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과학자가 손대니 꿈의 신약물질 46일 만에...바이오산업 新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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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2025-03-31 12:2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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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신약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은 100만개 중 1개꼴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바늘구멍 뚫기를 밥 먹듯 해내는 회사가 있다. 4년 만에 무려
10개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내면서,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는 미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인실리코메디신이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는 이 회사의 무기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다. 생성형 AI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를 말하는데 텍스트나 이미지, 비디오, 음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챗GPT와 최근 세계를 경악시킨 중국의 딥시크 등으로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그림 1. 챗GPT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우선 접목되고 있다. 인실리코메디신은 지난달 염증성 장 질환 신약 'ISM5411'의 1상 임상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기존 치료제들이 제한적인 항염증 효과만 지닌 것과 달리, ISM5411은 염증은 물론 장벽 보호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해장 세포 복구까지 촉진하는 혁신적인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ISM5411은 안전성과 내약성, 약이 몸으로 흡수 및 배설되는 과정을 의미하는 약동학 측면에서 최상위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달 인실리코메디신은 미국과 중국에서 악성 중피종 치료제 'ISM6331'에 대한 1상 임상도 개시했다. 악성 중피종은발병 후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실리코메디신은 지난해 11월에는 폐가 뻣뻣해지며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만성질환인 '특발성 폐 섬유화증' 치료제 'INS018-055'에 대한 임상 2상도 마쳤다. 이 회사는 ISM6331과 INS018-055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0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세계 각국에서 받았다. IND 승인은 업체에서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보물질이 인체 실험에 대한 안전성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생성형 AI 덕분에 신약 개발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이다. 흔히 전통적인 방식의 신약 개발에 3조원의 비용과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AI가 도입된 이후에는 6000억원과 7년
으로 줄었다.
작년 한 해에만 AI 신약 임상 75건...최초 탄생 임박
표 1. AI 신약 임상현황
인실리코 메디슨은 라트비아 출신의 과학자인 알렉스 자보론코프 박사가 2014년 설립한 미국 바이오텍 스타트업이다. 약 35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9억2000만달러(약1조3500억원)로 평가된다. 회사가 획기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AI가 가상실험을 통해 실패 확률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1상 성공률은 80~90% 선으로 기존 업계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실리코메디신이 개발한 생성형 AI '파마AI'는 특발성 폐 섬유화증 치료제인 INS018-055를 불과 46일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냈다. 인실리코메디신은 파마AI 덕분에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4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을 것을 10분의 1로, 최대 6년이 걸렸을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염증성 장 질환 신약 후보물질 ISM5411 역시 파마AI의 덕을 톡톡히 본 사례다. 이 물질은 세계 최초로 'PHD'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다. PHD는 장벽 보호 유전자의 발현을 주도하는 저산소 유도 인자-1α(HIF-1α)의 안정성과 전사 활동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이렇게 타깃 물질을 밝혀내도 이에 작용하는 물질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난관이다. 그러나 파마AI는 PHD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후보물질을 쉽게 설계해냈다. 효능 등의 측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특성을 강화하기 위한 분자 구조를 반복적으로 생성해 궁극의 최적화도 할 수 있다. 과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물리적 실험들을 AI가 손쉽게 가상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성과 신속성 덕분에 생성형 AI를 활용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은 작년 한 해에만 75건이나 된다. 2015년 1건에서 2019년 처음으로 10건이 넘더니 매년 크게 숫자가 늘고 있다. 생성형 AI 신약개발에 힘입어 의료 AI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지난해 18억6000만달러에서 연평균 29.9%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9년 68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머크, 바이엘, 암젠, 사노피 등 기존의 빅파마는 물론, 딥마인드의 모기업 알파벳 등이 모두 이 시장에 참전했다.

그림 2. 엔비디아 제공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 의료센터 ‘메이요 클리닉’, 임상 시험 기관 ‘아이큐비아’ 관계자들과 등장해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AI를 활용한 임상시험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아이큐비아는 기업이 맞춤형 생성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인 엔비디아의 AI 파운드리를 사용해 임상 연구 워크플로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든다. 이 회사는 연구·임상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에이전트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워크플로와 약물·의료 기기 개발 과정에 AI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임상시험 실행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여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닥터노아바이오텍, 온코크로스, 파로스아이바이오 등의 바이오 벤처 외에도 JW중외,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 생성형 AI 고도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기초연구들이 속속 등장 중이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기대가 크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존에 약물로 치료할 수 없었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전에 표적화하는 것이불가능했다고 여겨진 단백질에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은 지저분한 실 뭉치 형태로 묶여 있는데, 무질서하고 엉켜 있어 기존 치료제가 표면에 붙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챗GPT에서 영감을 얻는 생성형 AI로 이를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챗GPT를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곱 아타미안 미국 채프먼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챗GPT를 활용했더니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물론, 발굴한 후보물질의
유효성이 100%에 달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제약'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AI 신약 후보물질 예측 모델보다 챗GPT를 활용한 모델이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며 "약물 유사성이 최저 42%에서 최고 75% 더 높다"고 말했다.
국가바이오위 출범...이상엽 부위원장 “VC들 돈 싸들고 돌아오게 할 것”
“코스닥에 상장한 비전 좋은 신약개발 기업이 유산균을 팔더라고요. 기술 특례상장 후에 매출은 없고 돈만 쓰다보니 상장 유지조건을 지키기 어려워서요. 신약 개발에 매진해야하는데 말이죠.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이런 바이오기업들의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할 겁니다.” 지난달 23일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부총장은 인터뷰에서 한
국을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림 3. 이상엽 부위원장 (KAIST 제공)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이 ‘대체불가 기술(NFT)’을 무기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한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무너진 바이오기업 투자 생태계까지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우선 무엇이 필요한 지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규제와 진흥 측면에서 너무 심한 규제로 산업 자체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위원회는 종합적으로 정보를 취합해 이를 관련 부처에 전달해 해결하는, 국가 바이오 정책 수립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션 플랜은 최대한 빨리 수립한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내 1~2가지 이상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게 목표다. 이 부위원장은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약 30% 줄었다”며 “바이오 쪽 벤처캐피탈들이 말그대로 도망을 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금융감독원 등과 유관기관과 긴밀히 논의해 만들어낼 것”이라며 “임팩트가 바로 나올 수 있는 것을 우선순위로 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자원빈국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해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 현재까지의 먹거리는 자동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이었다. 이 부위원장은 바이오가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 강조했다. 그는 “머리를 잘 쓰면 특별히 원료를 많이 쓰지 않고도 부가가치를 굉장히 크게 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며 “우리 몸의 건강과도 직결되고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환경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를 일으킬 산업이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관련 시장이 2030년 770억달러(약11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거대한 시장에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열릴 것이라 봤다. 이 부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먹는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만 되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위는 그간 분절된 역할을 해온 정부 부처들의 역할을 한 데 묶어 벽을 허물고 올바른 국가 바이오 정책을 만드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약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산업에 중요한 인재인 ‘의사과학자’ 등에 대한 집중 논의도 주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