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전은 계속 된다
Date 2017-10-09 22:00:1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88
황 이 택
선임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
ethwang@kicet.re.kr

나에게 연구와 학문이란 ?


포스닥 생활이 길어질수록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지금 하고 있는 연구 분야가 쓸모가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융합분야 연구를 수행해왔지만, 학부 전공이 순수 생명과학이기에 지금 가고 있는 연구의 방향이 잘못된 판단에서 온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속에 사로잡혔다. 학부를 다닐 때 몇 개 개설되지 않은 공학 관련 과목을 수강하면서, 공학에 관심이 생겼고, 특히 에너지·환경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한 후, 많은 교과목들(화학, 생물공학, 나노공학, 재료공학)을 접했으며,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확고한 신념 또한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연구와 학문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연구를 위해 저널의 논문을 읽는 것과 각 교과목의 텍스트를 통해 접하는 지식 사이에는 정말 큰 갭이 있고, 둘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항상 나의 한계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학문과 연구 사이를 좁혀 나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항상 쫓기는 불안감 또한 느껴왔었다. 그렇게 분야를 넓히면 넓힐수록 다양한 지식이 쌓이는 동시에, 더 많은 궁금증과 동시에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이 지속되어만 왔다.


나에게 연구분야란 : 도전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나는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이신 구만복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방향에 맞춰서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선배님들이 하는 모든 연구 분야를 로테이션식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 입학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나노분야의 연구와 바이오센서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 1년 동안은 연구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 단지 텍스트로만 배우는 학문이 아닌 연구가 무엇인지 익히고, 파악한다는 목표만 세웠고, 박사학위에 대한 계획 및 욕심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부과정에서 배운 순수 생명과학 교과목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사라지면서, 자리 잡은 것은 전혀 다른 용어들과 학문들이었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연구실에서 교수님께서 목표로 하시는 저널은 주로 화학저널이고, 나의 학문적인 배경은 생명과학이고, 관심 있는 연구 분야는 에너지·환경 분야였다. 이러한 모든 점들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연구를 깊게 한다면 그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결론을 바탕으로 석사과정동안 미생물기반의 나노독성학을 주제로 연구하였으나, 박사과정을 진학하면서 에너지라는 키워드를 위한 연구주제를 선택하였다. 그냥 오로지 에너지 관련 분야의 연구를 하자는 결정을 한 채, 연구실에서 에너지 분야와 가장 근접한 주제인 효소를 이용한 프로세스 관련 주제를 가지고 박사과정 연구를 시작하였다. 박사과정 재학 시, 연구실에서 선·후배들이 수행했던 연구는 대부분이 앱타머 기반의 바이오센서 분야여서, 같이 논의할 만한 선배도 동기도 없었던 환경이 지금 생각해보면, 집요하게 연구를 하게끔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때부터, 남들과는 다르게 연구분야에 대한 생각을 하였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공부했었다. 박사과정 초기에 혼자 수행하면서 가졌던 많은 어려움은 진로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연구직과는 동떨어진 분야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약 2년여 동안의 고민의 시기 또한 있었다. 이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연구실만 오고가면서 시간만 때우며, 동기 선·후배들이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졸업에 대한 걱정과, 학위과정을 그만둘까 라는 고민도 심각하게 했었다. 1년만 집중해보자는 마음으로 화학, 재료, 생물공학 등의 논문들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도전하고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무조건 에너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연구를 해보자는 말도 안 되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하고 공부했던 것 같다.

 

도전의 연속인 포스닥 생활 (독일-영국-싱가포르)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던 나에게 포스닥이라는 단어와 유럽이라는 지역은 계획에 전혀없었다. 박사과정 중에는 당연히 졸업 후에는 무조건 취업을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포스닥으로 외국을 나가겠다는 결정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모두가 미국으로 갈 때 독일을 선택하였고, 이 또한 에너지관련 분야 연구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만으로, 함부르크 공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의 포스닥이라는 위치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연구만을 수행하는 직종임을 알게 되었고, 14개월의 생활을 끝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찾았고, 마침 영국의 리즈대학의 포스닥 광고를 보고 지원하여 면접 후 옮기게 되었다. 단 한 번도 영국을 간다는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 영국에서의 연구생활은 매우 특별하였다. 모든 연구자들이 융합연구를 수행하였고, 자신의 학부 배경과는 다르게, 대학원에서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또한 매우 깊게 텍스트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점들이 나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리즈대학에서는 나노바이오기반의 인공광합성 연구를 하게 되면서 바이오전기화학, 바이오물리학 분야의 연구를 새롭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태양에너지전환 연구를 하면서, 정말 꿈에 그리던 에너지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지도교수의 펀딩 프로젝트에 맞춰서, 캠브리지대학교 화학과 및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생화학과와 공동연구하면서 여러 차례 방문하고, 미팅하고, 논의하면서 연구를 바라보는 시야가 매우 넓어졌다. 단순히 좋은 논문을 써야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한 영국에서의 포스닥 생활은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게 되었고, 지도교수의 방식에 따라서 화학자들이 바이오분야에 연구를 적용하는 방법, 논문 작성하는 방식, 연구 과제를 제안하는 아이디어, 텍스트를 통해 공부하는 접근법 등을 통해, 지금까지 했던 연구의 폭이 얕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고, 그들의 학문 및 연구를 대하는 방법론과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하였다. 정말 내가 융합분야의 연구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배경 및 학문적 지식은 나를 더욱 채찍질 하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생활에 임하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포스닥 생활은 학위 과정보다 훨씬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데 있어서, 텍스트를 통해서 개념을 익히기에는 두뇌 회전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과 공부해야하는 양이 끝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족하지만, 무작정 공부했던 이 시간에 나에겐 대학 및 학위기간동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학문적 내용들 많은 부분을 서서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3년간의 포스닥 생활을 통해 화학, 물리 등의 기초과학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이를 내가 학위과정 때 배운 생물공학에 접목하여 나만의 특별한 연구 방법을 개척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구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좀 더 넓고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독일과 영국 포스닥 생활 후 많은 고민을 하였다. 중간 중간에 학교·연구소에 많이 지원했고, 면접도 보면서 어느새 4년 반 가까이 시간을 흘려 보냈다. 연구에 대한 욕심은 갈수록 커졌고, 포스닥 생활을 조금만 더 하자는 생각으로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조남준 교수님께 컨택 하였고, 오퍼를 받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야인 바이오물리학 분야를 에너지 및 생물공학쪽 연구와 접목시키자는 목적으로, 조교수님께서 소속된 신소재공학과에 합류하였다. 이곳에서의 연구생활은 이전과는 매우 달랐다. 생명과학을 전공하여, 생물공학쪽 박사를 받고, 화학공학, 전기화학, 바이오물리학을 거쳐서 신소재공학까지 거치는 동안 머릿속은 뒤죽박죽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학문자체를 알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고, 도전은 계속되었다.

 

융합바이오세라믹이라는 새로운 도전


4년 반 동안의 계속된 도전은 한국세라믹기술원 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에 최종합격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제는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발걸음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랬고, 어떤 연구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연구소지만, 일반적인 과기정통부 산하의 출연연이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주 업무는 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기획하고 제안하고, 그에 따른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과 연계하여 산업화할 수 있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크게 조직재생, 뷰티케어, 진단, 기능성 포장재 등의 연구주제를 기반으로 세라믹재료와 바이오컨텐츠의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바이오융합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고, 이렇게 센터 내에 설정된 주제 중에 뷰티케어소재, 기능성화장품 개발 관련 연구를 맡고 시작하게되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화장품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 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기관을 거치면서 해오던 연구실 생활과는 완전히 달랐다. 너무 이상적인 생활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연구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게 되었는데, 각종 장비들을 구매하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5년여 동안 떠났던 국내의 연구 환경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 또한 느낄 수 있었고, 한편으로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편하게 연구하기 위해 실험하고, 논문작성하고, 발표하고 하는 등이 주로 하던 것인 반면에, 이제는 산업화 가능한 주제, 그리고 기업체의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이템 등을 찾고, 거기에 맞춰서 연구개발해 나가야 하는 업무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도전적으로 해오던 생활을 계속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 도전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다양한 도전 경험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면된다는 생각을 가지며 현재 연구생활에 임하고 있다.


맺음말
글을 쓰면서 과거를 돌이켜보니, 참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지금까지 나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길에서 결과에 대한 생각과 부담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길을 선택하였다. 운이 좋게도 그때마다 좋은 동료 및 좋은 지도교수님들을 만났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지도를 받으면서, 방향 설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도전 기간 동안에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는 동료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유럽과 한국에서 큰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 구만복 교수님, 김중배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그동안 에너지 연구를 하고 싶다고 달려온 나에게 다른 선택지만이 남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연구생활에 임하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지고, 또다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생각과 생활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며, 예전 연구실 지도교수님들과 선·후배들,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또한, 내 결정을 항상 지지하고, 한국, 독일, 영국, 싱가포르 등지로 계속된 이동을 하면서 힘들지만 한 번도 내색하지 않은 아내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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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라믹기술원 (오송)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2017년 3월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