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Date 2024-04-29 15:05:14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43
구 본 경
단장
기초과학연구원 (IBS–Institute for Basic Science) 유전체교정 연구단
koobk@ibs.re.kr

  오가노이드에 대한 국내 연구자 및 의생명과학 관련 기관 및 기업체 종사자 분들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오가노이드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관련 사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상황이다. 로슈(Roche)사가 성체줄기세포 오가노이드의 아버지이신 한스 클레버스(Hans Clevers) 교수를 R&D에 영입하였고, 그를 주축으로 인간생물학연구소(Institute of Human Biology)를 설립하였다. 최근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하여 뇌오가노이드를 처음 개발한 유르겐 크노블리히(Juergen Knoblich) 전 IMBA 연구소 소장을 로슈의 인간생물학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하였을 정도로 빅파마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분야로 신약개발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오가노이드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HUB Organoids사와 대부분의 빅파마가 라이센스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관련 분야의 한국 기업들도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FDA가 2022년 Modernization Act 2.0을 통과하면서,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건너뛰고 오가노이드 혹은 오간-온-어-칩 기술을 활용하여 유효성과 독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앞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방법으로 3R(Replace, Reduce, Refine)으로 알려진 동물실험대체규정을 최대한 현실화할 전망이고, 앞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동물대체시험법을 활용하지 않은 신약개발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한 기술장벽을 설치하여 유럽 및 북미 제약 시장을 보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더이상 기초연구분야가 아닌 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표준을 설정하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21세기 의생명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번 기회로 국내외에서 종종 접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국내연구진과 기업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789a5437ff603ffc77c8ba201fc2aabf_1714370497_4983.jpg 

그림 1. 생쥐의 소장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소장 오가노이드(Small intestinal organoid, SIO)의 광학 및 형광 이미지. 분화가 완료된 성체의 소장을 모사하는 오가노이드(Budding)와 배아상태의 소장을 모사하는 오가노이드(Cystic)로 구분됨. 각 각은 소장을 구성하는 소장줄기세포(Olfm4+)를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오가노이드의 분화도에 따라 파네스 세포(Lyz1). 장 내분비 세포(Chga+) 및 재생 줄기세포(Sca-1+)가 다르게 분포하고 있음. Scale bars = 50 micrometer.

3차원 배양체는 모두 오가노이드인가?

  오가노이드가 단순한 3차원 배양체인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냥 3차원 조직이 필요한 것이라면 인간 장기 조각을 가지고 실험할 수도 있다. 기존에도 잠시만 살아있는 종양 조직이나 장기 절편 등을 가지고 실험하는 방법들이 있었다. 혹은 특정 세포를 3차원 바이오프린팅하는 방법도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엄밀하게 말하면 주류학계에서 이야기하는 오가노이드는 아니다. 가장 유사한 경우는 스페로이드(Spheroid)가 있는데, 이는 오가노이드보다 오래된 기술로 오가노이드 기술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세포분화를 통해 원조직을 얼마나 훌륭하게 모사하는지와, 줄기세포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하는 재생력의 유무이다.  

  오가노이드 기술로 환자 샘플에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들은 환자가 가지는 유전형 및 후성유전형질을 유지하며 배양접시에서 지속적으로 자라난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환자의 암조직도 높은 성공률로 오가노이드 배양하고 동결보관하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심지어 정상조직도 원할하게 오가노이드로 배양하여 활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병원에서 구해지는 환자의 조직을 포르말린에 모두 고정하여 보관하지 않고, 일부는 오가노이드 형태로 길러서 환자의 아바타형 오가노이드를 병원 보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처럼 수도권 대형병원에 중환자들이 모이는 인프라에서 오가노이드 기술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 기술의 목적은 장기를 만드는 것인가?

  ‘오가노이드’라는 명칭 때문에 생긴 가장 큰 오해 중 하나이다. 최종적으로 장기에 버금가는 유사체를 만들거나 장기재생에 오가노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오가노이드 기술의 지향점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궁극의 목적 외에도 오가노이드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한다. “오가노이드는 제대로 된 장기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와 같은 비판으로 오가노이드를 현실성 없는 기술로 폄하하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이러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범용성 기술이다. 그동안 암세포를 배양한 다양한 인간세포주가 신약개발에 큰 공헌을 했다면, 오가노이드는 세포주보다 훨씬 훌륭하게 세포주를 대체해 나갈 것이다. 선충, 초파리, 제브라피시 등으로 대표되는 동물 모델이 좀 더 훌륭하게 각 생물의 생리학적 특성을 생체내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 오가노이드는 비록 국소적인 수준이지만 인간의 생리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오가노이드는 현재 기초생물학, 질병 모델, 감염병 모델, 신약 개발, 재생 의학, 진단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기술이며, 이미 여러가지 실제 활용 예가 있다. 조만간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바꿔버릴 것처럼 쉴 새 없이 성장하는 분야이다.

  오가노이드 기술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과학적 접근방법에서 모델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표준모형을 이야기하는데, 표준모형이 우주 자체는 아니고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물리법칙을 최대한 잘 설명하는 모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물학에서도 모델을 활용한다. 시뮬레이션 같은 모델도 쓰지만, 주로 다른 동물을 모델로 인간 생물학을 이해하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초파리와 생쥐가 유전학 모델로 쓰였다. 그렇지만, 두 종 모두 인간은 아니기에 인간 생물학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한 모델로서의 한계도 분명했다. 이러한 동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로 나온 것이 인간 오가노이드이다. 비록 장기 수준으로 인간의 생체활동을 모두 모사하지는 못하지만, 동물보다는 직접 인간 세포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모델이다. 비판론자들의 말대로 인간 오가노이드 모델은 한계를 가진다. 역으로 한계가 없으면 모델이 아니고, 모델을 쓰고 싶지 않으면 생체실험을 인간에게 처음부터 직접 해야 하는데,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과학적 접근방법은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 안에서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의 인간 생물학을 열심히 연구하는 것이다. 현명한 유저들이 핸드폰도, 랩탑도 아닌 어중간한 테블릿을 가지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오가노이드가 때로는 완벽하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모델이 된다고 보면 더 정확하다.


복잡한 구조의 오가노이드가 최고인가?

  위에 언급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 복잡하고 더 장기에 가까운 형태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복잡하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되겠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오가노이드는 대체로 적당히 단순한 수준이 선호되고 있다. 어쩌면 오히려 복잡한 쪽으로만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더 단순한 생각일 수 있다. 이는 마치 컴퓨터에서 CPU 경쟁만 추구한 나머지 집채만 한 슈퍼컴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더 빠른 비행기만 만들다 보니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가노이드를 더 고도화하고 복잡하게 만들면 제조가 어려워지고, 표준화도 어려워진다. 덕분에 간신히 하나 만들어 놓고 구경만 할 뿐 추가로 할 수 있는 실험이 별로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오가노이드 같은 ‘모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복잡성을 향해 무의미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부분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다양한 시험법의 표준화이다. 인간 오가노이드 모델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들이 고민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동물 실험 대신에 오가노이드 시험법으로 하나씩 대체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미 FDA는 꼭 동물 실험을 해서 비임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신약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기존에는 동물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들 중 상당 부분을 오가노이드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속도만 더 빠른 자동차를 위해서 엔진만 열심히 복잡하게 구상하고 있을 때에, 또 다른 누군가는 다양한 용도의 자동차를 개발하여 대중화하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다. 성급하게 눈 앞에 놓여진 경쟁만 열심히 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떠오르는 분야는 오가노이드 기술과 바이오칩 및 전자기기가 접목되는 분야이다. 오가노이드를 표준화된 바이오칩에서 실시간으로 배양하고, 현미경이나 전자기기와도 결합시켜 광학적 관찰과 다양한 센서를 통한 생명현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술이다. 위에서 생리적 현상을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고 했는데, 미세환경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생리현상은 의외로 매우 정밀하게 관찰 가능하다. 몸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원인을 생각해서, 대신 세포 수준에서 상응하는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오가노이드 다음은 무엇인가?

  현재 오가노이드에서 파생된 새로운 분야는 배아의 발달 자체를 모사하는 유사배아 배양체 기술이다. 엠브리오이드 (Embryoid) 기술이라고 한다. 장기를 하나씩 키우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서 초기배아를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모사하여 키우는 방식이다. 뇌 오가노이드 기술과 더불어 엠브리오이드 기술은 윤리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가노이드나 엠브리오이드 기술에서의 윤리적 이슈는 줄기세포 활용 자체의 윤리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줄기세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진작에 이루어졌고, 현재는 배아줄기세포 대신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다거나 성체줄기세포를 대신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착이 되었다. 관련 법도 모두 마련되어 있어서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오가노이드나 엠브리오이드 기술에서 나온 윤리적 이슈는 새로운 영역이다. 인간 뇌 오가노이드의 경우 기술이 완벽해지면 질수록 사고를 하는 인간 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연 영혼이 담길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신비로운 생각 이전에 뇌 오가노이드는 인지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인지능력의 수준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인간 뇌 오가노이드 활용에 대해 윤리적 법적 문제를 따져야 하는가?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들이다. 엠브리오이드는 더한다. 인간배아유사체는 인간배아와 어떻게 다른가? 난자와 정자를 통하지 않고 만들어진 배아유사체는 결국 인간이 아닌 것인가? 흥미로운 지점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연구하면 괜찮다고 했는데, 생물학적으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성능이 거의 동치이기 때문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해서도 인간 배아 유사체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는 인간이 아닌지 알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수준의 윤리적 이슈가 있다는 것은 이들 기술이 모사하는 인간 장기와 발달과정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오가노이드 기술과 여기서 파생된 엠브리오이드 기술은 21세기 생명과학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생물학적 연구 모델을 넘어서 다양한 중개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각종 질병 기전 연구와 감염병 연구에 활용할 수 있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오가노이드 자체가 진단 시스템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세포치료제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거나 이제 막 시도되고 있는 일들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오가노이드와 신약개발은 아무 상관없다고 하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마 지금도 꽤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은 발전하는데, 인터넷도 필요 없고, 아이폰도 필요 없고, 전기차도 쓸모 없다고 하시는 분은 항상 있다. 주식이라도 사면 좋다고 하면 조금 다르게 생각할까? 아무튼 세상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한다. 오가노이드도 시작부터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현미경 아래에서 꼬물거리며 자라나는 3차원 배양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기술의 무용성을 논하기 전에 미약한 유용성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만 가지고 바쁘게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신약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