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퍼즐 맞추기와 그릿(GRIT)
Date 2017-04-01 18:54:1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836
전수환
교수
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biomedical74@gachon.ac.kr

언제나 그러했듯이, 2017년 1월의 새해 다짐을 하고 시간을 쪼개어 인천의 근처 서점가에 가 있었다. 대학원 생활동안 지도교수님으로 부터 들어왔던 삶의 모토가 되어준 ‘초심(初心)’, ‘현재 위치에서 최선(最善)을~’과 관련 된 책을 찾아, 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중학생인 아들과 같이 보고자 의미 있는 책을 찾고 있었다.
작년 말에, ‘열정적 끈기’, ‘끝까지 해내는 힘’ 등을 담은 ‘그릿(GRIT)’이란 책이 출판되어, 평소 이 책에 관심이 있었고, 이번 기회에 아들과 같이 읽어 보고자 마음을 작정하고 있었던 때에, 진동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울렸다.
선배 교수님으로 부터 젊은 BT 人이란 원고의뢰가 있었고, 신진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바이오그래피(biography)에 대한 자율기고라 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대상이 아닌 듯해서 선배 교수님에게 ‘연구업적이 좋으신 다른 신진연구자분으로 하는 게 낫지 않으신가요?’ 정중히 거절하였지만, ‘전 교수와 같은 이력과 경력을 쌓아온 신진(?) 연구자 소개도 필요하다’는 선배 교수님의 말에 힘입어 이 글을 작성하였고, 새롭게 다짐하는 후배 생물공학도님을 위해 내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D 전주기적 개념이란

2년 동안의 대학원 생활동안, 식물세포배양을 통해 재조합단백질, 2차대사산물 등의 유용물질 대량생산 연구를 해왔던 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개발(R&D)의 전주기적인 과정(life cycle)*과 연구결과의 활용(기술이전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위험이 부담이 있었지만 남들과 좀 색 다른 경험을 하기로 인생 장기 플랜을 계획하였다.
정부출연기관인 공공기관에 입사하여 바이오·보건의료분야의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 벤처기업지원 등 기술사업화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였고, 많은 연구자들이 그들의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 열정, 실용화 마인드 등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우수한 특허를 발명하고 기술의 시장분야를 이해하는 연구자인 경우, 특허양도보다 전용실시권(exclusive license)을 잘 활용하여 기술료(Royalty)를 통해, 노력의 연구결과로 월급보다 많은 용돈(?)을 벌어갔으며, 연구성과의 수익모델을 마련하고 사업팀을 갖춘 연구자들은 그들의 연구결과를 직접 사업화하고 실용화하여 그들의 꿈과 호기심이 실현하는 현장을 지켜보게 되었다.
물론, 이 분야는 생소하고 다른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기술이전·사업화에 대한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실행해 가는 매 단계마다 경험이 많고 신뢰할 만한 멘토, 코치가 주위에 필요하고 이들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정부출연기관으로는 복지부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교과부에 한국연구재단(NRF), 산자부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농진청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FACT)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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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R&D 전주기적 과정

 

융합적 연구와 주위의 지인들


3년간 다른 연구자의 기술이전·사업화를 지원하면서 느꼈던 점은 바이오·보건의료분야의 우수기술은 IT분야와 다르게 5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와 지식 집약적이고 융합적인 연구로 창의적인 연구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활에서 가르침을 줬던 학과 교수님들께서 종종 하셨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의 논의(discussion)도 게을리 하지 마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한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기술적 분야 전문가와 함께 해결하기 위해 협력 및 협의하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지 배웠고,이제 막 입문하려는 생물공학 후배들에게도 융합적인 연구와 대인관계를 맺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여하튼, 다시 내 얘기로 돌아오자면 남들이 아닌 내 연구를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5년간의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이 시기에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와 유용물질생산을 위한 식물세포배양 공정개발 연구를 하였고, 다수의 SCI급 논문, 특허등록, 기술이전 등의 경험을 하였다.누가 뭐라 하여도, 5년 동안 참 열심히 했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나 혼자만이 아닌 여러 선·후배들의 도움이 있었다. 연구 방향과 연구 노하우를 알려주셨던 이상윤 박사님, 김명환 박사님, 이송재박사님, 이규화 박사님, 김영범 박사님, 그리고, 믿고 따라와 줬던 후배 이경훈 박사, 권준영 박사, 김지훈 박사, 최홍렬 박사과정 등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연구 및 사업화에도 같이하고 있다.
이 당시의 박사과정동안, 여러 지인들과 ‘같이 하는 가치 있는 경험’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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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대학원 식구 및 scale-up 연구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어떻게 기획되고, 평가되어 사업관리가 진행되고 있을까? 연구개발(R&D)과 기술이전·사업화를 경험한 나에게는 국가차원에서 연구개발사업이 정책결정 과정과 사업기획 및 과제기획이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경험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과제였다. 이를 위해 정부출연기관인 공공기관의 R&D진흥본부에 들어가서 R&D 전주기적인 과정인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연구개발(R&D)성과가 효율적으로 창출되는지 실무적인 경험을 하였다.
R&D정책은 상향식, 하향식으로 형태로 추진되며, 이 단계에 연구자를 비롯한 관련 학·협회의 의견수렴 활동이 있으며, 우선순위에 따른 사업기획과 과제기획을 위해 기획과제가 수행되며, 사업목표에 따른 전략목표, 성과목표 및 성과지표가 설정되는 등 국가차원에서의 R&D기획단계를 경험하였다. R&D평가에 있어서 소형과제, 중대형과제의 평가방식, 연구계획서 작성방식, 소형과제관리 및 중대형 사업단의 운영방식의 노하우를 배우는 값진 경험의 연속이였다.
특히, 바이오/보건의료 분야에서 중개연구(기초-임상)의 개념과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 행운이였다. 이 시기에도 내 연구분야(R&D)와 행정분야(비 R&D)의 양쪽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논문화하고 특허화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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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인천송도, 이길여 암·당뇨연구원과 연구분야


글을 마무리하면서...그리고 새로운 기회와 도전


R&D기획-R&D평가-R&D사업관리-R&D성과관리로 이어지는 R&D 전주기적 과정을 경험한 나에게 우연찮은 기회가 가천대 의과대학으로부터 왔다. 내 경험을 살리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하고 감사한 제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인생처럼 어느 시점에 경험한 내용이 나중에 하나하나의 퍼즐처럼 맞춰가는 것에 흥분과 설렘을 맛보았다.
대학병원에 온지 이제 막 1년이 되가는 시점에 내 경험이 다른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작지만 의미있는 연구실과 능력과 성실성을 겸비한 연구원 한명을 얻고 앞으로의 긴 항해를 다시 떠나려고 한다. 초심과 열심, 뒷심을 발휘하면서...
“당신에게 ‘그릿(GRIT)’이 있는가?”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며, 특별할 것 없는 재능,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이 어떻게 그 모든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지에 대한 성공 비결이다.


- 앤절라 더크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