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흉부학회 (ATS 2024) 참관기
Date 2024-09-22 16:58:2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78
김민석
교수
인하대학교 생명공학과
minsik.kim@inha.ac.kr

   “MD가 아니라 PhD세요?” 

   2024년 5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 흉부학회 (American Thoracic Society, ATS)에 참석하였습니다. ATS는 평균적으로 매년 14,000 명의 참가자가 등록하며, 올해는 6,500개의 초록이 접수된 대규모 학회입니다. 

   필자는 박사후 연구원 시절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발굴하는 연구 를 수행하여 해당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등록하였는데, 본 수기의 첫 문장은 실제로 필자 가 여러 번 한국말로 들었던 질문입니다. 많은 한국인 연구자들이 임상의 혹은 의사과학 자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PhD가 학회에 참석하여 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은 대부분 MD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PhD로서 담당할 수 있 는 역할에 공백이 많은 실정이기에, 의대 교수님들과 많은 토론 및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임상의학 및 기초학문 연구가 모두 혼재 된 학회의 특성에 따라, 학회는 일반적인 일정보다 다소 긴 6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첫 사흘은 주로 임상 관련 교육 및 연구 결 과 공유에 중점을 두고 세션이 이루어졌고, 마지막 이틀은 과학 및 공학 관련 연구가 중심이 되는 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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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NASA의 부스 및 TEMPO project 데이터 공개 관련 발표 사진.

 

 

    총 6일간 학회의 여러 세션을 들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연구자들의 “정보의 공개 및 협동”이었습니다. 한 예로 멀티 오 믹스 연구에 관한 연구가 있었는데, 연구진 은 공간 전사체학(spatial transcriptomics)을 활용하여 인간 폐의 발달을 이해하기 위한 포괄적 지도를 작성하는 프로젝트인 ‘LungMAP’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LungMAP 프로젝트 의 데이터, 필요한 시약 등은 모두 웹사이트 (lungmap. net)에 공유되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학회 전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NASA는 TEMPO(Tropospheric Emissions: Monitoring of POllution) 라는 미션의 공개를 홍보하였 는데, 이 미션은 북미의 대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 고 irradiance, radiance, city lights, cloud, ozone, NO2, HCHO 등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데이터는 2024년 5월 30일부터 공개하였으며, 이를 이용 해 호흡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홍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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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Poster discussion session의 발표 형식. 연구자가 청중들 앞에서 마이크 하나만 가지고 연구의 중요성 과 찾은 점을 설명한다. 

 

 

   세션장에서 연구자들이 협동을 목표로 여러 자료를 공 유한 것 외에도, 포스터발표의 진행 방식 또한 의견을 공유하려는 목표 의식이 두드러졌습니다. 본 학회의 포스터발표 는 포스터 세션 (poster session)과 포스터 토론 세션(poster-discussion session)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후자는 필자가 기 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이었습니다. 포스터 토론 세션의 초반 약 30분간은 기존과 같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돌아 다니며 질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후 약 1시간 반 동안 발표자들이 자료 없이 구술로만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세션을 진행하였는데,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는 듯한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포스 터 발표는 논의가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공유할 기회가 적은데, 이런 발표 방식은 대규모 상호작용의 기회가 많아 신선했으며,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어 진 행 중인 연구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

 

   학회 전시장에 많은 바이오 및 제약 회사들이 참가 하여 다양한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도넛, 기라델리 브레드 푸딩, 추로스, 스타벅스 음료 등 다양한 간식 과 음료가 준비되어 이를 찾아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 다. 학회 측의 숨은 의도는 참석자들을 학회장에서 내보내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런 배려 덕 분에 참가자들은 학회 일정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하 며 네트워킹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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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학회 전시에 참여한 수많은 기업의 부스들.

 

 

   또한 학회 기간 샌디에이고를 방문하며 여러 음식 점과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Tacos El Gordo에서는 suadero (양지), cabeza (소머리), buche (돼지 위), lengua (우설), tripa (소 곱창) 등 다양한 부위 중 원하는 것을 골라 타코를 즐길 수 있었고, 직접 반 죽하고 구운 토르티야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타코 음식점인 The Taco Stand와 Oscars Mexican Seafood에서 는 carne asada, fish, camaron, octopus taco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보았습니다. 특히, The Taco Stand는 crunch 한 토르티야 와 생양배추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으며, Oscars Mexican Food의 문어 타코는 아보카도와 문어의 향이 어우러져 흥미로 웠고 4종류의 다양한 salsa를 제공하여 재미있었습니다. Phil’s BBQ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이 상당하여 놀랐으 며, 단돈 5달러에 이달의 맥주를 판매하여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브루탈리즘과 퓨처리즘이 혼재된 UCSD Geisel 도서관, Powell-Focht Bioengineering Hall, Del Sol 등의 건물들 도 방문하며 학문적 분위기와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Louis Kahn이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Salk Institute도 방 문하려 했으나, 사전 예약이 필요해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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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Merck & Co. 의 도넛 부스. 현 장에서 직접 튀김기로 반죽을 튀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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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Boehringer ingelheim의 Ghirardelli bread pudding 부스. 간이 오븐을 가져와 조리 하여 음식이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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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AstraZeneca의 백신버스 및 스타벅스 음료 부스.

 

 

   또한, 브루탈리즘과 퓨처리즘이 혼재된 UCSD Geisel 도서관, Powell-Focht Bioengineering Hall, Del Sol 등의 건물들 도 방문하며 학문적 분위기와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Louis Kahn이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Salk Institute도 방 문하려 했으나, 사전 예약이 필요해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총평

 

   우리나라의 경우, 학술 연구 발표가 단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작 용 효과를 극대화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시사합니 다. 우리의 연구 결과가 단순히 개인적 성과를 넘어 인류의 건강 을 증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데이터, 노하우, 정보를 공유 하는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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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Tacos El Gordo의 여러 타코 및 구운 소고기를 곁들인 감자튀김.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는 단순히 개인 성향을 넘어서, 우리 사회 및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따라 서 앞으로 대규모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계, 산업계,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포괄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 시스템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활동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한 변화가 점 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나, 이 과정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PhD로서 미국 의 학 학회 참석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의학계와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세계적 흐름 과 연구 동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다른 분들의 참석을 장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