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가 생물공학을 선도하기 위하여
Date 2023-04-12 23:10:26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25
이 상 엽 교수

한국생물공학회 제 30대 회장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leesy@kaist.ac.kr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는 이제까지 겪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들을 겪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종말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하였고,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이기적으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중 패권경쟁이 첨단과학기술 분야까지 확대되고, 첨단기술별로 동맹국들로 나뉘고 세계가 블록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조각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던 것입니다.

 

생물공학은 보건의료, 산업, 농축산업, 환경 등 전 분야에 파급효과가 점점 커지는 핵심 전략기술입니다. 작년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는데, 빠른 속도로 커지는 바이오경제시대를 맞아 바이오기술과 바이오제조분야에 있어 높은 해외의존도에 대한 대응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바이오의약품이 매출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이오기술의 핵심 이었지만 앞으로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에너지, 화학, 농업, 환경 분야에 바이오기술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들의 제대로된 상용화를 위하여 스케일업까지를 포함한 바이오제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바이오 제조혁신과 노화 감염병 대응 분야에 올해 약 1.8조원 정도를 투자합니다. 초연결 인프라와 디지털 바이오 R&D지원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를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보건의료전략 기술 집중투자로 백신과 치료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생물공학자들에게 큰 관심이 있는 바이오 제조혁신 분야에서는 바이오파운드리 등 바이오 제조혁신 인프라 기반을 조성하고 대사공학 및 합성생물학 기반의 첨단 바이오산업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유전체의 설계와 합성, IT와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초고속 제작, 분석, 평가, 그리고 학습과 피드백을 통한 재설계 반영 등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플랫폼과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생물공학분야의 대표 학회인 한국생물공학회는 그간 10,000여명의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신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의 학회가 되었습니다. 회원분들의 전문성은 생물공학 전 세부분야들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 및 공학 중심의 생물공학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서 바이오기술 뿐 아니라 바이오 제조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전문가집단으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학회는 의학, 화학산업, 농업분야에 기여하는 생물공학 뿐 아니라 IT와 나노기술의 융합에 의한 전 산업분야에 걸쳐 기여할 수 있는 생물공학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원분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전문성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들을 융합하여 앞으로 다음 분야들에서 더 큰 기여가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선진국 중심으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기여할 생물공학은 무궁무진합니다. 치료제, 백신 뿐 아니라 진단, 더 나아가서는 예방을 위한 다양한 건강기능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기존의 small molecule drug뿐 아니라 점점 시장이 더 커지는 biologics에 이르기까지 생물공학은 발견, 생산시스템개발,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큰 기여를 해 왔습니다. 이미 인공지능 활용으로 더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신약개발이 가능해 진 지금,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특정 주제에 대하여 창의적인 리포트를 써주고, 파이썬이나 자바로 코딩까지도 알아서 해 주는 단계에 이른 ChatGPT와 키워드 몇 개만 던져주면 그에 맞는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는 디스코드의 Midjourney의 놀라운 성능으로부터도 예견이 가능합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이 강화된 플랫폼에서 생체정보, 건강정보, 치료정보 등이 통합활용되는 의료시스템으로의 재편에도 우리생물공학자들이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종료되지 않은 코로나와 언젠가 또 출현할지 모를 신종 감염질환들은 신속진단과 치료제와 백신의 신속제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치료제의 신속개발은 매우 중요합니다. 신속이라는 기간이 얼마가 최적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아주 빠르면 한달, 늦어도 6주이내에는 만들 수 있다면 방역을 해 나가면서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한 상황에서 새로운 팬데믹이 덮쳐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백신을 개발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라는 단어로 바뀐 지 오래이고, 세계 137개국이 탄소중립 (net zero)을 선언하고 기후위기 대응기술 개발과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을 통해 만들어 온 다양한 연료, 화학물질들을 바이오기반으로 재생가능한 원료로부터 생산하는 데는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 그리고 이들을 시스템생물학과 함께 통합한 시스템대사공학에 의해 효율이 매우 높은 미생물세포공장을 제작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대장균, 코리네박테리움, 고초균, 사카로마이시스와 같은 기존에 널리 활용되어 온 샤시균주 뿐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들과 인공적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샤시균주들이 활용될 것입니다. 데이터기반, 그리고 인공지능 활용으로 더욱 고도화된 균주 설계와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하여 고속 병렬 제작 및 시험이 진행 될 것입니다. 이렇게 세포공장을 설계 제작함에 있어서 발효 및 분리정제공정을 함께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 전체 공정을 최적화하여 높은 농도, 생산성, 수율로 원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스케일업 연구를 통하여 실제로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친환경 화학제품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바이오리파이너를 구현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상의 두가지 예로만 보아도 전 세계적인 이슈들인 기후 위기, 감염질환, 고령화시대 건강, 식량, 에너지, 물 문제의 해결사로서 ‘생물공학’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산업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주요 산업으로서 생물공학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회원분들의 탁월한 연구성과들을 공유하는 2023년도 춘계학술대회에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습니다. ‘Towards Healthy and Sustainable Bioeconomy’란 주제로 Robert Langer, Christina Smolke, Christopher A. Voight, Molly Stevens, 김진수 박사님 등의 세계적 석학은 물론, Nature Microbiology의 Editor-in-Chief인 Susan Jones와 같은 최우수 학술지 편집장을 초청하여 회원님들께서 함께 하며 지식을 공유하고 생물공학의 미래에 대하여 토론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 학회 회장님들과 임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발전해 온 우리 한국생물공학회는 더욱 활발한 산학연 정보 교류와 공동연구를 위한 대면 및 비대면 플랫폼을 구축하여 학계와 연구계, 그리고 산업계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함께 성장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현업에 너무 바빠 최신 동향 및 지식들의 흡수가 어려운 산업체에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등의 분야 학습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나라 생물공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 학회는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산학연의 협력강화를 이루고 융합을 통한 생물공학 선도 학회로서의 역할을 다 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회가 중심이 되어 다가오는 바이오 경제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생물공학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