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 규모, C) 석유계 플라스틱 대비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정도 비교 [6-8].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 핵심소재인 PHA는 미생물 세포 내에 축적되는 열가소성의 천연 고분자로서, 퇴비화가 가능하고, 유독성 폐기물 발생도 없으면서 유일하게 해양 생분해가 되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와 제어 방법에 있어서 아직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지만, 미생물에 의해 합성되는 PHA는 혐기성 소화 공정 및 호기성 해양 환경에서도 분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9]. 따라서 친환경 플라스틱의 생분해성 논란 문제 및 최근 미세 플라스틱 이슈 관련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플라스틱 대체재로서 PHA가 인정받고 있다. PHA는 생분해성과 생적합성의 장점을 모두 가지는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산 비용과 가공 물성 문제로 인해 제한적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PHA는 150 종류 이상의 단량체로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와 물성을 개선하기 위한 균주 개량 및 생물공정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국내 기업 중 CJ제일제당에서 PHA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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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A) 단량체 조절에 따른 PHA 구조와 조성 B) 생태계에서 PHA가 분해되고 순환되는 경로 [8,10]. 

 

4. 맺음말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플라스틱 폐기물과 환경 문제라는 과제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빠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플라스틱 처리는 소각과 매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상에서 최소한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근본적인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 난분해성 범용 플라스틱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용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분해/제거 관련 기술 선점 시 전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은 현재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 LG화학 등 대기업 중심으로 기술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해 노력 중이나 경제성 및 협소한 국내 시장 등의 문제로 대규모 투자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양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HA는 높은 생산가와 물성 조절의 어려움으로 산업에서의 활용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미생물 균주 개량 및 공정 개발을 통해 다양한 PHA의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 문헌

1. Applied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2018) 102, 7669-7678

2. Science (2016) 351, 1196-1199

3. Nature Reviews Microbiology (2020) 18, 139-151

4.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1) 411, 125118

5. Applied Biological Chemistry volume (2020) 63, 27

6. https://www.european-bioplastics.org/

7. Polyhydroxyalkanoate (PHA) market – global forecast to 2024, www.marketsandmarkets.com (2019)

8. Green Chemistry (2020) 22, 5519-5558

9. 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 (2007) 102, 1437-1449 

10. Journal of Polymers and the Environment (2020) 28, 2301–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