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IBS 2016을 다녀와서...
Date 2017-04-03 14:24:4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731
송영은
박사과정
부산대학교 화공생명공학부
duddms37@naver.com

지난 2016년 5월, 지도교수님(부산대학교 김중래 교수)께서 해외에서 개최하는 국제 학술대회인 International Biotechnology Symposium and Exhibition(IBS2016)에 참석 해보자는 제안을 하셨다. 지금까지 IBS 학회는 대부분 해외 각지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주로 국내 학회에 참석하는 우리에게는 기회가 잘 닿지 않았었다. IBS는 올해로 제 17회를 맞이하며 2년마다 개최되는 생물공학분야의 권위있는 학회이다. 전 세계 각지의 Biotechnology 분야 연구자들이 1,000여명 이상 참석하는 대규모 학회로 최신의 연구 동향과 연구 결과 및 방법 등이 많이 소개되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자리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학회 장소와 일정을 확인해보니 이번 학회는 호주 멜버른에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다. 학회 일자만 확인했을 뿐인데 마음은 벌써 호주의 쾌청한 공기를 마신 듯 들떠 있었다.
호주는 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열리는 학회가 더욱 반갑게 여겨졌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여 처음 호주에 갔었고 약 1년간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내 삶에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안겨 주었다. 그때 그 시간이 지금의 내가 이곳에 서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여러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나였는데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다시 호주 땅을 밟게 된 감회는 감격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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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IBS 2016이 개최된 Melbourne Exhibition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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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멜버른 대표 건축물인 Flinders 역


학회 일정을 확인한 후 학회 참석 신청을 하기 위해 포스터 초록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Biofuel and BioEnergy 분야에서 우리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발표하게 되었다. 초록을 제출한 다음 본격적으로 각자 관심 있는 발표자의 논문을 찾아보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오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0월이 되었고 학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학회기간 동안 머물 숙소와 항공권 그리고 렌터카를 예약하였고 포스터 점검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10월 21일 밤 8시, 우리는 부산 김해공항에서 대만경유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대만 경유를 포함한 14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멜버른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멜버른은 한국에서 약 8천키로 떨어져 있지만 위도 상 한국과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시차는 2시간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도착한 멜버른은 우리를 차갑고 매서운 눈발과 바람으로 맞이했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추운 날씨로 당혹스럽게 하였다.
공항에 도착하여 사전에 예약해두었던 렌터카를 타고 공항에서 약 30분 떨어져 있는 숙소에 도착하였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버렸고 한국을 떠난 지 20시간이 지났다. 점심을 거른 터라 급하게 숙소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피곤했던지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IBS 2016 학회에서

 

학회가 시작되는 24일 아침 8시, 실험실 후배들과 나는 숙소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해 있는 Melbourne Exhibition Centre로 이동하였다. 학회장으로 향하던 중 보게 된 Flinders 역의 웅장한 모습은 왜 멜버른에 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학회장에 도착하여 안내데스크에서 IBS 2016 로고와 함께 이름이 적혀있는 명찰을 받았을 때 우리가 지난 5개월 동안 계획하고 준비한 학회가 시작되었음에 가슴이 뛰었다. 등록을 마친 후 포스터를 전시하고 오프닝 연설을 하는 발표장으로 향하였다. AusBiotech CEO인 Glenn Cross의 오프닝 연설과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호주의 생물 치료제 관련 기업인 CLS Ltd.의 CEO이자 Managing Director인 Paul Perreault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 학회의 서막을 열었다. Paul의 발표를 통해 CLS Ltd. 가 1921년에 인슐린을 발견하였고 세계에서 인슐린 생산 면허가 있는 4개 기관 중 한 곳이며, 최초로 페니실린을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약으로 제조한 기업임을 알게 되었다. 이곳 호주가 생물공학분야에서 매우 일찍부터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 중에 하나임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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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usBiotech CEO인 Glenn Cross의 오프닝 연설


학회는 매일 4번의 구두 발표 시간과 3번의 포스터 발표시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그 중 첫 번째 구두발표 시간엔 주로 호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다국적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의 발표가 이루어졌고 이후, 포스터발표를 시작으로 4개의 발표장에서 구두 발표가 진행되었다. 4일간 총 33개 세션으로 다양한 연구 분야의 발표가 이루어졌으나, Industrial and environmental biotechnology와 Biofuel and Bioengineering 세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전기화학반응 시스템과 이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및 화학물질 생산에 대해 주로 연구하기 때문에 다른 세션보다 직접적인 연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 발표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있지만, 나와 실험실 후배들은 발표자와 보다 심도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하여 개별적으로 발표자를 찾아가서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발표자와 명함을 주고받으며 개인적인 친분도 쌓고 차후 연구에 대해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였다.

초록의 제출기한이 지난 시점에서 학회에 등록하여 구두 발표는 하지 못하고 포스터 발표로 대체하였지만 포스터 앞에서 우리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스스로가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회 기간 동안 학회에서 점심과 welcome reception을 제공하였는데 한국의 일반적인 식사와는 다른 브런치 같은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다양한 디저트류로 구성되되어 있어 한국식 식사에 익숙해진 나는 밥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welcome ceremony에서는 호주의 전통부족인 에보리진의 공연과 함께 뷔페가 제공 되었는데 좌석이 없는 장소인지라 reception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저녁을 먹는 잊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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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발표 포스터(위)와 IBS 2016 로고(아래) 앞에서 찍은 사진


멜번에서의 하루


항공권 스케줄에서 하루 여유가 생긴 우리는 교수님과 함께 멜버른 근교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퍼핑빌리와 필립아일랜드를 다녀왔다. 퍼핑빌리는 멜버른 시티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 단데농에 위치하고 있다. 단데농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소문의 퍼핑빌리의 증기기관차를 탑승하였다. 이곳의 증기기관차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것은 물론이고 역사 또한 100년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과거 1900년대에 단데농 근교의 농산물과 화물을 운반하던 열차였지만 현재는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단데농 산맥을 도는 약 29킬로의 구간은 관광열차로 변신해있었다. 산맥주위의 절경은 기차를 타는 동안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직접 석탄을 태워 동력을 얻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석탄을 태워서 나오는 석탄 가루가 입이나 눈 쪽으로 날려 조금 불편했다.
열차 탑승을 마친 후 코알라와 펭귄이 살고 있다는 필립아일랜드로 향했다. 단데농에서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필립아일랜드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코알라였다. 하지만 관람시간 마감이 10분 남짓하여 아쉬움을 뒤로한 채 펭귄 서식지인 펭귄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펭귄 파라다이스에 도착해서 이곳의 펭귄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황제펭귄이 아닌 리틀 펭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펭귄 관람은 아침에 바다로 고기잡으러 나갔다가 저녁시간에 육지로 들어오는 펭귄의 일정에 맞춰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가 진 밤이 돼서야 귀가하는 펭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 즈음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펭귄들의 뒤뚱거리는 귀가행렬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귀여운 펭귄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의 플래시가 펭귄의 눈을 실명시킬 수 있다는 주의사항에 따라 아쉽지만 나의 두 눈 속에 간직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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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단데농 퍼핑빌리에서 100년된 증기기관차 앞에서 기념 촬영


호주에서의 일주일을 마치며...


학회 마지막 날에는 교수님과 함께 숙소 근처 공원에서 조촐한 BBQ 파티를 하였다. 학회 기간 동안 서로 관심 있게 들었던 연구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학회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IBS2016은 다양한 생물공학 기술에 대한 학술 발표가 이루어져 다채로웠고 새로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조금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학회에서 다루는 주제가 너무 넓어 우리 실험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연구나 관심 분야의 발표가 적었고 일부 발표의 경우 내용이 어려워 집중하기 힘들었다.

 

약 일주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실험실 후배들과 더가까워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고 옛 기억을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호주의 경험을 떠올려 보며,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중에있는 내가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어야할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또 한번의 인생 전환점이 되었던 IBS2016 학회 참관기를 맺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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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호주의 마지막을 장식한 숙소 근처 Flagstaff Gardens의 BBQ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