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TAS 2018 을 다녀와서...
Date 2019-04-09 16:08:24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9
김동영
박사과정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dongyeong4402@gmail.com

2018년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MicroTAS 2018 (The 22n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iniaturized Systems for Chemistry and Life Sciences)이 대만 Kaohsiung 에서 개최되었다. MicroTAS는 초미세 의료 진단칩 등 정밀 의료 및 바이오와 화학 관련 학자, 연구원, 산업체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학술대회이다. 1994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후, 매년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현재 해당 학회는 미세유체 관련 학술대회에서 가장 큰 학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 학회는 국내 연구관계자들의 공로를 인정하여 국내의 제주와 경주에서 각각 2009년 그리고 2015년도에 개최되었다.이번 학술대회가 특히 손꼽아 기다려졌던 이유는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2015년 경주에 참석하여 깊고 방대한 지식을 익히기에 바빴던 microTAS 와 달리 그 동안 연구하며 성장시킨 학술 지식을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으로서 참석하는 학회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술대회를 참여했지만, 본 학회는 연구하며 논문이나 책에서 참고했던 해외의 저명한 연구자들 및 교수님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기대가 컸다.
학회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전략적인 동선을 계획해야 한다는 지도 교수님과 실험실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대만으로 출국하기 전날 밤 미리 공개된 초록을 통해서 다양한 연구들을 간단하게 훑는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연구자들과 직접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한 밤을 지새우고 원활한 의사소통과 나의 연구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사전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몸은 대만 카오슝에 도착해 있었다. 이른 아침 도착한 카오슝은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화창한 햇빛을 통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카오슝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지하철을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도심에 도착하기 전, 공항 내의 안내 멘트를 통해 들었던 대만의 제2의 도시라는 위용에 걸맞게 카오슝 도심은 매우 높이 솟은 빌딩과 세련된 건물들로 가득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학회장을 향해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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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Kaoshiung exhibition center 전경

 

학회가 열리는 Kaoshiung exhibition center는 숙소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로 드넓은 바다와 부두가 보이는 매력적인 건물이었다. 학회 등록만 가능한 첫째 날인데도 불구하고 학회장 내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벌써 도착하여 사전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학회 등록을 마치고 받은 프로그램 표는 학회의 규모와 걸맞게 약 300 페이지에 육박하며 그 안에는 매우 빼곡하게 1000편 이상의 발표 목록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동시간에 발표되는 구두 발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도 교수님과 실험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서 듣고 싶은 구두 발표 순으로 체크를 진행한 뒤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짜는 데에 몰두하였다. 수록된 모든 발표가 빠짐없이 듣고 싶은 발표였기에, 필연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welcome reception dinner buffet에서는 대만의 전통 공연과 함께 학회의 참여자들과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처음 겪어 보는 풍경에 어색함은 얼마 가지 않았고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멀리서는 유럽 그리고 북미에서 온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학회 일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문화 교류로 시작하여 연구분야에 대해 이야기 주제가 옮겨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Welcome reception 이 짧게 진행된 것은 아직 학회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알림과 같았다. 첫째 날을 알차게 보낸 뒤 돌아온 숙소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이른 아침을 대비해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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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첫째 날 진행된 Welcome reception 

 

학회 둘째 날 이른 아침, 숙소 앞 인도와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에는 MicroTAS 명찰을 단 다양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하는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있는 학회 참석인원들은 단연 눈에 띄었다. 나를 포함한 학회장 내의 모든 사람들은 학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Plenary presentation에 참석하기 위해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션 장에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약 50분간 진행될 첫 번째 발표를 책임질 Chih-Ming Ho 교수님께서 단상위로 올라오셨다. 발표 주제는 현재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Artificial intelligence(AI) 기술을 이용한 치료법이었다. 최근 암 환자가 화학 요법으로 치료받는 경우 매우 낮은 반응률을 갖는 이유가 유전학과 인간의 다양성 및 환자의 특정 생리적 반응을 수용하기에 최적화된 요법으로 치료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발표가 시작되었다. 특정 약물이 환자에 투여될 때, 환자에 따라 나타나는 ‘trough level(concentration)’을 측정함으로써 다음에 투여되는 최적의 약물 농도를 AI 기술을 통해 예측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진보된 약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물 응답률을 높이는 데 많이 기여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긴 시간 발표를 진행하신 뒤, “Life is very simple. Do not make it too complex”라는 ‘miniaturization’의 학회 취지에 맞는 말씀을 하시며 성공적인 학회의 시작을 알렸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계획해 두었던 동선을 따라 세션 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다양한 발표들을 듣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회장에 사람이 많고 더욱 자세히 듣기 위해서는 앞자리에서 듣는 것이 발표자와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쫓아 다녔다. 해외 학회의 참석은 실제로 연구실 내에서 국한된 인원만이 참석할 수 있는 희소한 경험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를 제외한 다른 실험실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참고할만한 발표도 참석해야 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더욱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간단한 점심시간 이후에 흩어져있는 학회 참석자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poster presentation이 시작하였다. 구두 발표에 비해서 대체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포스터 발표는 연구 실무자와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을 갖고 있는 시간이다. 포스터 시간은 학회 참석하기 전에 미리 봐두었던 초록들을 찾아 차례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도중 포스터를 간단하게 읽고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실제 설명을 듣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구두발표도 학회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지만 마음이 맞는 다면 30분 이상을 서있는 상태로 대화 할 수 있는 포스터 발표 시간을 학회에서 가장 좋아한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같이 낮은 자세로 대화하면서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던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하는 기분을 들게 하였다. 먼 훗날, 포스터 발표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나와 같이 연구하고 서로 경쟁하며 발전해 나가는 것을 상상하며 둘째 날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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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MicroTAS 2018 poster presen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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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포스터 발표

셋째 날과 넷째 날 학회는 둘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학회 일정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훌륭한 발표들을 듣고 다양한 학생들과 연구 교류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반복되는 학회 일정에 점점 지쳐있을 때, 학회 알림판에 한국 학생들끼리 저녁식사의 초대장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대화는 많이 했지만 학회에 참석한 이후로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 학생들과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연락처를 남겼다. 분주하게 학회 일정을 마무리한 뒤 참석한 저녁식사는 매우 흥미로운 자리였다. 모든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시작하니 밤이 되어서도 이야기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사소한 대만 음식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진중한 연구 이야기를 거쳐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로 퍼져 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이 자정이 지나고 학회의 마지막 날을 위해서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마지막 날 세션은 오전 세션만 진행되어 오후에 대만의 다양한 곳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대만의 한적한 골목 거리에서 가정식을 파는 가게, 카오슝 도시의 명물이라는 카오슝 도서관, 검은 모래로 유명한 치진 섬 그리고 먹거리가 풍부한 야시장까지 학회를 참석하느라 둘러보지 못한 대만의 다양한 풍경들을 빠른 시간 내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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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카오슝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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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카오슝 도서관 전경


약 5 일간의 MicroTAS 2018 학회를 마치며, 저명한 교수님들이 발표한 내용들과 메모해 두었던 다양한 포스터 발표자들과의 열띤 토론 내용을 곱씹으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아가는 연구자들을 보며 더욱 동기부여가 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런 소중한 경험은 나도 나의 자리에서 열심히 연구한 결과를 통해 언젠가는 훌륭한 연구자들과 같이 큰 학회에 초청되어 발표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