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Biomaterials Congress 2016 참관기
Date 2017-04-03 14:36:48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524
정솔찬
박사과정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생체모방재료 연구실
scc2678@gist.ac.kr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생체재료 관련한 큰 학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지도 교수님께 듣고 초록을 제출하여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되었다. World Biomaterials Congress(WBC) 학회는 국내에서 가보았던 학회들의 규모에 비하면 실로 어마어마했다. 참가자는 4000명이 넘으며, 약 1000개의 구두 발표와 4000개가량의 포스터 발표가 5박 6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쉴 새 없이 진행된다.
첫 해외학회 발표이기에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16시간 걸려 몬트리올 국제 공항에 도착하였다. 몬트리올은 퀘벡 주에 있는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이며,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간판과 안내문, 표지 등 대부분이 프랑스어로 되어있으며 현지 사람들도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어도 같이 통용되어서 기본적인 영어회화가 가능하다면 지내는데 문제는 없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WBC가 적힌 배너를 든 도우미들이 학회장 및 숙소 길안내를 도와준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들이 오는 대규모 학회이니만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도착하자마자 들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강연, 포스터 발표, 워크숍 등등 여러 학술적 행사들이 꽉꽉 들어차 있지만 이외에도 친목도모와 즐거움을 위한 이벤트들이 학회일정 이후에 기획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참여하였던 보물찾기(Treasure Hunt)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물찾기와 비슷하지만 어떤 퀴즈에 대한 정답을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학회장 근처의 올드 몬트리올 지역에 대한 퀴즈이며 정답은 퀴즈에서 지시한 건물 외벽이나 동상 등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알 수 있다. 이 퀴즈에 대한 정답을 다 알아내어 글자를 조합하면 어느 장소로 가리키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펍이다. 본격적인 구두발표와 포스터발표 등이 시작되기 전 날부터 학회 참석자들과 팀을 이루어 몬트리올을 탐방하고 이후엔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고 돌아다니며 정답을 찾느라 조원들과는 몇 마디 대화를 해보는 게 다였지만 덕분에 낯선 환경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학회장은 몬트리올 공항에서 버스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몬트리올 컨벤션 센터(Palais des congrès de Montréal)이다.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컨벤션 센터는Place-d'Armes역과 붙어있으며 건물의 정면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유리로 되어있다. 거의 건물 전체가 학회장인데 얼마나 큰지 학회 세션 장소를 옮길 때마다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바람에 이동하다가 발표 인트로 부분을 놓칠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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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조강연장의 모습


학회는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데 5박 6일간 계속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터프한 편이며 이 일정을 소화하려면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일반적인 학회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오전엔 기조강연과 오전 세션이 있고, 점심식사 후 오후세션1, 포스터세션, 오후세션2 이렇게 이어진다. 때에 따라선 저녁에 소셜 이벤트나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기조 강연에서는 그 분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사를 모셔 10년 혹은 그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연구했던 것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준다. 기조 강연장은 학회장에서 가장 큰 강의실에서 진행되는데, 몇 백 명은 거뜬히 수용할 것으로 보이며 연사의 얼굴이 콩알만 하게 보여 화면으로 봐야 할 정도이다.
이 후 진행되는 오전 오후 세션들은 10개 이상의 다른 세부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생체재료의 종류, 적용되는 타겟, 분석방법 등등에 따라서 세분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인데, 세션에 선정된 발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료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좀 더 어플리케이션 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다. 발표와 질의응답 포함 15분씩 짧은 발표가 쉬는 시간이 따로 없이 이어지며, 좀 더 이름이 잘 알려진 연사의 경우 30분씩 발표를 하기도 한다. 생체재료 분야의 최근 동향들을 파악하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여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짧은 발표시간 때문에 배경지식과 결과 데이터들을 충분히 숙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과 발표와 발표 간 휴식시간이 없어서 강의실을 이동하며 연달아 발표를 듣기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다.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애로사항 중 하나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발표자들의 억양에 15분마다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 중국,일본이 적응하기 힘들었으며 의외로 유럽 쪽 억양도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점은 기조강연 때도 그러했지만 논문으로만 봐오던 유명 연구자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분은 지도 교수님께서 소개를 시켜주셨는데 정말 묘하면서도 신기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포스터 세션은 10개가량의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하루에 약 1000개의 포스터가 걸린다. 오후에 포스터 세션에 할당된 시간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에도 포스터를 구경할 수 있다. 포스터 세션이 시작되면 학회 참가자의 대부분이 세션 장을 찾아와 포스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 질의응답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두 발표 때도 그렇지만 포스터 세션 때는 더더욱 국내 학회보다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굉장히 많은 수의 포스터가 걸려 있기 때문에 1시간 반 동안 그곳에 있는 모든 포스터를 훑어보기란 정말 불가능하다. 때문에 내가 관심 있는 키워드가 포함된 포스터들을 우선적으로 찾아다녔는데, 그래도 포스터를 구경하고 질문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반면 발표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는 1시간 반이 굉장히 길다고 느껴진다. 나는 학회 첫날 innovation in fabrication 분야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였는데, 긴장되어 영어도 잘 못 알아듣고 말도 많이 더듬었다. 한국분이 와서 한국말로 질문을 했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의 연구가 흥미롭다며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이 있어서 나름 뿌듯하기도 하였다.

구두발표와 포스터세션이 끝난 후엔 소셜 이벤트와 파티가 거의 매일 밤 열린다. 앞서 언급했던 보물찾기를 포함하여 주변 유명 대학탐방, 댄스파티, 콩그레스 파티 등이 있다. 그 중, 콩그레스 파티에 참가하였는데 일종의 연회이다. 기조 강연장으로 썼던 강의실을 정리하여 가장 안쪽엔 음악연주와 그래피티, 퍼포먼스를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사이드엔 간단한 뷔페식이 준비되어있다. 그외 나머지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학술적인 부분부터 소셜, 오락적인 부분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먼 곳으로 떠나온 만큼 학회 일정이 끝난 이후엔 틈틈이 주변 관광을 하였다. 5월의 캐나다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겨울 날씨쯤을 생각하면 된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며 우중충했던 날이 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몬트리올의 거리에는 유럽풍의 크고 오래된 건축들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시청,심지어 각종 수공예품과 기념품을 파는 봉스쿠르 마켓조차 그러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있는데 마치 유럽의 신전이나 성을 떠올리게끔 한다. 크고 작은 고딕 양식의 성당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학회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이다. 비록 내부에 들어가진 못하였지만 외부에서 보더라도 건물의 크기와 정교함에 압도된다.
올드 몬트리올은 큰 강을 끼고 있는데 강가엔 올드 포트가 있고 강가 근처를 따라 올라가면 자크 카르티에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을 시작으로 음식점, 펍, 기념품 가게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야말로 올드 몬트리올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특이했던 점은 그 날의 날씨에따라 이 곳 분위기가 매우 달라진다는 점이다. 몬트리올에 도착했던 첫 날은 우중충하고 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는 정도였는데 정말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5시 이전인데도 대부분의 상점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며칠 후 화창한 날, 식사도 하고 기념품을 살 겸 다시 광장 주변을 갔는데 광장과 거리는 사람들로 붐벼서 그 많은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성당이나 공원 주변엔 산책을 하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
몬트리올에서 주로 먹는 음식의 종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크게 샌드위치, 피자, 햄버거 등의 인스턴트와 중식과 레바논식 등의 몇몇 타국 음식점들이 있다. 캐나다인의 주식은 샌드위치가 아닐까라고 느낄 정도로 샌드위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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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노트르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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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봉스쿠르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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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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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자크 카르티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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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포스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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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푸틴

 

우리나라에도 입점해 있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집이 정말로 지하철역마다 있으며 카페에도 여러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학회장에서 제공되는 점심메뉴 중 Grab n' Go라 하여 점심시간에 간편하게 들고 먹으면서 포스터를 구경할 수 있게끔 제공되는 도시락이 있는데 그 메뉴 또한 샌드위치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몬트리올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는 푸틴이라는 감자튀김 요리이다. 특별한 것은 여기에 그레이비소스를 뿌리고 치즈커드, 소시지, 고기 등의 토핑을 곁들인다. 평범한 감자튀김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레이비소스와 치즈 덕에 예상보다 깊고 담백한 맛을 내었다. 고열량재료들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해서 몬트리올을 방문한다면 한 번쯤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5박 6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WBC 학회에 참여하고 몬트리올을 탐방하면서 고된 일정에 몸은 힘들었지만 여러모로 얻어가는 것이 많았다. 해외를 나가 그 나라의 문화를 보고 체험하며 견문이 넓어지기도 하였고 무엇보다도 학술적인 면에서 도움도 많이 얻었다. 단순히 지식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다음 WBC는 2020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서 열리는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더 좋은 연구 성과와 더 좋은 발표능력을 갖추어서 포스터 발표가 아닌 구두발표를 멋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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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학회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