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학공학도의 생명공학 연구 이야기
Date 2022-09-26 18:33:45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36
백지응 박사후 연구원

Dept. of Chemical and Biomolecular Engineering,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jieungbaek@berkeley.edu

우선, 한국 생물공학회 소식지의 젊은 BT인 섹션에 기고의 기회를 주신 편집 관계자분들과 한국 과학 기술 연구원 (KIST)의 성혜정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온전히 BT분야만을 깊게 연구해 온 분들에 비하여 완전한 BT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화학공학도로서 BT분야에 또 다른 분야들과의 융합적 접근을 접목하여 새로운 지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달려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자 한다.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하기까지

 

나는 고등학교 때, 생명/생명 공학 분야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기본적인 원리들을 바탕으로 넓게 응용하고 확장해 나가는 수학, 물리와 같은 과목들과 달리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습득하게 되는 생명 분야는 나에게 오로지 부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이는 내가 해당 분야들을 공부했던 주된 목적이 어쩌면 수업을 듣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후 KAIST 에 진학하여 과를 선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기초 과목들을 수강하던 중에 ‘바이오공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듣게 되었고, 이는 생명 공학에 대한 나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주었다. 부담으로만 느껴졌던 많은 양의 생물학/생물공학 지식들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인구 고령화에 맞추어진 인류의 삶과 미래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술들을 개발하기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생물학, 의공학 쪽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어 최전선에서 인류 사회의 질병, 노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이 분야를 포함한 여러가지 분야들을 접목하여 여태까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새로운 접근을 통해 이루는 것도 좋은 학술적/연구적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화학, 생명과학 분야에 다양한 공학적 원리를 응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실용적이고 다학제적인 학문을 다루는 생명화학공학과 (Dept. of Chemical and Biomolecular Engineering) 에 더욱 뜻이 가게 되었고, 해당 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생명화학공학과에서는 전통 화학공학 과목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소재, 촉매 등 다양한 분야를 공학적 측면에서 다루는 과목들이 많아 시각을 넓혀 더욱 보람있고 알차게 학부 교과들을 수강할 수 있었다.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한 BT 분야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하듯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졸업 연구라는 학과 필수 과정을 통해 짧게 나마 연구실에서 고분자와 관련된 연구 경험을 쌓아보고, 산업 분야, 의치전원 쪽으로 진로를 갖게 된 선배들의 조언도 들으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면서 나에 대해 더욱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인류사회가 가지게 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큰 뜻을 언젠가는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고, 이를 위해서는 생명화학공학 전공자로서 우선 전문적 지식들을 더욱 배우고,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를 위해 같은 학과의 고분자 박막 기술을 활용하여 생명공학, 전자, 표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 임성갑 교수님 연구실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게 되었다. 대학원 과정 초기에는 고분자 박막 기술, 생명 공학 기술 응용과 관련된 배경 지식들을 습득하는 데 몰두하였다. 특히 연구실의 고분자 박막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용하여, 생체 재료로 활용하거나, 생명공학적 기술에 쓰일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들을 주로 수행해 왔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생명공학 재료 플랫폼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체 시스템과 재료의 특성 간의 인터페이스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이해하게 된다

면 생명공학적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해당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재료의 특성들을 엔지니어링하고, 생체 시스템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에 대해 더 깊게 파고 들기 위하여 학과의 BK 사업 지원을 받아 세포와 세포 외 기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미국의 UC Berkeley의David Schaffer교수님, Sanjay Kumar 교수님 연구실에서 방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생체 유래 재료들을 기반으로 한 매트릭스의 역학적 특성들이 줄기세포의분화를 어떻게 조절하고, 세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연구들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생체 재료나 재료 플랫폼을 개발함에 있어 세포의 특성을 역학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더 넓은 세계로 나와 또 다른 훌륭한 다양한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외로 나와서 연구해보고 싶다는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외 방문 연구 과정을 마친 뒤 KAIST로 다시 복귀하여, 생명공학 분야로의 응용을 위한 고분자 재료 플랫폼 개발, 고분자 재료와 세포 간의 상호작용 관찰에 관한 연구들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세포시트 수확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스캐폴드 없이 세포를 시트형태로 이식하는 기술은 조직 공학에서 떠오르는 하나의대표적인 기술인데, 이는 대표적으로 온도 변화에 따라 세포 부착성이 달라지도록 하는 온도 감응성 고분자들에 온도 변화를 줌으로써 세포 시트를 떼어 낼 수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공중합형 고분자의 단량체 배율에 따라 발수성을 조절하여, 재료에 대한 세포 부착성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기반으로 세포의 활성은 유지하면서 중간 정도의 세포 부착성을 가지는 고분자 재료를 엔지니어링한다면 온도 변화 없이 세포 시트를 수월하게 떼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렇게 직접 엔지니어링한 플랫폼이 실제 동물 질병 모델의 회복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을 모방하는 작용기를 갖도록 고분자 중합체를 형성하고, 민감한 신경세포 (primary hippocampal neuron)의 안정적인 장기적 배양을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었다. 비록 이러한 연구들만으로 질병, 노화에 대한 문제들을 당장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시해 주며, 하나의 밑거름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항상 믿어 왔었고, 이는 내가 박사과정 졸업 이후에도 연구를 더 오래 하고 싶어하게 해준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대학원 과정에서 다양한 재미있는 연구들을 하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연구를 지도 해주시고, 지지해 주시며, 해외 방문 연구 기회도 갖도록 해주시는 등 배려해주신 임성갑 교수님이 계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 생활 중에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며 앞에서, 뒤에서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었던 연구실 구성원들도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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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KAIST 임성갑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박사 졸업식 (위) 및 가을 산행 (아래, 왼 쪽), 그리고 UC Berkeley 의 Sanjay Kumar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연구실 단체 사진.

 

훌륭한 독립적인 BT 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박사 과정을 졸업한 뒤에는 바로 방문 연구를 수행하였던 UC Berkeley의 David Schaffer, Sanjay Kumar 교수님 연구실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올 수 있게 되었다. 방문 연구 기간 동안 진행했던 연구의 연장선에서 전사체 스크리닝, 역학적 모델링 등을 접목하여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신경줄기세포의 3차원 매트릭스 특이적 역학적 감응성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의 우수성 및 가능성을 인정받아 UC Berkeley와 Stanford University의 Stem Cell Institute에서 수여하는 박사후연구원 펠로십을 받을 수 있었고, Harvard University와 MIT의 Broad Institute에

서 주최하는 Next Generation Postdoc in Biomedicine 의 후보로 nominate되기도 하였으며,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해 오고 있다. 대학원 과정까지는 생명화학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BT분야로의 응용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뚜렷해 졌다면, 이 곳 UC Berkeley에서의 박사후 연구원 과정 동안에서는 그러한 연구들을 지속하여 훌륭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더욱 굳건하게 갖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누군가가 시킨 일을 하기보다는 내가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이끌어 나가고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것에 더욱 큰 보람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해내 갈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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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UC Berkeley의 Schaffer Group 20주년 기념 리트릿 (위, 오른 쪽 & 왼 쪽). Kumar Group의 연말 파티 (아래, 왼 쪽)와 태국 음식점에서의 회식 단체 사진 (아래, 오른쪽).

 

최근 들어,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판데믹 이후, 질병 진단 키트, 치료제, 백신 등을 포함한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BT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현재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이 곳 미국에서도 학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BT 관련 회사들이 설립되어,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실험실 수준에서의 연구를 확장하여 실생활 혹은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내가 대학원 및 박사후 연구원 과정동안 배우고 발견했던 공학적 지식 및 세포와 재료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 치료나, 헬스 케어에 보다 더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한 발 더 나아간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다.

 

마무리하며

 

끝으로, 이러한 길을 걸어오기까지 함께 해주었던 주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고, 지금까지도 생명공학에서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생명공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적 접근을 통해 노력하고 있을 다양한 BT인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