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공포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Date 2020-08-03 17:09:43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795
오병근
교수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bkoh@sogang.ac.kr

사람들이 전염병의 존재조차 몰랐을 당시 기침하는 감염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기껏 해야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하지만 전염병이 터지고 환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도시 기능까지 마비되면서 도시 봉쇄가 확정됐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둘러맸고 생필품 사재기에 혈안이 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모든 시민이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는 국면까지 놓였다.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환자와 그들을 철저히 격리하려는 정부가 대립하면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위 내용은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을 배경으로 제작된 재난 영화 ’감기‘ 의 일부이다. 영화 속 장면으로만 생각해오던 일들의 일부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 우한시로부터 발생한 원인 불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2020년 3월 11일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세계적인 팬데믹 (pandemic)으로 선포함에 따라 전 세계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떨
고 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잘 대처한다면 현재의 공포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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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 ’감기‘ 포스터 및 일부 장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을 기점으로 변종 바이러스가 증식되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11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 변종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을 ‘코로나바이러스 질환–19 (COVID-19)’로 정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비말 (침방울) 및 호흡기 분비물 (콧물, 가래 등)로 인해 공기 중으로 전염될 수 있다. 비말은 2 m 내외로만 전파되지만, 비말이 묻은 손이 눈, 코, 입 등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확산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수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 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증상, 폐렴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드물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발생한다. 따라서 유사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발견되었을 경우 의심 환자로 분류되어 진단 및 검사를 실시한다. 코로나바이러스-19의 발생 초기에는 판코로나 (pancorona) 검사법을 사용하여 염기서열분석 결과 일치 여부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존재의 유무를 검사하였으나 1월 11일 상하이공공위생임상센터의 장융전 (張永振)교수가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19의 특정 염기서열을 이용해 1월 31일부터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 (RT-PCR)’을 이용한 검사가 가능해졌다. 이 검사법은 코로나바이러스-19를 특정해 진단할 수 있는 ‘시약 키트’가 핵심으로, 검사 6시간 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검사법을 이용해서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18곳과 민간 검사기관 95곳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만 5000건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월 20일 중국 우한시로부터 입국한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전파로 인해 2차, 3차 감염자가 추가로 나타나며, 상당한 속도로 2020년 5월 12일 기준 10,936명의 확진자와 25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세계적으로는 4,235,806명의 확진자와 287,59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확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세계적으로 사스 (SAS)라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병하였다. 중국의 관박쥐와 사향 고양이로부터 전파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였다고 알려져 있는 사스는 세계적으로 8,096명의 감염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지만, 한국에서는 감염자가 3명 정도로 적어 국내 관심도가 낮았다. 한때는 사스가 한국에 많이 전염되지 않은 이유가 “한국인이 먹는 김치 때문이다.” 라는 소문이 있어, 외국에서 김치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질병발생 후 약 1년 9개월 뒤인 2004년 7월 사스는 종식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다시 한 번 인류를 괴롭혔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부터 나타난 메르스는 낙타와 박쥐를 매개로 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으로, 사스와 동일한 호흡기 질환 증상을 나타내었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에 첫 감염이 확인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수는 1401명으로 사스에 비해 적은 수이지만 메르스의 무서운 점은 높은 치사율이었다. 메르스의 전 세계 평균 치사율은 무려 30~40% 정도로 매우 높았고, 국내의 경우에도 감염자 186명중 36명이 사망 (치사율 약 20%) 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전파력이 크지 않아 많은 인원이 감염되지는 않았으나, 평균 사망자 나이가 54.9세임을 생각하면 40~50대층에서도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메르스도 국내의 경우 70일 만에 모든 자가격리자가 해제되며 사실상 한국에서의 종식이 선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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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 미국 질병통제연구소 (CDC)가 공개한 COVID-19 구조형상화 이미지 (좌), 중국 바이러스 질병통제 연구소가 공개한 COVID-19 사진 (우)


2019년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19는 발견된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박쥐에서 발견된 SARS 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일치율 (89.1%)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기존의 사스 (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마찬가지로 동물-사람의 종간 감염을 통해 신종 병원균이 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1-3].

코로나바이러스-19의 확산은 현재 진행 중이며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선별진료소 설치 및 역학조사, 확진자 이동경로 정보 공유, 확진자 격리 및 집회통제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고, 제약 회사 등 바이오 업계에서는 확진자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여러 단체 및 기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속에도 바이러스는 계속 퍼져나가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치료는 증상에 따른 치료 (대증치료)가 중심이고 바이러스 자체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또한 검증된 백신의 부재로 개인이 할 수 있는 바이러스 예방법은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이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의 인간과 바이러스의 싸움을 통해 답을 얻어야 할 것이다.
현재 COVID-19에 대한 치료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증상을 회복시키는 동안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체의 면역 체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먼저 일어나는 면역반응인 선천성 면역 (자연 면역)과 선천성 면역 반응 이후에도 제거되지 않은 병원균을 제거하거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면역반응인 후천성 면역 (획득 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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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선천성 면역 (Innate immunity)과 후천성 면역 (Adaptive immunity)


선천성 면역반응은 피부, 점막, 분비물과 같은 신체 장벽을 이용한 방어 (외부 방어)와 식세포 작용, 자연 살생 세포 (natural killer cell, NK cell)와 같은 내부 방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인체의 1차 방어막은 신체 장벽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지하는 것이다. 죽은 세포로 이루어진 피부의 각질층이 단단한 방어벽을 형성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어렵다. 눈, 코, 호흡기 등과 같이 피부로 덮여 있지 않은 부위는 점막으로 덮여있다. 점막은 라이소자임 등 향균 물질을 포함하는 점액을 분비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다. 호흡기관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는 기도의 섬모운동에 의해서 제거된다. 피부로 분비되는 땀과 지방은 산성을 띠고 있어 바이러스의 생장을 억제하고 땀, 눈물, 침에는 라이소자임이 들어 있어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방어막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인체 내부로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 증식 억제 및 즉시 제거를 위한 2차 방어인 내부 방어가 시작된다. 인체 내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는 항원제시세포 (antigen presenting cell, APC)라 불리는 세포 족의 하나로, 식세포 작용을 하여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다른 면역 세포들이 어떤 병원균이 침투했는지 알 수 있도록 잡아먹은 병원균 일부 조각을 주요 조적적합성 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라 하는 자기 단백질에 의해 세포 표면에 제시하고, 이를 림프구에 알려준다. 항바이러스 당단백질인 인터페론에 의해서 자연 살생 세포가 자극되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 이러한 자연 살생 세포는 정상적인 세포는 죽이지 않으나 항원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죽이는 세포로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잘 죽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제거하는데 중요하다 [4,5].
후천성 면역반응은 림프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항원 특이적 반응으로 T림프구와 B림프구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구별된다. T림프구는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B림프구는 항체를 생성하는 체액성 면역반응을 담당한다. 먼저 T세포는 림프구의 약 70~80%를 차지하며 세포독성 T세포, 기억 T세포, 보조 T세포로 분화된다. 항원제시세포가 보조 T세포에 항원을 제공하면 보조 T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는 세포독성 T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B세포를 자극하여 형질세포로 발달되는 것을 촉발시킴으로써 체액성 면역반응에 관여한다. 세포독성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결합해서 세포막에 구멍을 내는 단백질을 방출함으로써 숙주 세포를 파괴해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 때 바이러스의 단백질 외피 전체 또는 일부가 항원으로 제시될 수 있다. 기억 T세포는 숙주가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빠르게 반응한다. 그리고 B세포는 림프구의 약 15%를 차지하며 B세포막에 부착되어 있는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며 성장하고 발달한다. 항원제시세포에 의해서 자극된 보조 T세포에 의한 자극에 따라 B세포는 증식해서 다량의 항체를 분비하는 형질세포나 기억 B세포로 분화된다. B세포가 형질세포로 발달하면 혈류 내로 순환 항체를 방출시키고 이 항체들이 혈류 내에서 항원을 둘러싸서 결합한 후 불활성화 시킨다. 형질세포는 수명이 짧아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제거한 후 죽는다. 하지만 일부 B세포는 기억세포로 남아서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때 면역반응을 촉진시키고 더 빠른 속도로 항체를 생산해 항원에 대응할 수 있다 [4,5].
이러한 인체의 면역 체계의 활동과 의료진의 적절한 처치가 효과를 발휘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환자 중 완치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COVID-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청결과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해로운 병원체로 인식되지만, 바이러스가 인체의 세포에 감염시키는 기작을 적절히 활용하면 암을 예방하거나 질병 치료에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재조합된 유전자를 세포 내로 삽입시킴으로 유전적 변형을 통하여 암, 면역질환, 감염성 질환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이다. 유전자 치료에서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 침입하면서 자신의 유전물질을 세포에 빠르게 옮기는 특성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때 바이러스는 RNA나 DNA와 같은 유전 물질을 포함한 운반체의 형태 (바이러스 벡터)로 개발되어 세포 내로 침투하여 작용하게 된다. 바이러스 벡터를 플랫폼으로 사용하였을 때의 장점은 유전자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발현율 및 지속성이 우수하다. 바이러스 벡터에 주로 사용되는 바이러스로는 레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이 있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는 최근까지 꾸준히 각광받는 치료법으로 많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면역 반응 또는 비특이적 반응과 같은 안전성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추후 암 또는 각종 질병 치료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법 외에도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감염시켜서 암치료를 가능케 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항암 바이러스라고 한다. 항암 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정상 조직에는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복제감염력에 의해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침투ㆍ사멸시킬 수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1998년 캐나다 캘거리 대학의 Patrick Lee 연구진으로부터 분자생물학적 기작연구를 통해 밝혀짐으로써 항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2015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받은 amgen사의 ‘imlygic’ 이라는 흑색종 치료제가 임상을 통과하여 처음으로 항암 바이러스 시장에 출시되었고 이어 중국의 선웨이 바이오테크 사의 ‘온코린’ 이라는 두경부암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이렇게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항암제의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로, 세계 여러 기업들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개발이 진행 중이며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Benvenuto D, Giovanetti M, Ciccozzi A, Spoto S, Angeletti S, Ciccozzi M “The 2019-new coronavirus epidemic: Evidence for virus evolution”. Journal of Medical Virology, 92, 455, 2020. 2. https://www.ncbi.nlm.nih.gov/nuccore/MG772933 
3. https://www.ncbi.nlm.nih.gov/nuccore/MN908947.2
4. Marry K. Campbell, Shawn O. Farrell, biochemistry 6th edition
5. Abbas A., Lichtman A., Basic Immunology 3rd Edition, Updated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