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삶을 걷다
Date 2020-10-21 03:24:22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60
방 승 혁
주임연구원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노바이오연구센터
hyeak99@hanmail.net

글을 시작하며
‘BT스토리 젊은 BT인’의 저자로서 기고 요청을 받았을 때 살짝 당황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가 벌써 BT스토리를 작성할 수 있는 연구자로서 성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수락하였고, 글을 작성하면서 개인적으로 연구자로서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학회 담당자 및 지도교수님이신 민지호 교수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연구자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학부를 마치고 공기업 취업준비를 하던 중 학과사무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취업공고를 보고 한번 해볼까? 라는 호기심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서울 강남에 위치한 기업에 입사를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에 일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회사생활에 적응해 나갈수록 새벽 같은 출근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약 2년여 시간을 보내는 찰나 학부시절 4학년 1학기동안 연구실생활 중에 알게 된 박사과정 선배와 연락하던 중 나의 이런 고민을 듣고, 평소 연구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지금 지도교수님이신 민지호 교수님을 소개해주셨다. 그 이후로 연락드리고 직접 찾아뵈었을 때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정말 재미있게 말씀해주시면서 평소 생물에 관심은 1도 없는 내 마음을 확고히 다잡게 해주셨고, 힘들었지만 정든 회사를 그만두고 연구자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주위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하기도 하셨지만 내 확고한 의지와 미래 가능성을 보시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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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교수님과 연구실 학생들



스물에는 대학진학을 하고, 스물아홉에 연구실생활을 시작으로 서른 늦은 나이에 대학원입학을 하게 되었지만, 뭔가 연구자로서 꿈을 안고 연구를 한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석사 1년동안 미생물 관련 기초지식을 쌓고 나노입자를 활용한 진핵생물 내 세포소기관 내 유용효소들의 고정화 연구 (immobilization study)를 통해 하나씩 분석, 연구를 하면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회와 세미나를 참석을 하게 되었으며, 하나씩 논문과 특허 등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으로 1학년을 마치기전 교수님과 실험실 선배들의 도움과 배려로 교환학생으로 일본연수기회를 얻어 약 2개월간 츠쿠바에 위치한 AIST (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소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논문까지 발간할 수 있었다. 이후로 석사학위를 무사히 마치고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되었다. 박사 과정 동안에는 진핵생물 내 세포소기관의 표면 막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표면 막 단백질 내 특이적으로 유해세균에 반응하는 막 단백질을 찾고자하였고 2차 전기영동 (2-Dimensional electrophoresis) 방법을 통해 프로테옴 분석을 진행하여 단백질 분리 및 확보를 통해 유전자 재조합을 통하여 막 단백질이 함유된 효모를 생산하였고, 재조합 효모로부터 추출 된 세포소기관에서 막 단백질을 분리하여 인위적인 세포소기관 (Artificial cell)을 제조하기 위해 추출된 막 단백질로 리 포좀 표면을 개질하여 유해미생물에 표적하기 위한 항균활성을 갖는 인공세포 소기관을 제조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진핵생물 내 존재하는 유용세포소기관을 제조하여 동일한 항균활성을 갖는 세포소기관을 제조하여 생물에 대한 모사를 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이는 현재 본 연구기관에 들어오고자 한 발판이기도 하다. 박사학위 기간 동 안에도 연구재단에서 실시하는 한독 연수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2개월간 독일 마르부르크 (Marburg) 에 위치한 philips-Universtat 대학에서 연수활동을 하면서 전기방사를 통한 항균활성을 갖는 나노섬유를 제조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였다. 학위기간동안 국내 연구실과 연수기간동안 유럽국가 대학에서의 연구 등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또한 국내 ·외 학회 등을 통하여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촉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하여 무사히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고, 그와 관련한 연구들을 발판으로 논문 출간 및 특허를 낼 수 있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동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수주한 사업과제인 세포 소기관을 활용한 가축 특이적 항균제 및 중화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이후, 연구교수로 활동하면서 펩타이드 기반을 활용한 파지디스플레이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관련한 파지디스플레이 기법을 이용한 수질내 포함된 단일 유해물질에 대한 검출 기법 개발과 관련하여 연구재단 기본과제 책임자로 선정되어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렇게 30대에 시작한 학위를 30대 후반까지 이어오는 동안 연구재단, 농촌진흥청, 환경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광해관리공단 등 다양한 부처의 사업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경험할 수 있었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 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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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일본, 독일 연수 기간동안 함께한 박사님 및 동료들과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 둥지를 틀고 
우연치 않게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구: (재)전남생물산업진흥원)의 공고를 보았고, 거기서 청색기술 (자연모사, 생물모방)과 관련한 채용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청색기술이란 단어가 뭔지 어색했지만 관련 내용을 보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연모사란 자연 생태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구조, 원리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영감을 얻어 공학적 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하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버리는 것 없이 순환하여 사용하는 친환경 기술을 말하는데, 학위 기간 동안 세포내 유용세포소기관처럼 만들고자 했던 부분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큰 경쟁률을 뚫고 주임연구원이란 신분으로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나 노바이오연구센터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본 기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지방출연기관으로 전라남도 지역에 분산되어 2실 6개 센터로 운영되고 있으며 20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학위기간동안 연구적인 부분만 생활해왔다면 여기에서는 연구와 분석뿐만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즉,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 및 사업화 부분에 대한 애로사항 해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본 기관에서 6개 센터중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서는 나노와 바이오가 관련된 연구 및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화장품과 의료기기 분야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먼저, 기관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로는 공공기관으로 유일하게 본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추출장비로서 초임계유체장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추출된 오일을 분석할 수 있는 분석 장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관련한 연구과제 수주 등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한다. 기업지원업무와 관련하여 국가사업으로부터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수주하여 지원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던 청색기술과 연관되어 있는 연구와 관련해서는 바이오관련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기업의 매출과 고용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색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가 얼마나 있겠냐 여길 수도 있겠지만, 기업에서는 알지 못하게 많은 부분들을 청색기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례로, 뱀독펩타이드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 펩타이드를 합성하여 주름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소재로 활용하여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한다든지 동물 뼈의 다공성 구조를 모방하여 정형외과 의료기기로서의 고정력을 높이는 인공 임플란트 개발 등의 청색기술을 활용하였고, 생태순환시스템과 관련하여 버려지는 부산물 (연어 또는 홍어)로부터 콜라겐을 활용하여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제품 개발을 하고 있었다. 다양하게 청색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에게 연구자로서 컨설팅과 연구지원을 통하여 창업 (스타트)기업이 제품 출시 후 판매까지 이루어지고 매출이 하나둘씩 증가해 고마움을 느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지원함에 있어 새로운 연구를 개척해나가 기술이전 등으로 도움을 줄 수 도 있지만, 애로 기술을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 연구자에겐 실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욕구도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기업을 위한 지원업무와 더불어 국가정부과제 수주를 통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현재 연구 중인 안구건조 개선을 위해 약물전달을 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 개발 연구다. 5개 기관으로 이루어져 분야별 업무를 통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전달 콘택트렌즈를 개발하는 것인데 학위기간 동안 연구했던 유용물질 전달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어 개발완료가 된다면 실생활에 직접 접목 가능한 렌즈개발로 안구건조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추가로 참여한 연구 중에서 고흥에서 많이 생산/재배되고 있는 유자의 씨를 활용 하여 기능성 오일로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로 사회적 기업을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학교에서의 했던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와서 직접 기업을 도와주면서 뿌듯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정말 기업과 대면하고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여 개발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언젠가 “내가 학위를 받고 연구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이 이제는 벌써 학교를 떠나고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학부 4학년 1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과사무실로부터 연구실 assistant 로 요청이 들어왔을 때부터 연구자로서의 길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그때 만난 박사과정 선배와의 인연이 없었다면, 학부를 마치고 회사에 취직하여 근 무함에 지루함을 느꼈던 중 대학원의 길로 인도해 준 선배를 못 만났더라면 이렇게 BT스토리 저자로 글을 작성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학위기간동안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민지호 교수님을 못 만났더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는 여기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서 생활하며, 연구 및 기업 지원사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항상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김용주 센터장님, 문명재 팀장님 및 임직원 여러분께 이 글을 빌어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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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센터장 및 임직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