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항공유 생산연구 및 산업동향
Date 2022-09-26 16:55:52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807
정두엽 부연구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성장동력사업센터
dooyupjung@kistep.re.kr

1. 서론


얼마 전, Science誌 2022년 6월 24일자에 “Can biofuels really fly?”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1]. 바이오매스 기반 폐기물로부터 전환된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sustainable aviation fuel)로 A380 여객기가 3시간 동안의 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소개되었다. 이는 세계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대륙인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2022년 3월 25일에 프랑스에서 직접 진행한 시험비행이었으며, 거대 여객기가 처음 100% SAF로 비행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2].

앞 문단에서 “환경문제”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유는 바로 비행기가 기후변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왕복 비행은 승객당 약 1000kg의 CO2를 배출하며, 이는 부룬디, 니카과라 등 총 49개 국가의 국민 한 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고 한다 [1].

이렇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5%를 차지할 만큼 다량의 CO2를 배출하는 항공산업에 있어 그 양을 감축하는 것은 필연적인 숙제가 되고 있다 [1]. 따라서 UN 산하전문기구인 국제 민간항공 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는 2020년부터 국제항공의 탄소중립 성장을 위한 목표를 채택하였다 [3]. 국제항공 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는 2050년까지 항공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줄이는 더 도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3].

소개한 기후변화 문제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기구들의 목표,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올해의 시험비행 사례들은 아직 SAF, 즉 바이오항공유 분야의 기술과 산업의 성숙도가 아직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바이오항공유 생산의 연구동향과 산업동향을 짧게나마 조명하고 공백 영역을 찾아 이해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심해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동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나름대로 공부하여 원고를 작성해보게 되었다.

 

2. 생산연구 동향


2.1.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정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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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원료의 이용 가능성과 연료의 기술 성숙도에 따른 바이오항공유 생산기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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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바이오항공유 생산공정 기술경로의 개략도 [5].

 

 

ICAO는 항공산업의 CO2 감축방법으로 (1) 기내 에너지 효율 개선, (2) 비행기 조종 개선, (3)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사용, (4) 탄소상쇄(배출된 CO2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거나 환경기금에 투자하는 것)를 제시했다 [3]. (1), (2)못지않게 (3) SAF의 필수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SAF 생산 기술 중 상업화에 이른 것으로는 HEFA(hydroprocessed esters and fatty acids)와 FT (Fischer-Tropsch) 기술 로 총 2가지를 들 수 있다 [4].

그림 2에 소개된 다수의 공정 중 HEFA 공정 기술은 유지계 원료로 부터 수소화 처리를 통해 필요 없는 원소들을 제거하여 바이오항공유를 얻는 과정이다 [5]. HEFA 공정은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6]. 1단계는바이오 원료(biogenic material)로부터 유지 성분을 분리‧정제해내는 과정이다. 투입 가능한 바이오 원료로는 우지(牛脂) 등 동물성 지방, 폐식용유, 카멜리나나 자트로파 등의 식물이나 조류(algae)로부터 나온 기름 등이 있다. 2단계가 바로 핵심공정인 수소화 처리이며, 수소와 촉매를 활용하는 이 과정에서 유지 성분의 탈산소화가 주로 진행된다. 황, 질소, 금속 등 다른 불필요한 원소들도 동시에 제거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화수소 분자는 3단계에서 크래킹(cracking)과 이성질화(isomerization)를 통해 적절한 길이를 갖게 되며, 4단계에서 분리를 위한 증류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항공유로 태어난다. HEFA 공정은 기존의 석유정제 공정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바로 적용할 수 있고, 생산된 바이오항공유의 낮은 연소온도 덕분에 NOX 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정 중 95%라는 독보적인 상업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FT 기술은 대표적인 GTJ (gas-to-jet) 공정이며, 도시의 바이오 폐기물이나 농‧임업 자원인 목질계 바이오매스 등으로 부터 생산 가능한 합성가스(syngas)에 적용할 수 있는 열‧촉매 반응공정을 말한다 [7]. 코발트(Co)나 철(Fe) 촉매 반응기로 합성가스, 즉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의 혼합가스를 처리하면 탄화수소 분자를 얻을 수 있고, 바이오항공유를 얻기 위한 후속 공정은 앞서 설명한 HEFA 공정의 3단계 이후와 유사하다 [6]. 1,200 ~ 1,600℃ 정도로 높은 온도 및 바이오 원료의 별도 전처리가 필요한 합성가스 생산 과정은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한 FT 공정 전주기의 탄소 배출량에 다소 손해를 안겨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그림 2의 “Catalytic conversion”에 해당하는 DSHC (direct sugar to hydrocarbons) 공정과 당 발효를 통해 전환된 에탄올 및 부탄올 등으로부터 탈수, 올리고머화, 수소화 등을 통해 바이오항공유를 생산하는 기술인 ATJ(alcohol-to-jet) 공정이 존재하나, 아직 기초적인 연구개발 및 실증 단계에 머물고 있다 [4]. ATJ 공정의 발효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원료는 사탕수수, 목질섬유계(lignocellulosic) 바이오매스나 폐기물 등이 있다 [7].

 

2.2.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한 바이오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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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대표적인 1세대와 2세대 바이오 원료들의 바이오항공유 생산 수율 [4].

 

 

앞서 몇 가지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정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투입물로 사용되는 바이오 원료들도 소개하였는데, Doliente et al.은 이 바이오 원료들을 생산이 시도된 시점의 흐름에 따라 총 4세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4]. 기존 석유화학 공정과 비교했을 때 바이오항공유를 가장 바이오“답게” 하는 부분이 바로 바이오 원료의 사용이므로, 세대별로 그 종류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세대는 가장 친숙한 바이오매스로 씨앗에 기름이 많이 함유된 카멜리나, 기름야자(palm), 유채, 콩, 해바라기, 퉁퉁 마디(Salicornia) 등과 당-녹말 작물들인 옥수수, 밀, 사탕수수, 사탕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2세대는 잔디와 같은 풀들,농‧임업 부산물들과 음식물 쓰레기 등 도시 바이오 폐기물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아주까리, 수수, 선인장, 유칼립투스, 옥수수 대, 사탕수수 찌꺼기,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이 있다.

그림 3에서는 현재까지 바이오항공유 생산에 비교적 많이 사용되어왔다고 볼 수 있는 1, 2세대의 바이오 원료들로부터의 생산수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름야자로부터 생산된 팜유의 항공유 수율이 19.2 t/ha/year로 가장 큰 값을 나타내고 있다.

3세대는 미세조류를 포함한 조류들, 4세대는 유전자 조작 동‧식물들로 분류를 마무리할 수 있으며, 실험실과 파일럿 스케일의 차이로 인해 불확실한 값이긴 하나 한 문헌에 소개된 조류 기반 바이오항공유 생산 수율이 91 t/ha/year로 매우 높게 측정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8].

 

3. 산업동향


3.1. 바이오항공유 생산 산업동향


지속 가능한 항공유 시장은 2030년에 약 157억 달러(약 20조 2000억 원) 규모로 예측되며, 이는 2021년 대비 70배 증가한 수치이다 [9]. 이러한 시장의 수요 증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에너지 기업들은 앞서 2.1에서 소개한 HEFA, FT, 

ATJ 공정을 활용하여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고, 경제성이 확보되는 생산 용량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 표 1은 그 현황을 정리한 것인데, 기존 문헌에 있는 사례 중 바이오 원료의 종류와 생산 용량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만 추출하여 정리한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HEFA 공정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그림 1에서 확인했던 바이오항공유의 기술 성숙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HEFA 공정이 가장 상업화에 가까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항공유 및 디젤을 제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충청남도 서산의 대산공장에 2024년까지 관련 공장과 설비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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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바이오항공유의 인증과 시험비행 동향


산업시설에서 생산된 바이오항공유는 생산 이후 ASTM D7566 인증, 그리고 수송 및 항공기 급유 이전에 일반 항공유인 케로신(등유)과 혼합하는 과정의 ASTM D1655 인증을 필요로 한다 [7]. D7566 인증을 위해서 바이오항공유는 연료 물성을 만족해야 하며, 사전 엔진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12]. D1655 인증 시에도 연료 내 방향족 물질과 황의 비율,어는점, 발화점, 밀도, 점성도 등의 물성 테이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6].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공중으로 수송하는 데 필요한 연료이므로 이러한 인증 절차는 필수적이며, 특히 저온과 높은 고도에서도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물성을 바이오항공유가 나타내길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인증 절차를 마친 바이오항공유는 시험비행에 사용될 수 있으며, 민간항공사의 주요 사례를 정리한 것은 표 2와 같다. 첫 사례가 발생한 시점은 2008년이며, 이후 많은 시험비행이 진행되어왔으나 전문가의 일관적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2013년까지의 사례만 표에 제시하였다. 항공사들은 시험비행을 위해 석유화학 및 바이오연료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추후 견고한 밸류체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표에 소개된 모든 사례에서 사용된 연료가 HEFA 공정으로만 생산되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FT, ATJ공정의 산업적 가치가 미약하다는 확실한 증거인데,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시험비행 사례들도 대부분 폐유지계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것에서 추측건대 이러한 HEFA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1,2].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2017년 미국 시카고–인천 노선에서 바이오항공유 시험비행을 성공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와 MOU를 체결하는 등 SAF 도입을 위한 밸류체인 내재화 역할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고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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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및 시사점


지금까지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한 다양한 바이오 원료들과 공정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설비구축 현황과 인증 및 시험비행 동향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바이오항공유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두 가지 관점에서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기술적 영역에서 연구자들은 신뢰 가능한 탄소 감축량과 경제성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기술개발 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바이오항공유 기술은 태초에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제정책이 시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많은 연구논문이 공정과 원료에 따른 탄소 배출량 계산과 경제성 평가에 별도로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간다면, 향후 기업이 기술을 활용할 때 까다로운 ESG 기준을 요구할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정뿐만 아니라 바이오 원료 자체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할 가치가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부터 팜유를운송 연료에서 퇴출하기로 2018년에 합의했는데, 동남아 기름야자 농장이 기존 숲을 개간하여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아동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4].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바이오 폐기물 이나 해양 바이오매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이야말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관점에서는 정부 주도의 공항 내 바이오포트 구축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바이오항공유 공급망을 확보하여 쉽게 수송하고 항공기에 급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바이오포트라고 한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바이오항공유 산업 활성화 및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 연구를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15], 관련 계획이 포함되길 기대해본다. 혹시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이어지진 않을지 정부의 걱정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쉬운 MOU 체결이나 파일럿 포트 형태의 마중물 예산 조성으로 정부가 바이오항공유에 관심이 있다는 시그널을 민간과 연구자들에게 주는 것도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작으로 학‧연 연구자–바이오항공유 기업–항공사 간의 긴밀한 생태계 조성까지 이어지는 미래를 기대해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1. Robert F. Service, “Can biofuels really fly?”, Science 376, 6600, 1394-1397 (2022)

2. 이영완, “폐식용유,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을 띄우다”, 조선일보(2022.07.20.)

3. Lina Martinez-Valencia, Manuel Garcia-Perez, Michael P. Wolcott, “Supply chain configuration of sustainable aviation fuel: Review, challenges, and pathways for including environmental and social benefits”,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152, 111680 (2021)

4. Stephen S. Doliente, Aravind Narayan, John Frederick D. Tapia, Nouri J. Samsatli, Yingru Zhao, Sheila Samsatli, “Bio-aviation fuel:a comprehensive review and analysis of the supply chain components”, Frontiers in Energy Research 8, 110 (2020)

5. ICAO 홈페이지, “2. What are sustainable alternative jet fuels?”, https://www.icao.int/environmental-protection/Pages/AltFuel-SustainableAltFuels.aspx

6. Eduardo Cabrera, João M. Melo de Sousa, “Use of sustainable fuels in aviation—a review”, Energies 15, 2440 (2022)

7. 유종익 외, 『바이오항공유 산업지원 및 활용 기획연구 최종보고서』, 한국기후변화연구원(2019.04.18.)

8. Joseph K. Bwapwa, Akash Anandraj, Cristina Trois, “Conceptual process design and simulation of microalgae oil - 

conversion to aviation fuel”, Biofuels, Bioproducts and Biorefining 12, 935–948 (2018)

9. 고재원, “음식물 쓰레기로 비행기 연료 만든다… 항공업계 탄소 감축 ‘일석이조’”, 동아일보(2022.07.04.)

10. Rebecca Mawhood, Evangelos Gazis, Sierk de Jong, Ric Hoefnagels, Raphael Slade, “Production pathways for renewable 

jet fuel: a review of commercialisation status and future prospects”, Biofuels, Bioproducts and Biorefining 10, 462–484 (2016)

11. 홍경표, “현대오일뱅크,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로 항공유·디젤 만든다”, 연합인포맥스(2022.05.11.)

12. 김재곤, 박조용, 임의순, 민경일, 박천규, 하종한, “항공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바이오항공유 제조기술”,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논문집 26, 609-628 (2015)

13. “대한항공,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항공유 협력 MOU 체결”, 대한항공 보도자료(2021.06.30.)

14. 윤병효, “바이오항공유 시장 열리는데 정유업계 주저주저… 왜?”, 전기신문(2022.04.26.)

15. 김수정, “항공 탄소감축제도 시범 운영… 바이오항공유 기술 현황은”, 이넷뉴스(2021.07.28.)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