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BT연구자로서의 첫 여정을 돌아보며: 미생물을 이용한 CO2감축 및 포닥 생활기 BT News BT스토리 고
Date 2023-10-16 19:18:12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89
고현기
박사 후 연구원
Carl R. Woese Institute for Genomic Biology,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hyungi@illinois.edu

     우선, 학회지에 기고할 기회를 주신 경희대 강남규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서 출판된 BT스토리를 읽으며 많은 공감을 하고, 힘을 얻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나의 이야기도 간략히 공유하고 싶었다. 이제서야 연구 경력이 만으로 10년이 채워진 초보 연구자지만, 피펫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던 과거의 모습과 비교하면 참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겪어온 짧은 연구 이야기와 미국에서 포닥으로 연구하며 겪은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글을 써 내려간다.

 

지난 10년간의 BT 연구과정을 돌이켜보며..


     이 글을 작성하는 도중 어느새 내가 BT연구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지 정확히 10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닫았다. 2013년 8월 처음으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告) 양지원 교수님의 바이오에너지연구실에 합류를 하고, 장용근 교수님 연구실을 거쳐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많은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석/박사 및 포닥 과정동안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가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나는 네 분의 지도교수님을 거쳐가는 동안 놀랍게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미생물을 이용한 CO2 저감 및 바이오 에너지/유용물질의 생산’. 다루는 균주는 미세조류에서 효모로 바뀌었지만, 고 지질(oleaginous) 함량의 비 전통 균주 (non-conventional organism)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했다. 박테리아계의 Escher coli, 효모계의 Saccharomyces cerevisiae, 미세조류계의 Chlamydomonas reinhardtii처럼 연구목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모델균주들과는 달리, 잠재가치는 높지만 아직까지 연구가 미흡하여 다루기 어려운 종들(eg. Nannochloropsis salina, Rhodosporidium toruloides)을 개량하여 바이오 연료 및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시작은 늘 toolbox의 set-up 및 형질전환 조건 최적화, genome sequencing 및 transcriptomic analysis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첫 성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석/박사과정 동안 다른 연구실 동료나 선후배들의 논문이 게재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미래를 걱정하며 자책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성공하는 연구들과 늘 함께하는 동료들, 그리고 느리지만 조금씩 쌓여가는 지식을 통해 간간이 느껴지는 희열을 통해 연구에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는 생소한 미생물 균주들을 다룰 수 있다는 specialty가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손쉽게 해외 포닥까지 나오게 되었다.

     지난 10년간의 연구 생활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그래도 다 의미는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예상대로 문제없이 이루어진 실험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정말 많았고, 결국 이러한 경험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실험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었다. 연구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변의 BT분야 연구자들의 경우 대개 장기간의 연구 프로젝트였기에, 남들에 비해 뒤쳐진다거나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극 소수의 정말 뛰어난 연구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겪었기에, 어쩌면 이러한 과정은 BT연구자가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이제서야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하지만, 만일 과거로 돌아가서 전공 및 연구실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서슴없이 같은 길을 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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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카이스트 장용근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추억들. 


지구 온난화와 BT 관점에서의 해결 방안


     내가 하나의 연구주제를 가지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연구 주제의 범국가적이고 장기적인 특성 때문이다. 2010여년부터 지구온난화 및 환경 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쏟기 시작하면서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각 국가에서 바이오연료 및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장기 과제가 많이 생겨났다. 특히, 미세조류는 광합성 단세포 생물로써, 식물과 미생물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종에 따라 바이오매스의 80%까지도 지질을 축적할 수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서도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차세대바이오매스 연구단(2010~2019)’ 이 설립되었고, 10여년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미세조류를 활용한 CO2 감축 및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식물에 비해 생장은 빠르면서 높은 면적당 바이오매스 생산량을 가지고 있으며, 축적된 지질을 바이오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세조류는 매력적인 균주임에 틀림없다. 바이오디젤은 근본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전환을 통해 생성되기 때문에, Carbon Net-Zero로 친환경적이지만, 아직 바이오디젤의 생산 단가가 원유가격을 따라잡지 못해 산업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이산화탄소 감축이 중요한 이슈로 재조명되면서, 생물학적 탄소전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을 통한 광합성 및 지질 생산량 증가,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물의 생산 (오메가3, 루테인, 등) 등을 통해 경제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세조류가 직접적으로 대기 중의 CO2를 체내로 고정시킴으로써 CO2 감축에 기여하는 것과는 달리, 효모는 다른 매개체를 통해 CO2를 1차적으로 고정하고, 이렇게 생산된 유기 탄소원을 활용하여 유용한 물질을 생산함으로써 Carbo-Net-Zero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참여하고 있는 CABBI (Center for Advanced Bioenergy and Bioproducts Innovation) 프로젝트는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미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Sorghum과 같은 식물 바이오매스를 효과적으로 가수분해하고, 이로부터 얻어진 가수분해물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개량된 효모를 배양하여 바이오에탄올, 플랫폼 케미칼 등을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2027년까지 장기적인 정부 펀딩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수분해물에서 잘 생장하는 균주 개발 및 개량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촉매를 통한 화학적 방법으로 CO2를 acetate 등의 유기물로 직접적으로 고정한 후, 이를 미생물이 생물학적 전환을 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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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생물학적 탄소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연구하는 국내의 (재)차세대바이오매스 연구단 (Advanced Biomass R&D Center, 2010~2019)과 미국의 CABBI (Center for Bioenergy and Bioproducts Innovation, 2017~2027).

 

해외 포닥 – UIUC에서의 삶

     2018년, 졸업을 1년 앞두고 미국에서 열린 Algal Biomass, Biofuels and Bioproducts학회에서의 구두발표를 계기로 일리노이 대학교의 진용수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이듬해 졸업과 동시에 컨택을 드렸고, ‘비전통 효모 균주의 개량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및 유용물질 생산’ 과제 적임자로 포닥 포지션을 제안받아 UIUC의 Carl R. Woese Institute for Genomic Biology (Co-PI: 진용수 교수님, Christopher V. Rao 교수님)에 오게 되었다. 혹시 앞으로 UIUC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 연구자가 있다면, 이 글이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UIUC)는 공학분야가 유명한 미국내 최고 수준의 주립 대학 중 하나이다. 다른 대도시 (LA, Chicago, Atlanta, Texas 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인 유학생 및 연구원이 많은 편이며 지방에 위치한 만큼 집세와 물가가 저렴하다. 중국 및 인도에서 방문하는 학생/연구원도 많아 아시아계 음식점 및 마트가 다수 있어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생각하며, 근래 COSTCO가 입점한 데다 올해 대형 한인마트인 H-MART가 오픈할 예정이라 이전에 비해 주거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날씨는 여름은 몹시 화창하고 맑지만, 겨울은 매우 춥고 눈이나 비가 자주 내린다. 겨울은 보통 -20℃ 이하까지 내려가며 오후 4시경 해가 질 정도로 낮이 짧기 때문에 선택지가 있다면 여름철에 방문하길 권장한다. 연구 외에 즐길 거리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바비큐, 테니스, 골프, 카약 등의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학위 과정 중에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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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UIUC 학교 전경 및 진용수 교수님 연구실 단체사진. 


글을 마치며..


     어느새 미국에 와서 포닥을 시작한지도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연구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 곳에서 만난 수많은 연구자들과의 인연이 더 뜻깊게 기억된다. 특히,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 포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친해짐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친분을 나누며, 그로 인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공동 연구도 다수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닥이라는 신분의 특성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겪어왔다. 친하게 지내던 연구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 떠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축하의 감정과 함께 아쉬움이 찾아왔지만, 앞으로 다시 함께 연구할 날이 올 것을 생각하며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끝으로, 바른 길로 인도하며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시는 네 분 지도교수님들과, 동고동락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동료 연구자분들, 그리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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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샴페인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계방향, 4, 7, 11, 1월). 봄/가을은 여름/겨울과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통상 1~2주정도로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