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BT인재로 성장하기
Date 2020-10-21 03:11:33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245
박 동 준
연구교수
University of California in San Diego (UCSD)Department of Surgery, Division of Trauma
d4park@health.ucsd.edu


1. 인사말
사람들은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 나도 그 가능성을 믿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성장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또는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코칭을 받 았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진 꿈을 한시도 잃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고를 통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초등학교 시절, 작은 관심에서 시작했던 과학은 나를 젊은 BT인으로 성장하게 해 주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영감을 찾아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기회는 곧 가능성으로 바뀌어 내 삶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은 연구의 성과가 미미하지만 이렇게 BT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를, 같은 목적을 가진 많은 선후배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를 주신 BT News 편집위원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 ‘과학’과 인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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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주병진데이트라인 출연당시 모습



과학에 관한 관심은 초등학생 시절 방학마다 과제로 나오던 ‘탐구생활’을 통해 시작되었다. 그 과제를 바탕으로 매년 4월에 개최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 회”에서 매년 상을 받으면서 흥미를 키워갔다. 어느덧 즐거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전력을 다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과학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국대회 3위, 장관상을 받으며, TV 출연 제의를 받아 당시 한참 인기를 끌던 생방송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에 출연해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쉽게 오지 않는 기회에 어리둥절하며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학창시절 30여 점의 과학상을 수상하며 쌓인 경험과 지식을 통해, 나는 ‘과학은 미래의 세상을 움직이는 힘 ’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력과 열정,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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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대학원 과정때의 교수님과 선후배 단체사진

 

 

 

3. ‘바이오와 공학, 임상의학’을 배우다
대학에서 배우는 과학 과목은 학창시절 배운 지식과는 달리 더 포괄적이고 이론적이며 그 역사성까지 공부하게 되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나는 유기화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인 유전학과 관련된 공부를 꾸준히 했다. 시간이 흘러 의무병으로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생물학 혹은 의학 분야를 공부하던 동기들과 군의관으로 오신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들을 통해 과학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전북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분자생물 공학분야를 연구하시는 민지호 교수님을 만나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인으로서의 입문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실험 방법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회의하여 연구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계획성 있는 연구를 구상하는 것을 배웠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게만 느껴졌다. 다양한 분자 생물공학 분야를 접하였지만 제일 흥미롭게 주어진 주제는 효모로부터 유래한 물질을 활용해 피부에 존재하는 멜라닌 색소를 감소시키는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였다. 멜라닌 색소 감소에 효과적인 효모 유래 물질 내의 단백질을 분석해 후보군을 선별하고, 유전자 재조합으로 특정 단백질의 과발현을 유도하는 연구를 하며 연구의 흐름을 익힐 수 있어 즐겁게 연구를 했다. 또한, 효모를 대량배양시키기 위한 공정을 개발하여 많은 양의 유래 물질을 수득하여, 화장품 회사와도 함께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매우 값진 경험도 해볼 수 있었다.
박사학위과정 때에는 세포소기관을 목적 타겟하는 신호전달 펩타이드 (Signal peptide) 를 활용한 Aldehyde Dehydrogenase 6 (ALD6)의 세포소기관 타겟 능력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는 단백질 상에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신호전달 펩타이드를 활용하여, 원하는 단백질을 목적하는 곳으로 수송하는 Target Drug delivery system 개발에 응용이 가능한 기술로서 논문과 특허등록을 할 수 있었다. 클론개발을 통한 transfer vector를 디자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고, 학회발표에서도 주목을 받는 연구가 되었다. 그 밖에도 천연물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뽑아낼 수 있는 복잡한 공정과정을 최소한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공정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도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대학원과정은 당시에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단시간의 대학원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한 후에, 너무나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에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의 서영준 교수님을 만나 박사 후 연구 과정과 연구교수를 하며, 대학원 과정에서는 접해보지 않은 임상연구를 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가 난치병 치료를 위해 신소재를 발굴하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는 모두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고, 더불어 부가가치적 산업의 개발을 통해 국가 기술력을 높이는 데에 이바지 할 수 있음에 관심이 가기 시작 하였다. 청각 재활연구소에서 이 (耳) 과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난청 환자들의 구조학적인 문제점과 인체 내의 분자화학적 변화를 이해하고, 어떤 약물을 사용해야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난청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분야의 교수님들께 (연세대학교 원주 미래 캠퍼스의 의공학과 기재홍 교수님과 가톨릭관동대학교의 의생명과학과 김한수 교수님) 조언을 받으며 연구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동연구로 폭넓은 연구주제를 접해볼 수 있었고, 주된 연구주제로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줄기세포의 호밍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내재화 기전을 연구하고, 나노입자를 내재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청각세포를 선택적으로 타겟해 예방 혹은 치료능력을 지닌 세포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표면이 양전 하로 개질된 특정 나노입자를 활용해 세포로부터 발생하는 엑소좀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나노입자와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의 발생간의 기전연구를 수행하였다. 100 nm 이하의 크기를 지니는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은 항염효과나 재생효능 등 다양한 기능이 보고되었으나, 이(耳) 과학 분야의 임상적인 접근은 거의 보고되지 않아 새로운 연구 분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동료 박사님과 함께 인체의 가장 미세한 부분인 청각기관의 ex vivo 시스템을 구축하여 효능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인체의 가장 미세한 부분인 청각기관 내부에서 손상된 청각세포의 사멸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대학원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동물모델개발 연구를 통해 기존의 약제나 나노입자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진 행하였고, 더 나아가 임상실험 시에는 어떻게 응용되는지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나는 탐구심이 많아 주변 연구원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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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박사후 과정 때의 교수님과 연구원 동료 단체사진

 


4. ‘다양한 경험’은 창의력을 돋는다
나는 강의를 나가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다양한 경험 ’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과학에 대한 전공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본인이 직접 겪어온 사회적 경험만큼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 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 (경험은 최고의 선생님이다)”라는 격언처럼 다양한 경험은 적재적소의 내 삶에 녹아서 표출되었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대학생 시절 참여했던 MBC 아나운서 스피치 교육의 경험은 학회 발표장에서 정확한 발음과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자신감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대학원 학생회장을 하며 생긴 리더십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박사님, 교수님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개최한 세계교육기행을 통해 국제종 보호단체 (WWF)의 대표들을 만나며 국제기관과 협력하는 과정들을 배웠다. 이때 나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고, 반드시 해외의 연구자들과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 미국 UCSD에서 offer 를 받아 Brian Eliceiri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내 삶 속에 녹아있는 몇몇 대표적인 경험들은 앞으로 연구자로서 살아갈 나에게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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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세계교육기행 당시 국제기관 방문

 


5. 글로벌 BT인재로 성장하기

근래에는 국내와 국외연구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가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대가의 연구실에서 배워가면서 연구하는 것이 홀로 연구를 하는 것보다는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제기관에서 연구하는 것이 더욱 간절하게 되었던 나는 토플, 아이엘츠, GRE 등의 다양한 시험공부를 도전해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내 마음을 일찍 알아챈 지도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부족한 결과지만 해외학회에 참석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또한, 박사과정 때 신호전달 펩타이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떠난 독일 Hamburg-eppendof 의 Thomas Braulke 교수 연구실로의 교환연구 경험을 통해서 폭넓은 연구 분야를 접했다. 지금은 미국 UCSD에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학자들과 함께 연구에 대해 토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기도 하였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가능성이 형성되고 실현되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나의 연구는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나의 사소한 행동과 생각도 모두 소중하다는 값진 교훈을 갖게 되었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6. 맺는말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 느낀 점은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라는 것이었다.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타 분야 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독자적인 연구 분야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가끔 후배들이 이런저런 고민 상담을 해올 때면, 나는 끝없이 도전하라고 말한다. 우린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그때마다 한 길을 선택해야 하고, 일단 결정되었으면 중단 없이 진행해 갈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기고를 통해서 이렇게 BT인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 BT인의 연구가 인류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BT인 여러분, 언제나 본인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