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위험 사전 감지를 위한 바이오센서
Date 2017-04-01 15:32:15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069
황병희
교수
인천대학교 생명공학부
bhwang@inu.ac.kr

질병은 인류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또한 최근의 메르스 사태와 조류 독감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질병은 국가적으로도 천문학적인 큰 손실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선책은 질병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질병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서는 위험 요인의 사전 검출이 필요하고, 이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센서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들은 생물학적 인자들, 화학적 인자들, 물리적 인자들로 매우 다양하다. 종류도 박테리아, 바이러스, 단백질, 유전자 돌연변이, 작은 화합물, 중금속, 온도, 습도, UV 등이다. 하지만 질병 인자들은 결국 세포에 영향을 끼치고, 그 세포 반응의 결과 질병이 유발되기 때문에 질병발생기작이 밝혀진 거의 모든 질병들은 생물학적 요소들인 바이오마커를 이용하여 검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바이오마커들을 효과적으로 검출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와 분석기기의 요소가 서로 결합된 바이오센서의 개발이 필요하다.
바이오센서를 깊이 살펴보면 질병발생인자 검출을 위한 생물학적 요소들로 항체,펩타이드, 엡타머, 핵산 프로브, 효소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마커의 3차원적으로 특정한 부분에 특이적으로 결합하거나 3차원적 구조를 인식하여 반응시킨다. 이러한 생물학적 요소들의 특성이 바이오센서의 특이성을 주로 결정한다. 또한 이들의 결합력의 세기가 강하면 적은 양의 바이오마커들도 검출할 수 있게 되어 민감도를 결정하게 된다. 또 분석기기로는 전기적 신호들(전류, 전압, 저항 등)과 광학적 신호들(흡광도, 굴절률, 형광세기, 인광세기, 표면자기공명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결합하거나 반응한 바이오마커들을 인식하여 신호로 변환하게 되고, 이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바이오마커의 존재유무나 농도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분석 방법의 특성에 따라서 민감도, 검출가능영역, 검출한계, 검출시간, 검출간섭, 편이성, 동시검출능, 현장적용성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질병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신속하게 검출해야 한다. 이 때 사용가능한 바이오마커들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과 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핵산, 탄수화물, 지질, 화합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특정한 질병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에 특이적으로 변화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아야한다. 이는 질병의 발생기작(pathology)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바이오마커는 그 발생시점에 따라 원인 요소, 반응 요소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질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신속하게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알려진 질병의 원인 요소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a5450f1b8c0eac32cbfbcfdd4991b117_1491027939_6716.jpg 

 

그림 1. 미국 식품유래 질병 발병 통계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질병의 발생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면, 식중독의 경우 박테리아인 대장균 O157:H7, 살모넬라, 비브리오, 스타필로코코스, 리스테리아, 쉬겔라 등과 바이러스인 노로바이러스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원인 미생물의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살모넬라의 경우 enterica라고 하는 아종안에 포함되어 있는 혈청형만 수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발병하는 박테리아만 수십 종에 이르기 때문에 질병위험을 사전에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동시에 다중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의 주 연구분야인 식품 속 병원성 미생물들의 사전 검출을 통해 질병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지 못하면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식중독은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에 의해 구토, 설사, 복통, 발열, 탈수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되며 E. coli O157:H7에 감염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미국의 2003년 CDC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48백만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며 이 중 3000명이 죽고, 128,000명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며, 그로 인한 국가적 손해가 매년 77억 달러 발생한다(그림 1). 그러므로 이러한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병원성 미생물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국가적인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사전에 병원성 미생물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검출의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식품 공전에 기록된 병원성 미생물의 검출의 경우 증균배양, 선택배양, 대사검사를 통해 검출하게 되며 검사 시간은 병원균의 배양시간에 따라 3-7일 정도 소요된다. 이 경우 식중독의 사전 예방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식중독을 사전에 검출하기 위한 신속한 검출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PCR 검출법과 ELISA 검출법이 대표적이면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들이다. 이들은 수 시간이면 검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한 반응은 하나의 병원성 미생물만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병원성 미생물을 검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병원성 미생물의 사전 검출을 통해 완벽하게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 십 종의 아종과 혈청형에서 수천 종까지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이다.
병원성 미생물의 사전 검출을 위해 고려해야할 다른 주요 요소들은 검출의 정확성, 정량검출, 민감도 등이 있다. 검출 정확성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각각의 검출 원리가 완벽하게 특이적이어서 다른 아종이나 혈청형은 전혀 검출되지 않고, 원하는 균주만 특이적으로 검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출 원리가 완벽하게 특이적인 경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검출원리들이 조합된 결과가 항상 정확하게 특정 균주를 검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a5450f1b8c0eac32cbfbcfdd4991b117_1491028108_5235.jpg

그림 2. 세포에서 추출한 16S rRNA를 이용한 10종의 병원성 미생물 직접 검출 (Anal. Chem. 0(212) 84, 4873-4879.)


정량 검출은 시료를 측정가능한 범위(dynamic range)와 그 범위 내에서 선형의 경향을 가져서 정확한 세포 수나 시료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민감도의 경우 쉬겔라와 같은 종의 경우 몇 세포만 섭취해도 발병할 수 있고, 사전 검출의 경우 미량의 미생물도 시간이 지나 증균되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세포만 존재해도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외에도 시료 샘플링 방법, 증균배양, 시료의 전처리 시간의 최소화, 시료의 성분이나 다른 균주에 의한 신호 방해의 최소화 등이 있다.
그래서 DNA 마이크로어레이를 다중 병원성 미생물 동시검출에 활용하게 되었다. DNA 마이크로어레이는 작은 고체 기판 위에 수천에서 수백만 개의 작은 프로브들을 집적한 후 동시에 혼성화 반응하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1995년 유전자의 전체 발현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되어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의 저널에 발표되었고, 현재에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병원성 미생물의 검출에도 응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수 시간 안에 수천 개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다수의 병원성 미생물을 검출하는데 매우 유용하며 민감도와 특이성도 뛰어나서 차세대 병원성 미생물 검출 방법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 11 종류의 병원성 미생물을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는데 식품샘플에 오염된 미생물을 검출원리로 16SrRNA를 사용하여 증균배양을 제외하고 2시간 안에 10종의 살아있는 병원성 미생물을 아종 레벨까지 정량적으로 10-100개 세포까지의 민감도를 가지고 성공적으로 검출하였다(그림 2). 하지만 살모넬라 균주의 경우 16S rRNA 검출프로브로는 혈청형 레벨까지 구별하기는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전체 프로브들의 결과를 하나의 패턴으로 보고, 특정 패턴이 특정 균주를 검출할 수 있는 모델을 러닝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패턴 매핑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그림 3A). 또한 좀 더 근원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 살모넬라 유전체 전체에 대한 검색을 수행하여 새로운 검출원리들을 발견하고 CarB 유전자를 이용한 마이크로어레이를 개발하여 살모넬라의 혈청형까지 성공적으로 구별할 수 있었다(그림 3B).

 

a5450f1b8c0eac32cbfbcfdd4991b117_1491028172_5824.jpg

 

그림 3. (A)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한 패턴 매핑 (Biotech. and Bioeng. (2010), 106(2), 183-192), (B) CarB 유전자를 이용한 살모넬라 혈청형의 분류 (AEM (2014), 80(1), 366-373).

 

DNA 마이크로어레이와 같은 핵산 유래의 바이오센서의 한계 중 하나는 유전자형(genotype)에 대한 검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유전자가 존재하더라도 발현되지 않아 발병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비브리오 콜레라의 아종 구분에 대한 유전자형과 독소를 통한 표현형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가 개발되었다(그림 4). 이 바이오센서를 이용하면 실질적인 발병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묘한 유전형의 차이를 통해 혈청형까지 구분 진단하여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 DNA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이 바이오센서로써 활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 식품공전의 개정과 같은 법 개정이 선결되어야 한다. 더불어 전문적인 실험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후 전문의료기관이나 전문식품검사기관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의 바이오센서는 위와 같이 여러 검출원리들을 동시에 검출하여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통합형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합형 시스템은 진단의 정확성을 매우 향상시킬 것이다. 또한 현장진단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됨에 따라 전처리나 추가적인 기기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동화된 간편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Lab-on-a-chip 기술이나 나노기술의 응용이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Lab-on-a-chip 기술의 경우 전처리에서 검출반응까지 한 번에 반응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미세채널을 이용하여 소량의 샘플만으로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검출법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노기술은 민감도를 매우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성나노파티클의 경우 특정 물질의 분리에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바이오센서에 적극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 개인적으로 질병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a5450f1b8c0eac32cbfbcfdd4991b117_1491028301_8496.jpg

 

그림 4. 비브리오 콜레라의 유전자형과 혈청형의 동시 검출 시스템 (Biosens. and Bioelect. (0216), 79, 398-405)


마지막으로 인천대학교 피부진단치료공학연구실을 소개하면 진단분야에서는 피부를 통한 질병진단과 바이오센서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센서는 나노기술과 DNA의 분자적인 특성에 기초하여 유전자의 변이(SNP)를 현장에서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치료분야에서는 수술용 지혈제 개발과 유전자 혹은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의 피부 및 세포 투과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은 저렴하게 누구나 현장에서 병원성 미생물을 검출하여 질병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암의 발병가능성이나 유전형을 사전에 파악하여 암을 예방하거나 유전형에 맞춘 치료제의 선택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개인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