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명공학의 현재와 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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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4-08 20:28:45 | hit 1,222 |
해양생명공학이란 해양생물의 구성성분, 생명기능, 생체시스템공정 등을 연구하여 궁극적으로 인류 복지를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해양생명공학은 다학제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해양학 분야 즉, 해양생물학, 해양화학, 수산학 등 전통 학문에 바탕을 두고 분자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약학, 생물공학 등의 생물학적 탐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유전체학 (genomics), 단백질체학 (proteomics), 대사체학 (metabolomics),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등 다양한 첨단 기법이 해양생물공학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해양생물공학 기술을 통해 해양생물 자원으로부터 식품, 의약품, 기능성 재료, 환경보존, 신재생 에너지 등 인류의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산업을 해양바이오 산업이라 한다. 해양바이오 산업의 세계 시장은 연간 36억 달러 수준이지만 매년 수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해양생물 소재로부터 제품화 성공률은 6,000분의 1로 육상생물소재의 13,000분의 1보다 두배나 높아 연구의 효율성이 높다.
지구 전체 표면적 중 70.8%를 차지하는 해양은 지구 생물 종의 80%에 달하는 1,000만 종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명의 보고다. 갯벌 및 연안에서부터 심해, 열대에서부터 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환경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해양생물은 기후조절, 오염물질 자정정화 능력만으로도 육상의 2배인 연간 22조 달러의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해양생물 자원은 서식환경의 특이성(물, 염도, 압력, 온도 등)과 종의 다양성으로 인해 독특한 천연 신물질/신소재 및 의약품 소재들이 발견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그 가치의 발견과 이용이 미래 인류의 발전과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천연물에서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효능이 우수한 생물소재 및 의약품 소재 등이 다수 개발되어 왔으나 대부분 육상의 동 · 식물체,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육상생물 자원에서의 신물질이나 의약품 개발은 그 대상이 점차 줄어들어 한계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최근에는 선진국을 비롯하여 바다와 인접한 해양국가들은 생물 소재의 개발대상을 육상생물 자원에서 미이용 자원인 해양생물 자원으로 점차 이전하는 추세에 있다.
해양바이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4차산업혁명으로 수중 로봇, 수중 잠수선, 드론, 자동화 무인 운반선 등을 활용한 해양생물 자원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해양생물 자원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앞으로 기존의 생물 산업 및 화학 공업을 대체하거나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화학 공업은 석유를 기반으로 하여 수많은 종류의 화학 제품과 연료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러나 석유자원의 고갈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여러 가지 여건의 변화로 인해 기존 화학 및 생물 산업의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생물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최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태양에너지, 바이오매스 (biomass; 생물이 태양에너지를 축적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연료를 얻으려는 개념 용어) 등이 고려되고 있다.
대체에너지의 주력으로 간주되었던 원자력 발전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사고로 아주 심각한 사태가 초래됨에 따라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무궁무진한 태양에너지 그리고 그 태양에너지의 축적물인 바이오매스를 새로운 에너지 자원 물질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지구 전체 바이오매스의 총량은 1.0×1012 톤(탄소로 환산)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연간에너지 소비량의 100배, 석유매장량의 5배에 해당한다. 또한, 바이오매스 총량의 10분의 1은 광합성에 의해 매년 재생산된다. 특히, 해조류, 미세조류, 해양미생물 등의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 메탄, 수소,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에너지 개발이 가능하다.
해조류는 일부가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바다에서 대부분이 미이용 자원으로 생산되고 있어 에탄올 및 수소의 생산 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 해조류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은 건조, 분쇄, 분말화, 액화, 당화 등의 전처리를 거쳐 에탄올 발효 및 정제 순서로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는 단위 중량당 발열에너지가 석유보다 3배 높고, 연소에 의한 대기 오염의 염려가 없는 연료로 물의 전기 분해, 열 분해 등 물리 화학적 방법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방법이나 수소제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소제조 에너지원으로써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양 광합성 세균을 이용한 바이오 공정으로 수소 생산이 가장 유력한 제조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광합성 세균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혐기적 상태, 빛 조사, 질소원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되는 기체는 수소가 90%이상이고 나머지는 탄산가스이다. 앞으로 새로운 고성능 광합성 세균을 탐색하여, 대사를 제어할 수 있고, 분자육종기술과 세포공학기술을 통해 수소 생산 능력이 우수한 광합성 세균이 개발된다면 해양 바이오매스로부터 수소 생산 시스템의 실용화가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편,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로부터 직접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해조에 함유되어 있는 당질은 사탕수수에 함유되어 있는 설탕 (sucrose)보다 이론적으로 최대 수소 수율이 클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크다.
사탕수수는 육상 바이오매스 중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식물의 하나이며, 헥타르 당 생산성(수확량)은 70~100톤이다. 반면에, 다시마 생산성은 145톤이다. 수분 함량을 고려하면 생산성은 비슷하지만 사탕수수는 1년에 한 번 밖에 수확을 못하는 반면, 해조는 두 번 수확이 가능하여 해조에서 얻어지는 발효 기질의 연간 수확량은 사탕수수보다 많아진다. 다시마와 사탕수수를 이용하여 수소 생산량을 비교하면 1 km2에서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얻어진 수소 생산량은 320,9361 Nm3로 하루 발전량은 1,495 KWh였으나 1 km2 해역에서 다시마를 재배하여 얻어진 수소 생산량(이모작)은 615,385 Nm3로 하루에 2,866 KWh의 전력을 얻어 약 280세대 전력의 보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디젤도 생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 연료는 주로 옥수수, 사탕수수, 콩, 유채, 팜(pharm) 등으로부터 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으나 이들 자원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식량으로 활용되는 원료가 에너지 원료로 전환됨에 따라 식품가격의 상승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세조류는 곡물과 경쟁하지 않고 바다나 유휴 경작지를 이용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미세조류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에 의해 이산화탄소, 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합성하지만 식물에 비해 증식 속도가 빠르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기능 향상이 쉽고 다양한 종류의 유용한 물질로 생산할 수 있다. 기존의 식용 작물이 아닌 미이용 자원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세조류의 경작지에서 단위 면적당 바이오디젤은 헥타르 당 약 58,700 리터로 대두의 446 리터에 비해 130배에 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Nature)는 “원유의 검은 금”에 비유하여 미세조류로부터 만든 바이오디젤을 녹색금 (green gold)으로 소개했다. 미세조류의 대량 배양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 온난화의 방지 효과와 동시에 바이오디젤로 생산할 수 있는 녹색 기술이다.
이산화탄소의 생물학적 전환처리는 자연계 물질순환의 기본원리인 광합성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며 상온, 상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된 바이오매스를 유용물질로 활용하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미세조류는 질소, 인, 칼슘과 같은 무기영양소가 있으면 빛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광합성을 하여 생육하는 독립영양생물이다. 생육환경이 최적조건에서 크게 변화되면 미세조류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지질을 유적(기름방울)으로 축적한다. 특히 질소가 결핍되면 재빨리 기름(oil)을 축적한다. 질소결핍 이외에도 빛의 양,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와 같은 물리적 요인, pH, 영양소, 독소 등의 변화에 의한 화학적 요인, 그리고 증식, 공생 박테리아 등에 의한 생물학적 요인들이 환경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많은 종의 미세조류가 중성지질을 축적할 수 있고 건조 조체 당 50% 이상 축적하는 미세조류도 많다. 따라서 해양 미세조류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중성지질을 축적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해양 미세조류를 찾아내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오일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종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답은 해양 생물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지구 환경은 화석 연료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지구 대기의 온난화, 도시에서 배출되는 생활오수 및 먼지, 할로겐 화합물에 의한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 오존층 파괴, 유출 원유에 의한 해양 오염 등으로 인해 점점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의 대기는 질소가 78%, 산소가 20% 정도이다. 이산화탄소는 겨우 0.04%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특정 파장의 적외선을 잘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흡수된 적외선은 열로 변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의해 지구가 따뜻해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온실 효과”라고 한다.
지구대기의 열원천은 태양으로부터 복사되는 에너지다.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 중 일부는 대기와 지표에서 반사되어 나가고 또 일부는 대기권에 흡수, 그 나머지가 지표에 도달하여 지표를 데운다. 이 때 지표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다시 복사에너지로 방출한다. 이렇게 방출된 에너지를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기체들이 흡수하여 에너지가 우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로 다시 되돌아온다. 온실가스는 에너지 방출을 막아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이 온실가스의 88.6%를 구성하고 있는 기체가 바로 이산화탄소다. 지난 100년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은 약 30% 정도 증가되었으며, 그것도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최근 40여년에 가장 크게 증가됐다.
2014년 글로벌 탄소지수 보고에 따르면 2013년에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26%를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바다는 이렇게 매년 1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 변화 조절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기에 접하고 있는 바다의 표층 해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물리적으로 용해시켜 버린다. 따라서 표층수는 바다의 깊은 부분의 해수와 혼합되어 이산화탄소가 낮게 되므로 표층수는 다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흡수 외에 미세조류의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도 대단히 중요하다. 미세조류 중에는 석회질의 껍질을 갖는 원석조류도 있다. 석회질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석회조는 바다 밑으로 침전되어 탄산칼슘으로 쌓이게 된다. 현재 바닷속에 있는 석회암은 이 같이 되어 형성된 것이다.
만일 바다에 미세조류가 없다면 해수 중의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바닷속에 고정되지 않게 되며, 해수와 이산화탄소의 관계는 물리적인 인자에만 좌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바다오염으로 인해 미세조류가 살아갈 수 없다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바닷물은 반응하여 약한 산성의 탄산을 형성한다. 탄산은 물속에서 이온화하여 산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산호가 바다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1%밖에 안되지만 해양생물의 4분의 1 이상이 산호지대에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산호는 수온과 산성도 (pH)에 몹시 민감한 생물이라 현재 바다 곳곳에서 산호가 변하는 백화상태(백화현상)가 진행되고 있다.
산호 내부에 공생하고 있는 미세조류는 1 cm2 당 100~200만 개 정도가 공생하며 질소, 탄산칼슘, 인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며, 산호에게 필요한 60%의 탄수화물과 산소를 공급해 준다. 다시 말해, 동물인 산호가 광합성 재료를 모두 제공하고 식물인 미세조류들은 산호에게 받은 재료로 광합성을 해서 필요한 만큼 물질대사에 쓰고 일부는 산호한테 주면서 공생을 한다는 것이다.
산호초는 온갖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번식하고, 먹이를 먹고, 포식자를 피해 숨는 안식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호초를 기반으로 풍요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 산호는 바다 동물 중 수명이 가장 길어 환경이 좋으면 수백 년을 살아간다. 그런데 바닷물의 온도상승과 산성화로 산호초가 사멸하여 하얗게 변해버리고 있다.
그런데 2009년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해수 온도 상승과 과도한 이산화탄소 유입에 따른 바다 산성화로 인해 육지에 비해 더욱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즉,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환경 자정정화 능력의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바다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대신에 오늘 날 바닷속의 생태계가 더욱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의 자정능력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국제 사회는 심각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여 일부는 실행에 들어갔으나 때가 너무 늦어 바다에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바다는 이산화탄소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이를 해결하려면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제거해야만 근본적인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제야 말로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다.
해양에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 및 미세조류는 이미 대기 중에 방출되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료가 개발된다면 이산화탄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체에너지의 생산 및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해조류나 미세조류가 연속적으로 대량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조류 및 미세조류의 조직배양, 세포융합,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해조류의 유전적 특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개량하여 성장이 빠르고 에너지원이 많이 함유된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생명공학 기술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해양바이오 신소재 산업의 길이 열리다
해양바이오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해양생물 자원에서 유래한 신규 기능성 소재들이 기존의 화학 산업을 대체하거나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신소재 개발을 위한 생물재료로서 바다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물 종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해양생물로부터 기능성 소재 및 신물질에 관한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40년간 눈부시게 발전하여 왔다. 이미 10,000종 이상에 달하는 신물질이 분리되어 구조와 특성이 밝혀지면서 종래 육상 생물의 천연물 화학에서 인식되어 왔던 유기물질에 대한 개념 자체를 변화시켜왔다.
해양 생물에서 분리된 다수의 기능성물질이 나타내는 강력한 생리 활성 효과와 독특한 반응 기작은 의학·약학뿐만 아니라 생물, 생태학, 생화학에 속하는 여러 분야의 기초 및 응용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적인 면에서도 해양 생물 유래의 생리활성 물질 및 기능성 소재에 대한 많은 특허가 등록되어 의약품, 건강보조제, 기능성 화장품, 연구용 시약, 공업제품 등 다양하게 개발되어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보다 정신 세계가 미천하다고 치부하는 연어나 뱀장어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회귀본능의 초능력, 손발이 없는 패류가 단순한 무기 재료를 이용하여 자기 몸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집(패각)을 짓는 기술, 이물질이 몸에 침입할 때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진주 물질, 영하 50℃ 이하에서 살아가는 물고기, 홍합처럼 바위에 붙어서 생존하기 위해 수중 접착 물질을 분비하여 물 속에서 접착하는 기술,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주변색과 같게 변화시키는 위장술의 달인 해마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현상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 인류를 위해 활용한다면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양 생물로부터 신물질이나 유용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는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이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양수산부라는 정부기관이 설립되면서 이 분야의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해양에서 생산되고 있는 미이용 해양생물 자원으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상품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해양생명공학의 학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면에서도 급격한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해양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 시대가 도래될 것이다
해양은 미생물학적으로 대단히 복잡하여 압력, 염도, 온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해양미생물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사과정과 생리학적인 능력을 개발하여 왔기 때문에 육상 미생물과는 상당히 다른 대사 산물을 함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해양 생물과 육상 생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비교하면 해양 환경은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생물 간에 원활한 정보교환을 위하여 많은 화학물질 생산이 필요하다. 또한, 해양 환경은 광에너지의 흡수가 표층수로 제한되어 있고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위주로 구성된 생물상이 우점하므로 먹이사슬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표면서식자(epibionts)와 공생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해양미생물은 산업적으로 가치 있는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는 미답의 보고라고 평가받고 있다.
해양세균은 고분자물질 또는 효소를 생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일부 세균 종은 DNA 분해효소 (DNase), 지방질가수분해효소 (lipase), 알긴산 분해효소 (alginate lyase), 단백질가수분해효소 (protease), 아가로스 가수 분해효소 (agarase), 섬유소분해효소 (cellulase), 에스테르가수분해효소 (esterase) 등 효소의 잠재 생산자로 이용되고 있다. 일례로 호냉성 단백질 가수분해효소, 지방질 가수분해효소 및 섬유소 가수분해효소가 세정보조제로 개발되어 세탁물의 온도가 낮아도 높은 세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저온에서 수행되는 바이오 공정에서 호냉효소가 활발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양미생물에서 항균, 항곰팡이 및 항바이러스 물질, 항종양 물질, 항염증 물질, 항산화물질 및 효소 저해 물질 등 많은 생리활성 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산유국에서 비산유국으로 원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이 좌초되거나 충돌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다량의 원유가 유출되어 해양 오염을 유발시킨다. 이 때, 물리적 세척이나 유화제로 처리하여 바다 속으로 침전시킬 뿐 원유를 근본적으로 제거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해양미생물의 일부가 석유를 분해할 수 있어 석유를 분해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조사하여 효과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도록 유전자를 개량한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식물이나 동물은 원료의 대량 생산이 어려워 그 생리 기능성 물질의 활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해양미생물은 배양조건이 확립되면 활용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앞으로 해양미생물에서 분리된 새로운 생리 활성 물질이 여러 가지 질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