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EV2023 Annual Meeting 참관기
Date 2023-10-17 14:42:36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48
박현지
교수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hyunjipark@ajou.ac.kr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참여하는 여러 이벤트 중에서도 몇몇은 그 의미와 가치로 인해 더욱 기억에 남곤 한다. 나에게는 이번 2023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ISEV 2023 Annual Meeting에의 참석 경험이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학회는 내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학회이자, 발표 없이 참석한 첫 학회였다. 학기 중에 해외 학회참석을 위해 일주일 치 강의를 미리 녹화해두고 학회참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학회에 참석한다고 했을까’ 하며 많은 후회를 했지만, 그래도 extracellular vesicle (EV)를 소재로 다양한 연구를 해보고자 했기에 학계의 연구동향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어오자는 생각으로 학회에 참석한 것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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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장인 Seattle Convention Center로 이동하던 중. 풍경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ISEV 2023 annual meeting은 총 44개국에서 1,175명의 연구자들이 참석해 진행되었다. 국제학회치곤 큰 학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ISEV는 2012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국제학회 치고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꼬꼬마 학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학회에 참석한 모든 연구자들이 ‘EV 분야 용어 통일화, EV 생산 및 분석 가이드라인 제정’등 EV의 산업화 및 표준화라는 하나의 concensus를 가지고 협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본 학회는 크게 EV as biomarker, EV production, EV therapeutics, Stem cell EVs, EV multiomics, EV imaging, EVs in cancer, clinical application 등의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학회는 학생들과 신진 연구자들에 대한 교육과 교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였는데, EV를 연구하는 학생 네트워크인 SNEV를 구성하고 전문가들과 신진 연구자들 사이의 교류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 EV imaging contest, EV Quiz program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Scientific session에서는 EV를 추적관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되었고, EV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균일성을 높여 더욱 효과적인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이 소개되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질병의 바이오마커로서 EV를 활용한 연구들, EV 엔지니어링과 하이브리드 나노입자 개발 연구 등도 발표되었다.

     혼자 참석하는 해외 학회, 포스터 통도, USB도 없이 들어서는 학회장은 처음이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리라, 생각했는데 포스터 발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예상치도 못하게 미국 포닥 시절 근무하던 연구실에 막 합류했던 대학원생을 만나게 되었는데, 대학원 입학 1년 반 만에 발표할 만큼 결과를 얻어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다며 인사를 건네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뿐 아니라 옆 연구실에서 일하던 대학원생이 cystic fibrosis 치료를 위한 EV 임상시험 관련 스타트업의 CEO가 되어 학회장에서 발표를 하는데, 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지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눈부시게 성장한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고 또 학계와 산업계에서 라이징스타가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새삼 감동적이었다.

     ISEV는 EV 생산 및 분석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Bacterial EVs’, ‘Blood’, Cerebrospinal Fluid’, ‘EV-TRACK’ 등을 포함한 총 12개의 Task Force를 만들어 각 토픽에서의 표준화된 operating procedure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그 중 하나인 Milk EV Task Force의 대면회의가 있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한 번 참석해보았다. 본 학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7시에 시작되는 회의라서 많은 사람이 참석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EV Task Force에 속해 있는 연구자들 뿐 아니라 이 토픽에 관심을 가진 많은 연구자들이 참석한 것이 놀라웠다. 첫 모임이라 이 Task Force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표준화 작업을 하는 것이 이 학회의 공통된 목적이라 그런지 Task Force 구성원에는 교수님들 뿐 아니라 박사후 연구원과 대학원생 등 실무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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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장 풍경. 발표장이 규모가 꽤 큰 곳들이었음에도 빈 자리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학회였다.

 

     학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이 연구 뿐 아니라 노는 데에도 진심인 모습 또한 신선했다. 본 학회에서는 참석자들을 위한 networking event를 시애틀에 위치한 Museum of Pop culture (MoPOP)에서 진행했는데, 이 곳에서 DJ의 음악에 흥이 돋은 연구자들이 갑자기 댄스배틀을 하기 시작했다… 동양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유교걸인 나는 잡아끄는 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공짜로 나눠준 알코올성 음료를 홀짝거리며 어깨만 들썩일 수 있을 뿐이었지만, 그동안 학회에서 보여주던 무게감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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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포스터 발표장에홀로 쓸쓸이 앉아 재즈 연주를 하던 연주자. (오른쪽) Networking night에서 댄스배틀을 하는 연구자들. 

 

     학생일 때와는 달리,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학회에 참석한 터라 시애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이 학회는 내게 새로운 학문적 통찰과 함께 뜻깊은 인간적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이미 확립된 연구분야에 대한 학회와는 달리, ISEV는 새로운 분야가 발전하는 과정을 초창기부터 지켜볼 수 있기에 이 연구 분야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던 유익하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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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포닥 시절 동료와의 reunion. (오른쪽) 학회장에서 알게 된 연구자들과 China town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들과는 학회 이후로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