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수산자원인 조개의 신소재로의 재발견
Date 2022-04-08 22:24:26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81
황동수 / 최지민
교수 / 박사후 연구원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 시스템생명공학부 친환경생체재료 연구실
dshwang@postech.ac.kr / mjm334@postech.ac.kr

1. 서론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들어오면서 인류의 삶의 패턴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정착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신석기 유적지를 연구해 보면 한 가지 구체적인 공통점이 있는데, 그 공통점은 유적지가 강가나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신석기 시대 때에 농경이 시작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신석기 시대의 인류가 식량자원을 전적으로 농경에 의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손쉬운 식량자원의 확보를 위해서 인류는 물고기와 조개의 수렵이 용이한 물가에 정착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특히 조개는 신석기인들이 쉽게 수렵할 수 있어 ‘가성비 좋은’ 식량 자원이었다. 어린이, 여자 및 노인 등 사냥 등을 쉽게 할 수 없는 사회구성원들이 어려움 없이 조개를 채취할 수 있었고, 사계절 내내 수렵이 가능했기 때문에 인류에게 조개는 겨울과 봄에 특히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따라서, 신석기 유적지에서 조개더미(패총, 貝塚, Midden)가 종종 발견되며, 한반도의 신석기 유적지에서 유독 패총이 많이 발견된다. 신석기 시대의 패총을 연구하다 보면, 신석기인들이 조개를 식량자원으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유용한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

 

2. 조개의 식량자원에서 소재자원으로 전환 및 화폐로의 활용

  신석기 패총에서는 조개 팔찌, 조개 가면, 조개 화폐 등 조개의 패각의 소재로의 활용을 보여준다. 부산 동삼동의 패총에서 발견된 ‘조개 가면’은 조개가 종교적 의미를 갖는 소재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석기 유적지의 유골의 팔뚝이나 목에서 발견된 ‘조개 팔찌’는 신석기인들이 멋을 부리기를 원했으며, 조개를 장신구로 활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Fig. 1A, 1B). 중국사람들은 별보배조개를 ‘자패(紫貝)’, 또는 ‘자안패(子安貝)’라고 불렀는데, 이 패각을 화폐로 활용했다. 즉, 조개는 신석기시대 지역 간 무역에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으며, 인류의 경제활동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Fig. 1C). 돈과 관련된 한문의 부수가 패(貝)인 것을 생각해 보면, 조개가 흔한 생물이지만 인류의 삶 속에 소재로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조개껍질을 활용한 경제활동은 15세기까지 이어졌다. 아프리카 콩고 왕국에서는 조개 생산을 왕국이 독점해서 거래화폐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노예무역을 하던 포르투갈 상인들은 콩고 왕국에 금이나 은, 옷가지를 주고 많은 양의 조개껍질을 구해서 노예를 구매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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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조개의 소재로의 활용. (A) 부산 동산동 출토 조개껍질 팔찌. (B) 부산 동산동 조개껍질 가면. (C) 중국자안패. (D)부산 가덕도 유물.

 

3. 의도치 않은 조개 패각의 보존제로서의 고고학적 가치

  조개의 패각은 각피 (Periostracum)라는 천연필름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탄산칼슘 결정과 단백질로 되어 있다. 조개 패각의 탄산칼슘 결정은 의도치 않게, 고고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조개의 패각을 구성하는 탄산칼슘은 안정성이 뛰어나고, 땅속에 매립될 경우 토양을 알카리성으로 변화시켜 준다. 산성의 토양에서는 동물이나 사람 뼈, 신석기인들이 활용한 도구 및 토기 등의 분해가 빨리 일어나지만, 패총이 가득한 환경에서 풍부한 탄산칼슘은, 이러한 물질들의 분해를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패총에서 발견되는 인류의 유골이나 동물의 뼈를 통해서 신석기인들이 어떤 동물을 먹었으며 조개 장신구 등을 몸 어느 부위에 장착했는지, 어떤 토기를 어떤 용도에 사용했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의도하지 않게, 버려진 조개의 껍데기는 고고학적 문화재들의 “보존 재료” 역할을 수행해 왔다 (Fig. 1D) [1].

 

4. 바다 실크 (Sea silk)로의 활용

  조개들 중에는 족사 (Byssus)라는 실 같은 구조를 활용해 거친 바다 환경에서 바닷속 표면에 정착해 살아가는 조개들이 있다. 특히, 비단길 (Silk Road)이 개척되어 동양의 ‘비단’이 서양에 전파되기 전,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350년)에 시작하여 거의 20세기까지, 일부 조개 종 (특히, Pinna Noblis)은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바다의 비단실 (Sea silk)로 방적되어 호화로운 베레모, 지갑, 장갑 및 스타킹으로 만들어져 최고급 원단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약성서에서도 “예수의 수의”가 언급되고, 튜린의 수의 (The Shroud of Turine)가 부활전의 십자가에서 죽었던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라는 주장이 있다 [3]. 이 ‘튜린의 수의’가 Pinna Noblis의 바다의 비단실로 만들어졌다. Pinna Noblis는 우리가 조개구이집에서 주로 먹는 키조개 (Atrina Pectinata)와 유사한 종인데 크기는 약 1~2 미터까지 자라며, 분비되는 족사의 길이도 수 미터까지 이르는 다발로 자라기 때문에, Pinna Noblis 조개를 수확한 후, 올리브 기름으로 씻어서 ‘바다의 비단실 (Sea Silk)’로 가공이 가능했다. 그리고, ‘실크로드’를 통해서 동양의 ‘비단’이 서양으로 들어오기전에, 귀중한 섬유자원으로 활용되었다 (Fi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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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바다 비단 (Sea silk). (A)Pinna noblis. (B) Pinna noblis 의 족사. (C) Pinna noblis로 만든 비단옷 및 (D) 장갑.


  최근 Pinna Noblis의 사촌인 양식용 키조개 (Atrina pectinata)의 족사와 주변조직의 해부학적 연구가 수행되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키조개는 인간으로 비유했을 때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머리카락’이 침투되어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를 통해서, ‘단단한 의료용 소재’들이 상대적으로 ‘연약한’ 인간의 피부 등에 접합되었을 때 발생하는 역학적 문제 (Mechanical mismatch)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되었다. (Fig. 3)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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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키조개 (Atrina pectinata) 족사의 의공학적 응용. 


5. 홍합유래 수중접착제

  제2차세계대전 이후 길턴대학 (Girton College)의 여성과학자인 C. H. Brown은 곤충의 외골격을 생체모사하여 phenol- 및 resorcinol-formaldehyde 계열 접착제를 개발한 Pryo의 지도를 받아 진주담치 (양식용 홍합, Mytilus edulis)의 족사의 카테콜 (catechol)이 진주담치의 ‘물 속에서 매우 강한 수중접착’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6]. 그 이후 미국 Duke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J. H. Waite는 홍합 족사의 접착물질이 변형된 아미노산인 3,4-dihydroxyphenylalanine (이하 Dopa)이 홍합접착단백질에 삽입되어 수중접착에 기여한다고 발표하였다 (Fig. 4) [7]. 홍합의 수중접착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Dopa의 생화학적 접착기작은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팀을 중심으로 한 분자생명공학적 방법으로 재조합 홍합접착단백질을 생산하여 의료용 접착소재로 응용하는 그룹과, 일본 신슈대학교 Yamamoto 교수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Messersmith 교수팀, 미국 Purdue대학의 Wilker 교수팀 등 화학적으로 홍합접착단백질을 모사하여 의료용 접착제로 활용하는 그룹들에 의해 연구됨으로써 수중접착 또는 의료용 접착제의 핵심원리로 널리 활용되었다. 카이스트의 이해신교수팀은 이를 더 응용한 “염색 샴푸”를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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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A) 홍합의 수중접착과 족사. (B) 수중접착핵심 아미노산인 DOPA. 

 

6. 조개의 접착의 역이용: 방오제의 개발

  다른 한편으로, 조개를 비롯한 해양생물이 물 속에서도 표면에 강하게 접착하는 특성은 오랜 기간 해양산업에 문제를 일으켜 왔다. 해양생물이 해저 구조물 또는 선박의 표면에 붙어 성장하면 (해양생물의 파울링 현상) 해저 구조물 및 선박을 유지 보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선박 표면의 마찰 저항이 증가하여 연료 소비량과 가스 배출량이 늘어나 경제적/환경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울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홍합의 접착 메커니즘을 역으로 이용하여 해양생물의 파울링을 방지하는 방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연구가 소개되었다 (Fig. 5). 홍합은 더 단단한 표면을 선호하여 접착하며, 표면의 기계적 강도에 따라 족사의 형성 정도, 접착 계면의 물성, 유전자 발현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접착 계면에 홍합이 접착할 수 없는 소프트한 층을 구성하여 홍합의 파울링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파울링 과정에서 과발현되는 유전자의 생물학적 길항제 (antagonist)를 표면에 처리할 경우 방오능이 증가함이 확인되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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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맺음말

  조개라는 흔한 바닷속 생명체로부터, 단순 장신구를 넘어서, 고고학적으로 신석기시대의 유물을 보존하는 보존제에서 시작해서, 시장경제의 시작점이 되는 화폐, 사회학적 가치를 갖는 바다 실크, 의료용 접착제, 조선산업에 널리 쓰이는 방오용 페인트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용도의 소재들이 도출된 것을 정리해 보았다. 현재, 바다라는 물리적 장애물 때문에,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깊이 있게 연구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의 아직 연구되지 않은 다양한 해양생명체의 소재들을 생물공학자들이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된다면, 해양 생명체의 다양한 소재들이 인류의 새로운 미래 첨단 소재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 주위를 잘 살펴보는 생물공학자가 되시길 바란다.

 

참고문헌

1. 고은별, [주말 고고학산책]’조개무덤’ 패총에서 고대인의 삶을 읽는다, 동아사이언스 2019.07.20

2. https://en.wikipedia.org/wiki/Shell_money

3. https://en.wikipedia.org/wiki/Shroud_of_Turin

4. Choi, J., et al. Biomater. Sci. 8 (2020): 3751-3759.

5. Yoo, H. Y., et al. Nat. Commun 7 (2016): 1-8

6. Brown, C. H. Nature 165 (1950) 4190

7. Waite, J. H. J. Biol. Chem. 258(1983):2911

8. Choi, J., et al. ACS nano 15.11 (2021): 18566-18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