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nkgo Bioworks의 사업모델과 밸류에이션 그리고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
Date 2021-10-13 00:43:31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027
진용수
rofessor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ysjin@illinois.edu

보스턴에 위치한 특이한 이름의 합성생물학 기업인 Ginkgo Bioworks 에 관해서 들 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최근 Ginkgo Bioworks 회사의 가치가 150억 달러, 즉 한화로 15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합성생물학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벨류에이션에 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10년 후에 오늘 우리가 예상했던 일 들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 기록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과기정통부, 산업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 사업’의 실행을 앞두고 생물공학회 회원들과 합성생물학 플랫폼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간략하게 Ginkgo Bioworks라는 회사에 관해서 소개드리면, 2009년도에 MIT 출신 학생들이 설립한 합성생물학 회사로 보스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2002- 2005년도에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하고 있을 때가 바로 합성생물학의 태동기라 고 할 수 있습니다. MIT에 Drew Endy 교수가 (현재는 Stanford 대학으로 옮긴) 주동 이 되어, 전자과 소속의 Tom Knight 박사와 함께 합성생물학 연구를 학생들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합성생물학에 관한 세미나도 하였고 저도 관심이 있어서 자주 참여했습니다. 그때 같이 합성생물학 연구를 수행하던 학생들 (Jason Kelly, Reshma Shetty, Barry Canton, Austin Che)과 Tom Knight 교수가 (다음페이지 상단 사진의 수염을 기른 백인 아저씨인데 한때는 전설적인 해커였다고 합니다) Ginkgo Bioworks를 설립하였습니다. 창업초기에는 주로 정부지원 (DoD, NIH, NSF)의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SBIR) 과제를 수행하였고 그 이후에 MIT 출신이라는 후광을 입 고 벤처투자사로부터 매우 성공적인 펀딩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5억 달러 (한화 5천 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로봇과 유전자 시퀀싱 설비, 질량 분석기 등을 결합한 바이오파운드리를 완성하였고 하루에 5만 개 이상의 재조합 미생물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Ginkgo Bioworks의 설립자들은 대부분은 전자공학 혹 은 컴퓨터 공학 교육을 받고 생물공학 쪽으로 관심분야 를 돌린 연구자들 이어서 공학적인 방법론을 생물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몇만 줄의 복잡한 코드로 구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표준화, 모듈화를 통해서 제작이 가능했듯이, 생물공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재조합 미생물도 비슷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위 engineering biology 방법 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합성 생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iGEM을 개최하기도 하였고, open source biology 에도 관심이 많아서 2006년도에는 BioBricks Foundation 의 설립에도 기여하 였습니다. 생명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프로그래밍 할수 있다면 혁신적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식품, 소재, 에너지원, 의약품을 생산하 는 플랫폼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저도 강력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큰 틀에서 궁극적인 대사공학을 연구해온 저와 그들의 연구 목적은 동일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공학자들 이 생각하는 접근 방법과 Ginkgo Bioworks의 설립자들의 접근 방법은 매우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연구실에서는 타겟 생산물 (예를 들어 비타민 A 와 같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생산하려는 목적 대사물질을 먼저 선정한 후, 호스트 를 선정 (예를 들면 효모) 하고 비타민 A를 생산하는 데 요구되는 대사 경로를 파악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비타민 A를 생산하는 재조합 효모를 구축하는 방식의 매우 직관적인 연구 방법을 채택합니다. 이경우 연구의 성공은 미생물 발효후에 비타민 A의 최종농도 (Titer), 수율 (Yield), 생산성 (Rate), 소위 TRY 로 판가름 난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Ginkgo Bioworks의 연구자들은 특정 외래 물질을 선정하기보다는, 목적 대사물질 과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의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즉 유전자 재조합 미생물 균주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을 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어떤 물질이든지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재조합 균주들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Ginkgo Bioworks의 연구의 성공은 아직까지는 TRY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단위시간당 얼마나 많은 재조합 미생물 균주를 획득하고,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였느냐로 판가름이 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그들은 전통적으로 경험에 의존하던 균주 개량 과정을 정보화 (AI) 및 자동화 (Automation)를 통한 플랫폼을 이용 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아직은 그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미생물 균주 개발과정을 IT 기술을 활용 하여 고도화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과기부와 산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 사업을 앞두고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이버 혹은 카카오 같은 소위 플랫폼 기업들이 특정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플랫폼 (예를들면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을 구축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은행, 게임, 대리운전, 쇼핑 등의 다양한 사업분야로 진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Ginkgo Bioworks에 는 주요 미생물 대사공학 호스트인 효모, 대장균등의 systematic gene perturbation (Knockout 및 Overexpression) libraries 와 그 라이브러리에 포함된 모든 돌연변이 균주들의 phenotype 데이터, 호스트 미생물의 다양한 배양조건 (온 도, pH, nutrient limitation)에서의 transcriptome 과 metabolomics 등의 데이터, 주요 효소의 돌연변이 단백질과 그 kinetic properties를 포함하는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데 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다 보니, Ginkgo Bioworks의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사업모델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한 고속 미생물 제작 기술)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생산한 어떤 제품을 판매하지도 못하고 있 고, 심지어는 그들이 어느정도의 미생물 발효 scale-up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5만개의 재조합 미생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홍보 기사 외에는 그들이 어떤 기술적, 과학적인 진보를 성취하였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글 검색, 유튜브, 카카오톡 등의 플랫폼도 초기에는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였지만, 추후 많 은 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후 축적된 정보를 이용하여 엄청난 수익을 내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점을 생각해 볼때, 그들의 사업모델에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모델의 성공여부를 판단하 기에는 아직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Ginkgo Bioworks의 과학자들이 peer reviewed journal에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전문가 집단으로 부터 성과를 검증받기보다는 주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성공 가능 스토리로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대규모 투자를 받아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령 우수한 미생물 균주가 그들의 플랫폼에서 제작이 된다한들, scale-up 과 down-stream processing (DSP)을 거쳐서 제품이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기 까지는 그들의 플랫폼만으로 극복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Ginkgo Bioworks 가 확보한 플랫폼의 성능 혹은 그를 활용한 제품의 시장 점유율로 평가받기보다는 잠재적인 성공 가능 스토리를 팔고 있는 회사라는 생각입니다. 

 

그 결과 Ginkgo Bioworks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합성 생물학의 아이콘 회사가 되었고, 최근에는 Soaring Eagle (티커 SRNG, 2021년 9월 11일 현재 주가 $9.81)이라는 특수 목적 인수 회사 (SPAC)와의 합병을 발표하였습니다. 따라서 곧 상장되어 뉴욕 주식시장에서 Ginkgo Bioworks 사의 주식이 거래가 될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Ginkgo Bioworks의 뉴욕 증시 상장 티커가 “DNA” 가 될 거라고 합니다. 참고로 “DNA”는 Genentech 가 사용하였는데, 2009년도에 Roche 에 인수되면서 private company 가 되어서 뉴욕 증시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앞으로 mRNA (코비드 백신을 만든 모더 나)에 이어서 DNA (Ginkgo Bioworks)를 Bloomberg 혹은 CNBC (미국 경제전문 방송 채널)에서 자주 볼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가 tRNA 를 티커로 사용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현재 예상되는 Ginkgo Bioworks의 밸류에이션은 150억 달러, 한화로 15조 원 정도 되는데 상장 후에 그 가격이 유지될지, 내려갈지 아니면 올라갈지 매우 궁금합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Ginkgo Bioworks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150억 달러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9대 자동차 회사들 (폭스바겐, 토요타, 닛 산, 현대, 제너럴모터스(GE), 포드, 혼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의 1%정도를 겨우 생산하는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많은 것을 보면 Ginkgo Bioworks 가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슬라와 Ginkgo Bioworks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존재하지 않았던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에 Ginkgo Bioworks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스닥에 상장이 된 Zymergen (티커 ZY)의 주가가 하루에 $40에서 $10으로 75%가 폭락하였습니다. 2021년 9월 11일 현재 가격은 $12.78입니다 (이 글을 5년 뒤 10년 뒤 에 읽어볼 때 가격이 얼마가 되어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Zymergen 이 생산하려는 폴더블폰 용 바이오필름 판매가 최소 1년 이상 연기되었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Ginkgo Bioworks와 Zymergen이 공통적으로 주장해온 신속 미생물 균주 제작 플랫폼이 그들이 주장한 것과 달리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Biomanufacturing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Zymergen의 CEO인 Josh Hoffman 이 최근 사임한 것도 신속 미생물 균주 제작 플랫폼, 즉 바이오파운드리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고 주가가 폭 락한 이유였습니다. 

 

Ginkgo Bioworks의 CEO Jason Kelly는 MIT Technology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Ginkgo Bioworks는 의도적으로 한 제품에 베팅하지 않고 많은 생물공학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균주 개발 바이오파운드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이 앱 개발자들에게 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앱 스토어를 개 설하여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큰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고 있는 것처럼 Ginkgo Bioworks 도 생물공학/발효공학 회 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생물 균주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고, 사용료와 로열티를 받아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우 매력적인 사업모델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Ginkgo Bioworks의 인기는 비즈 니스 펀더멘탈에 관계없이 주가가 형성되는 소위 밈 (meme) 주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논란이 되는 Gamestop (티커 GME)이 밈 주식의 예입니다. 한물간 회사이고 매출도 형편없는데, 공매도가 유통주식보다 더 많다는 분석과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식은 지난 1년 사이에 $10에서 $180까지 올랐습니다. 테슬라 의 주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Ginkgo Bioworks가 제품 판매를 통한 지속 가능한 매출은 거의 없고, 대부분 매출이 생물공학 회 사들의 일회성 플랫폼 사용료에서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유심이 보아야 할 부분은 Ginkgo Bioworks의 플랫폼 서비스 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 중에는 Ginkgo Bioworks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합성 생물학 미생 물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인 Synlogic 사는 Ginkgo Bioworks로부터 $80 million (한화 800억 원)을 투자를 받았는데, 균 주에 제작 플랫폼 사용료로 $30 million (한화 300억 원)을 현금으로 Ginkgo Bioworks 에 다시 지급합니다. 

 

물론 Synlogic 사의 미생물 신약 사업분야가 전망이 좋아서 Ginkgo Bioworks 사가 투자를 하였고, Ginkgo Bioworks의 플랫 폼이 우수하기 때문에 Synlogic 사는 거액의 사용료를 Ginkgo Bioworks 사에 지급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투자와 지출이 동시에 일어나는 거래임을 눈여겨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Synlogic 사 (티커 SYBX)의 2021년 9월 11 일 현재 주가는 $3.16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식물유래 의약품을 재조합 효모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기업인 Antheia (Stanford 대학의 교수인 Christina Smolke 교수가 창업한)가 최근 Ginkgo Bioworks와 협력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있었습니다. 즉 Antheia 도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Ginkgo Bioworks에 서비스 이용료로 지출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Ginkgo Bioworks의 고속 효소 탐색 및 미생물 제작 파운드리를 이용하여 Antheia 가 생산하려 하는 식품 대사물질 (최근 Smolke 교수가 Nature 에 출판한 논문에 의하면 tropane alkaloids 계열의 물질일 것으로 사료됩니다)의 수율 및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 려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Antheia 와 Ginkgo Bioworks의 연구협력을 알리는 기사가 나오기 얼 마 전에 Antheia 사가 $75 million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는데, 대표 투자자가 Viking Global Investor이었습니다. 참고로 Viking Global Investor는 Ginkgo Bioworks의 대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Ginkgo Bioworks 와 Viking Global Investor 사가 약간 대마불사 (Too Big To Fail) 전략을 쓰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많은 우려가 있지만 합성생물학 및 대사공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서 Ginkgo Bioworks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그러면 저와 같은 개발자(대사 공학자)들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고성능플랫폼을 활용하여 다양한 미생물 균주들을 개발 할 수 있게 되겠죠. 마치 수많은 개발자들이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에서 제공하는 앱 개발 도구를 이용해서 손쉽게 앱을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미래에 이 글에서 언급된 회사들 (Ginkgo Bioworks, Zymergen, Synlogic)의 사업모델 이 시장에서 어떻게 주가로 반영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20년전에 구글과 아마존 이라는 회사의 사업모델을 접했을 때, 10년전에 페이스북이라는 회사의 IPO 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었을 때, 전 솔직히 좀 회의적 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때 그 회사들의 주식을 구입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지금 가장 후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2023년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구축에 관한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Ginkgo Bioworks의 성공가능성을 예감할 때마다 생각났던 것이 발효 강국인 대한민국에 바이오파운드리의 구축이 되 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미 미생물 발효기술, scale-up, DSP에 뛰어난 역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파운드리는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연구비 집행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하드 웨어 (건물, 연구기자재, 연구설비) 구축에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운영, 교육) 구축에는 좀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사업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이 모두 잘 지원되었으면 합니다.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이미 친숙한 반도체파운드리 (예를 들면 삼성이나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 업)와 같이 파운드리 기술 자체가 생산기술이 되는 것과는 달리, 바이오파운드리는 스스로 복제를 하는 세포의 특성상 파운드리는 생산기술이라기 보다는 디자인 기술 혹은 서비스 프로바이더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반도체파운드 리는 생산설비이기 때문에 인텔이나 엔비디아 같은 업체가 삼성이나 TSMC 사에 지속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위탁해야 하지만,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제작 및 선별된 균주는 의뢰 업체로 전달되면 다시는 바이오 파운드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일리노이 대학에서도 바이오파운드리를 지난 10년간 연구비를 투입해서 구축 중입니다. 초기에는 돌멩이 하나로 연구와 서비스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파운드리의 DNA sequencing 을 예를 들면, 바이오파운드리에 일루미나 혹은 팩바이오 시퀀싱 보다 더 효율적인 시퀀싱 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를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의 시퀀싱 기술을 이용하되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퀀스 분석을 가 능하게 하는 서비스 구축에 투자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신개념 시퀀싱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는 리스크가 큰 반면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효율적인 시퀀싱 서비스 구축을 담당하는 연구자는 많은 이용자가 혜 택을 보는 데서 보람을 얻겠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과학자로서는 좀 시시한 연구 (솔직히 중요하지 않은 연구는 없겠지 만, 요즘은 워낙 high impact factor journals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과학자의 성공으로 간주되다 보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근에는 서비스 측면을 강화하여 사용자를 위한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은 학계보다는 산업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래도 학계에서는 스케일은 작지만 새로운 발견이 기대되는 독창적인 연구를, 산업계에서는 이미 발견된 발견의 조각을 큰 스케일의 연구를 통해서 산업화를 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파운드리의 운영 지침에 인력과 연 구 자금이 여유가 있는 대기업 보다는, 연구 인력이 제한되고 연구 자금이 부족한 신생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 이 들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Ginkgo Bioworks의 사업모델에서와 같이 신생 스타트업은 바이오파운드리 사용료 대신 자사의 지분을 바이오파운드리에 양도하는 소위 ‘대마불사 위험분산’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이오파 운드리는 국가 산업에 기여하고 고소득 신규 직장을 만드는 진정한 생물공학 연구개발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과제의 기획을 위해서 생물공학자들의 많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이 생물 공학 연구의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