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야!” 열풍과 바이오 도핑
Date 2018-04-16 20:30:31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48
권인찬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inchan@gist.ac.kr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은 의외의 경기인 컬링이 초반부터 관심을 끌면서 국내에서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특히,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컬링 대표팀 스킵(주장)인 김은정 선수가 친구인 김영미 리드선수를 부르던 “영미! 기다려!” “영미! 헐!” 이라는 외침은 대회 내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컬링의 경우에는 이번에 강릉 컬링장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온 경기라 그런지 경기 중의 선수들의 모습들이나 관중들 분위기 등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았었다. 일본과 가졌던 여자컬링 준결승전은 한국팀이 앞서다가 일본팀의 분전으로 막판에 극적으로 동점이 되고 연장전 김은정 스킵의 마지막 스톤이 버튼이라고 하는 가운데 원 안에 들어오면서 명승부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1화가 여자 핸드볼 경기를 주제로 하고 2화가 여자 아이스하키가 주제였었던 거라 많은 사람들은 3화가 나온다면 여자 컬링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컬링 이외에도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 등과 같은 종목에서 메달을 따면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 밭인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외에도 즐겨볼 수 있는 동계올림픽 종목이 생긴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수확이라 느꼈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 메달 순위 7위로 대회를 마치게 되었다. 원래 예상했던 순위보다는 낮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따게 되면서 대회 내내 기대감이 높았던 올림픽으로 기억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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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시합 중인 김은정 선수

 

그런데, 종합메달 순위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기존의 동계올림픽 강국이고 특히 2014년 소치올림픽 메달 순위 1위였던 러시아가 순위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가 13위에 올라와 있는데, 엘리트 스포츠를 하면서 동계올림픽 경기에 엄청난 투자를 해 오던 러시아에게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올림픽을 준비해 오던 선수들이 온전히 참여를 못하고 일부 선수들만 참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약물 도핑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도핑 스캔들에 대해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설명의 일부를 발췌해 보면, “2014년 세계반도핑기구(WADA) 산하 러시아 지부인 러시아 반도핑기구에서 근무하였던 검사관 비탈리 스테파노프와 그의 아내이자 러시아 육상 국가대표 선수인 율리야 스테파노바가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국 육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고 러시아 반도핑기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공모하여 이들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경기 후 도핑 검사에서 적발되지 않도록 샘플을 조작 및 은폐했다는 정보를 폭로하였다. 심지어 육상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는 러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대부분이 종목을 불문하고 금지약물을 복용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도핑에 참여했다는 의심이 강해져서 2016년 하계올림픽과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출전이 금지되었고, 대신에 도핑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 선수들의 경우 개인 자격으로(OAR) 올림픽 출전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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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평창올림픽 종합 메달 순위 (출처: 다음)

 

운동 선수 들로서는 쉽게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유혹을 떨구기가 어려워 보인다. 특히, 엘리트 스포츠를 표방하고 좋은 성적이 부와 명예를 가져오게 되는 상황은 어쩌면 배고픈 사람 앞에 맛있는 음식을 놓아두고 먹으면 안 된다고 감시하는 것과 같은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로 신설된 컬링 믹스더블(남자, 여자 선수 각각 1명씩 번갈아 스톤을 던지는 컬링 종목)에 출전했던 러시아 남자 선수가 시합에서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었던 것을 직접 강릉에서 보고 왔었는데, 약물 복용으로 자격을 박탈되었다고 듣고나니 약간의 충격이었다. 약물을 복용했는데 만약 검출이 되지 않는다면 어찌보면 운동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은(?) 약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새로운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핑은 선수들과 도핑 검사자와의 끊임없는 추격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검출이 되지 않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인체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을 약물로 복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성장호르몬, 인슐린과 같은 바이오 약물은 인체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많아서 도핑용 약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저자의 주 연구분야가 생물공정으로 바이오 약물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이오 약물에 의한 도핑 (바이오 도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이오 약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2000년대 초부터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합성신약의 경우 특허가 만료되면, 동일한 성분으로 저렴하게 제조해서 판매하는 제너릭 약물이 많이 생기게 된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제너릭 약물과 비슷한데 바이오 약물의 경우 오리지널 약물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만들기가 어려워 유사한 약물이라는 의미로 바이오시밀러라고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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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바이오시밀러 (출처: http://www.winally.com/)


우리나라에서도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공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허가를 받거나 준비 중에 있다. 아무래도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물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격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바이오 도핑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니 참 세상일에는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력이나 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 약물에는 성장호르몬인자, 적혈구생성인자(erythropoietin; EPO),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이 있다고 한다. 바이오 약물의 경우 낮은 농도로도 효과가 높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한 경우 적은 양의 약물을 인체 내에서 검출하는 것과 내부에서 분비된 것인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바이오 약물을 검출하는 대표 기술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iquid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LC-MS)을 사용하여 소변 샘플 속에 바이오 약물의 질량에 해당하는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체내에 유사한 질량을 가지고 있는 다른 단백질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은 약물도 있다고 한다. 좀 더 선택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바이오 약물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한 분석이 최근에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내부에서 분비된 테스토스테론과 외부에서 들어온 테스토스테론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 구성비율을 분석한다고 한다. 식물에서 추출한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내부에서 분비된 테스토스테론과 탄소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서 구분이 된다고 한다.

향후에 바이오 도핑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 지를 예측해 보려면 바이오 신약 개발 추세를 봐야 될 것 같다. 올 해 처음으로 미국식약청(Food and Drug Agency; FDA)에서 허가가 예상되는 RNA interference (RNAi) 기반 약물의 경우 분해되면 평범한 대사산물이 되기 때문에 도핑에 사용이 된다면 검출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 신약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세포치료제 중의 하나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 기반 치료제가 있다. 이 경우 환자 본인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사용해서 줄기세포를 만들거나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다른 세포가 치료 역할을 하는 것이라 도핑으로 사용된다면 기존 세포와 구분을 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쉽게 예상된다. 물론 이런 새로운 바이오 약물들이 상용화가 활발히 일어나게 될 때에는 분석법이나 다른 기술들도 개발될 것으로 보여서 너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생물공학을 연구하는, 특별히 바이오 약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는 바이오 도핑을 앞으로도 관심있게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